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의 앞에 마련했던 작은 뜰에서 살고 있는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작게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만에 그 커다란 나무에서 태어난 꽃봉오리들이 하얀 이파리를
펼치면서 집 주변 일대가 하얗게 꾸며지기 시작한 것이다.
피어난 꽃은 그 하얀 꽃들만이 아니었다. 지금껏 나뭇가지와 그 곳곳에 돋아난 꽃눈의 모습만 줄곧 보이고 있던 잘레아(Salea)
(1) 의 어린 나무들도 대기에 드리워져 있던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사라져 가면서 서서히 생기를 찾기 시작해, 분홍빛 꽃봉오리들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날씨가 날씨인 만큼,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완연한 꽃으로서 피어나게 될 것 같아 보였다. 이외에
델리온(Delion)
(2) 도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초록색 이파리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꽃씨를 심어놓기를 잘 했어.'
집 앞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들을 무릎에 두 손을 놓고 허리를 굽힌 채,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그러면서 3 월 중순부터 쓰려 했다가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있던 '꽃의 관찰일지'
작성도 조금 있으면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 이렇게 꽃씨를 심어 놓으니까, 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보게 되니 좋잖아."
그 때, 나의 뒤쪽에서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그런 나의 혼잣말에 화답을 하기라도 하는 듯이 나를 불렀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응으로써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여자아이를 향해 돌아서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리나(Irina) 라는 이웃 마을의 여자아이가 나를 찾아와서는 뒷짐을 지고 있으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내밀며 다가오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확실히 그랬어, 처음 심었을 때에는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삶을 마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해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무사히 싹을 틔우고 줄기를 자라게 하고, 마침내 꽃까지
피어나더라."
그 이후, 내가 그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듣고서,
"그러니까 불안하더라도 일단 해 보라는 말이 있는 것이잖아. 안 된다는 확신이 분명히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한,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해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전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의 심정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
"맞아, 네 말대로, 시도를 해 보지 않았으면 시기를 놓쳤을 것이고, 그러면서 많이 후회했을 거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나' 라고 생각하면서. 이번 시기를 놓치면 다시 1 년을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잖아, 안 그래?"
그 말을 듣고서 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화답을 하고, 그것을 마치면서 되묻는 목소리를 내자, 이리나는 밝게 웃음을 짓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 뿐, 마지막의 되물음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답변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을 보였으리라.
"다른 곳은 어때? 계곡의 물은 얼마나 녹았어?"
이후, 나는 화제를 바꾸어 다른 곳의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미 풀밭은 초록색을 완연히 되찾았으며, 아직 눈이 완전히 녹지는 않았어도 계곡의 얼음은 거의 녹아, 계곡을 따라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는 이리나. 그리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하늘과 땅의 분위기가 온화해지면서 길 가는 곳마다 꽃이 화창히 피어난 모습을 보게 될 것에 대한 기대를
해도 좋다는 언급을 하였다.
"왠지 그러면서 여행 모자를 준비해 두었을 것 같아."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어딘가에 이리나가 여행 모자를 숨겼다가 꺼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미처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자신도
집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바로 집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린 다음에 나를 등지면서 자기가 갈 길을 떠나가는 이리나. 그러면서 나에게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경각을 부르려 하는 듯한 발언을
드러내었다.
"자아, 레사이나도 어서 일어나야지, 꽃봉오리가 피어난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니잖아, 날도 추운 만큼, 따뜻한 물도 많이 주고, 거름도 보태주면서 그 기운을 받아 뜰의 어린 나무들이 작년만큼
아름답게 꽃을 피워야 하잖아."
그 이후, 나는 그 말대로 물을 받은 다음에 그것을 열기로 따뜻하게 데웠고-날씨가 차가웠던 탓에 태양의 열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정도 따뜻해진 물을 가져온 다음에 조금씩 뜰의 흙에
뿌려, 흙이 물로 적셔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고서 잠시 뜰 앞에 앉아 꽃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계곡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얼음이 온기에 의해 녹아 다시 활기를
찾았을 계곡 물의 모습을 보고, 봄의 기운을 받은 계곡 물로 지난 일로 인해 피로해진 몸을 씻어내기라도 하려 하면서.
그 때, 그런 나의 오른편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런 나를 향해 같은 마을에 사는 넬리아(Nelia) 가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나? 지금 계곡으로 가려 해, 계곡 물로 목욕이라도 하고 싶어서."
"정말?" 이에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더니, 팔짱을 끼고 걱정을 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계곡 물로 들어가면 잠에서 방금 깨어난 가재가 놀라 집게발을 들이밀지 않겠느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물론 그 목소리는 진심을 담고 있었겠지만 계곡 일대에 가재가 산다는 정보를 일찍이 접하고 있던 나는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나를 놀리기 위한 의도가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가재를
이용해 나를 놀리려 한 그의 오른팔을 꺾으며 외쳤다.
"어디서 가재를 말하고 있어, 내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을 줄 알아!?"
(1) 진달래
(2)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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