"아우, 귀여워~~ 이렇게 푸성귀를 뜯어먹는 모습을 보면 귀엽지 않아?"
  아세라이아가 위치하고 있는 곳 인근의 산길 아래쪽, 산 중턱에는 작은 교회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그 교회의 이근 풀밭에는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아직 털이 눈처럼 새하얀 토끼들이 살고 있었으며, 교회를 관리하시는 분들께서 그 토끼들을 키우고 계셨다. 그 수는 한 달 전에는 7 마리였는데, 어느새 40 마리로 늘어 교회 측에서 토끼를 위한 풀밭을 더 크게 늘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회 인근의 드넓은 풀밭 위로 수많은 작은 토끼들이 뛰어놀고 있는 광경을 교회에 이르자마자 볼 수 있었다.
  그 교회에 이른 이후, 교회에서 일주일 간 일을 하게 되었다가, 이제 마지막 날을 맞이한 아사이라(Asceira) 가 풀밭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두 다리를 모은 채, 쪼그려 앉고서는 풀밭을 뛰어다니던 토끼들을 불러모아서는 배춧잎들을 하나씩 토끼에 쥐어주며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그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우측 근처에 앉아서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그 배춧잎, 어디에서 났어? 배추밭에서 가져온 거야?"
  아세라이아 인근의 배추밭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다. 배춧잎들 중 일부를 남겨서는 겨울 내내 두었다가 겨울이 끝날 무렵-2 월 말 즈음-이 되면 꽃잎처럼 펼쳐진 배추를 캐서는 그 이파리들을 한 잎씩 뜯어서 저장해 두는 것이 바로 그 경우. 그렇게 겨울 말까지 놓아둔 배춧잎들은 여느 배춧잎들보다 이파리가 더욱 두껍지만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탓인지 먹을 때, 과일을 먹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고, 그와 더불어 특유의 맛이 있어서 일반 배추들보다 선호되는 경향도 있다, 다만 추위를 견디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에, 겨울과 봄 사이에만 먹을 수 있어서 초봄의 별미라 칭해지기도 한다.


  아사이라가 가져온 것은 그런 배춧잎들. 그런 배춧잎은 바로 먹어도 나름 맛이 좋아서, 주로 수프의 재료로 활용하지만, 날것으로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이 먹어도 그러할진대, 토끼라면 오죽하겠는가, 토끼들은 겨울 내내 지내면서 물을 많이 머금은 배춧잎들을 별미라도 먹는 듯이 맹렬히 뜯어먹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토끼들이 모여 배춧잎을 먹는 광경을 보며, 내가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런 것을 계속 먹이다 보면, 풀을 잘 먹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야, 그런 배춧잎은 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들도 별미라고 생각하고 먹겠지." 이에 아사이라는 계속 배춧잎들을 토끼에게 먹이며 나의 물음에 괜찮다는 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였다. 그러다가 배춧잎들이 떨어지자 아사이라는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 식사를 끝마치고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토끼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토끼들이 사는 풀밭으로 들어온 이후에 토끼들 사이에 앉아, 작은 토끼들은 안아주거나 자신의 위로 올라타도록 하기도 하면서 토끼들과 놀아주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이 할 일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여기서 토끼들과 조금 더 놀고 있을게. 작은 토끼들이 너무 귀엽다."
  교회의 토끼들이 유난히 귀엽게 보였는지, 아사이라는 간만에 포식을 하고, 기운이 크게 솟아났는지 활발히 뛰어 놀기 시작하는 토끼들과 놀아주기 시작하였고, 그러는 동안 나는 그 모습을 한 동안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혹시 먹을 수 있는 풀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에, 아사이라와의 작별 인사를 생략하고-할 겨를이 없었다, 어찌나 토끼들이 활발히 뛰어 놀던지!- 곧바로 교회를 나서 인근의 풀밭을 돌아다녀 보다가, 잠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유난히 눈에 띄는 초록색 풀들이 산길의 가장자리마다 무성히 자라나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거, 냉이잖아." 그리고 나는 가는 줄기 위로 갈라진 줄기들, 그리고 그 끝에 피어난 하트 모양을 이루는 작은 나뭇잎들을 보면서 그 풀이 냉이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풀들을 한 줄기씩 깨내어, 오른손에 쥐었다. 냉이를 조리해서 수프를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뿌리에서 나는 향이 상당히 강했는데, 그 향은 이전에 어느 유적지에서 캐 왔던 쑥보다도 향이 강해 쑥과 함께 조리할 경우에는 쑥의 맛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었다. 줄기가 생각 외로 커서 오른손으로 힘껏 쥐어도 10 줄기 정도만 쥘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왼손으로 줄기들을 캐내기 시작하여 왼손으로 10 줄기를 넘게 쥐고, 그렇게 20 여 줄기의 냉이 줄기를 양손에 쥐고 나서야 냉이 줄기 캐는 일을 마치게 되었다. 바구니를 가지고 있었다면, 수십 여 줄기는 캘 수 있었겠지만 그것이 없다보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집에 가면 곧바로 냉이와 배춧잎 등을 이용해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뻐하면서 손에 가득히 쥐고 있던 냉이를 씻어내기 위해 집을 향해 나아갔다. 아무래도 내 손부터 흙이 잔뜩 묻어 그것들을 어떻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세라이아에 있는 집에 이르자마자 다급히 나는 주방으로 뛰어간 이후에 주방 위에 냉이 줄기들을 주방의 바닥 위에 떨어뜨리고서 곧바로 수도꼭지의 물을 틀어 흐르는 물을 이용해 냉이 줄기와 그것들을 잡고 있던 나의 손에 묻은 흙을 씻어내는 일부터 하였다. 그 이후, 어느 정도 냉이 줄기를 깨끗하게 씻어내, 냉이의 몸체가 깨끗해지고 물기를 가득히 머금게 되자, 물을 다시 틀어막았다.
  그에 이어 20 여 개의 냉이 줄기들을 두 손으로 들어, 그 우측 근처에 위치한 얼음 상자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냉이 줄기를 가슴에 안고, 왼손으로 얼음 상자의 뚜껑을 열어 냉이를 상자 안에 넣어두는 것으로써 나는 냉이를 캐서 집으로 가져오는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잘 생각해 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집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약으로도 좋다는 쑥은 사람이 살던 곳 인근을 지나다 보면 바로 발견할 수 있고-캐도, 캐도 계속 나오기까지 한다!-, 냉이는 산길을 지나다 보면 바로 캐낼 수 있다. 이외에 여러 쌉쌀한 맛을 내는 식물들이 있어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면 풍족하게 봄을 보낼 수 있기는 하다.
  이외에도 길 위에 무심결에 지나치는 민들레 역시 뿌리를 캐서 먹을 수 있고, 숲길에 있다 보면 나무 열매나 꿀 그리고 단풍의 수액까지 구할 수 있다. 조금만 궁리를 하다 보면 적은 양이기는 하더라도, 맛있게 식탁을 차릴 수 있으니, 그래서 봄이 좋은 계절이라 칭해지는 것 같다.

  잠시 쉬고 있다가, 집 안에 있는 바구니를 떠올리고서 그 바구니를 이용하면 냉이를 더 캘 수 있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바구니를 찾으려 하였다. 냉이는 하루 지나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탓인지, 냉이를 다시 캐내려 하는 나의 움직임은 여느 때보다 빨랐다.
  나는 냉이들이 잘 자라나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으며, 그 곳에 있다 보면 100 줄기 정도는 캘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그러다 보니, 그 곳으로 가려 하면서 나는 바구니 안이 대량의 냉이 줄기로 가득 채워질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히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창고 안의 바구니를 찾자마자 그 기대감에 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집을 나서게 되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기대한 대로 모든 일이 잘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려 하였다.

  물론, 기대한 대로 모든 일이 잘 되려면 돌발 상황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돌발 상황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면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일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 나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냉이를 가득히 품는 일에 대한 기대감을 마음에 가득히 품은 채, 바구니를 두 손으로 안고 집을 나서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나의 소정령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어라? 소정령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소정령이 나타나자마자 나는 놀라면서도 그 일에 대해 분명 누군가 나에게 통신을 전하고 있어서 그러할 것이라 간주하면서 누가 나에게 연락이라도 하려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소정령이 전하는 연락을 받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별다른 연락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시 후, 나는 그런 나에게 뜻하지 않은 상황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귓가로 소정령으로부터 아사이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그 목소리는 나에게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다급히 묻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다시 교회로 나서야만 했다. 분명 나는 바로 그와 헤어지고 집에 가려 한 것이었는데, 작별 인사도 없이 교회를 나선 일을 두고 아사이라가 내가 없어진 일에 대해 걱정의 표현을 하였고, 이에 상황 수습을 위해 나서야만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교회의 입구에 다시 이를 무렵, 내 우려대로, 아사이라는 토끼들과 놀아주는 일을 마치고, 교회 바로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가, 내가 그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바로 물었다.
  "라이나, 어디 가 있었어, 방금 전까지 네가 없어진 줄 알고 찾고 있었잖아."
  이에 나는 교회 인근의 산길에 냉이들이 자라나고 있는 광경을 보고, 그 냉이들을 캐내는 일을 하고 있었음을 알린 이후에 바로 집에 가려 했는데, 그가 토끼들과 놀아주느라 신경을 쓰지 못할 것 같아,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그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내는 아사이라.
  "그래도 작별 인사는 해 주지, 그 인사말 정도는 받아줄 수 있었는데."
  "미안해, 잘 몰랐었어." 이에 나는 바로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그런 아사이라의 말에 대해 미안하다고 화답을 해 주었다.

  덕분에 다시 내가 알고 있는 냉이가 많이 자라는 곳으로 가기 위한 시간까지 들여야 할 필요를 갖게 되었고, 냉이를 캘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실수를 한 결과인 만큼, 내가 그 일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고, 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아사이라가 내가 두 손으로 안은 바구니를 보더니 그 바구니에 대해 물었다.
  "어? 그 바구니는 왜 이 곳으로 가져온 거야?"
  그리고 내가 냉이를 캐기 위해 가져왔으며, 본래는 냉이가 많이 자라나고 있는 아세라이아의 인근 구역으로 나아가려 하였음을 밝히자,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도 그 곳으로 갈까, 일을 마칠 때는 15 시 정도라 조금 늦게나마 올 수 있는데."
  그 이후, 그는 냉이 캘 일에 들여야 할 시간을 내가 소모하게 된 일에 대해서는 실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서 그 대가로서 자신이 내 일을 도와주려 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바구니 안을 많은 양의 먹을 수 있는 풀들로 가득히 채워주겠다고 말하면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음을 드러내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