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어져 온 차가운 기운도 이제 물러설 때가 된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2 주 전만 하더라도 이 하늘에 드리워져 있던 차가운 기운은 계절의 영역을 넘어 이 곳에 계속 머무를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탓인지 2 주 전에는 창문을 열어놓아도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냉기를 완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창문을 열지 않으면 방의 온기로 인해 몸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그러하다보니 바람이 드나드는 집에 있을 때보다 밖에 있을 때가 더 시원한 만큼, 밖에 나가 달아오른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로 마음을 먹고 겨울의 기운이 물러간 거리로 간만에 나서 보았다.
  지난 주 이래로 지금까지 나는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집을 나서본 적이 없었다, 아니 일 처리 역시 집에서 하고, 근래에는 관련된 물품은 리엘라(Lyela) 를 통해 밖으로 보낸 탓에 내도록 집에만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 지금껏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음으로 인해 밖에 나갈 시간이 없었고, 일이 끝난 4 월 이후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껏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집을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밖에 나가 보았을 때, 세상은 그런 나의 눈앞으로 하나의 광경을 보이며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건너편에 있는 집의 뜰에 심어진 나무에 하얗게 피어나 새하얀 무늬의 모임을 그려내는 광경이 바로 그것.
  '목련이 피었구나, 내가 1 주 전에 보았을 때에는 아직 작은 봉오리인 것도 많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잇는 나. 집 안에 있을 때에도 현관 인근의 창가를 통해서라도 목련의 모습을 한 번 정도 본 적이 있긴 했었는데, 그 때에는 피어난 꽃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고, 하얀 꽃잎을 드러낸 봉오리가 많았지만, 그만큼 아직 자그마한 봉오리인 상태인 꽃들의 수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만 있지 않고, 꽃봉오리의 깨어난 상태에 따라 그렇게 꽃봉오리의 형태도 다양하여, 나무의 어떤 부분은 여러 종류의 꽃봉오리가 몇 가지에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있었다. 분명 1 주 전의 목련은 그러하였는데, 그 1 주의 시간만에 저렇게 목련이 만개하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그 만개한 목련나무를 지나친 후, 그 우측에 있는 아레사나(Aresana) 의 집, 그 왼편 부근에 이르렀을 때, 나의 눈앞으로 그 집 인근에 위치하고 있던 벚나무 역시 지금껏 감추고 있던 꽃봉오리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여, 어느덧 그 곳 일대도 분홍빛 무늬를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이 벚나무 역시 지난 주에는 꽃눈만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6 ~ 7 일 정도만에 다시 보았을 때에는 어느덧 이런 상태에 놓여 있게 된 것. 그런 벚나무의 모습을 우연하게나마 발견한 이후, 나는 잠시 그 벚나무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푸른 하늘 위로 그려내는 분홍빛 무늬를 잠시나마 감상하려 하였다.
  '언제 피어날까, 라고 생각하며 걱정했는데, 금세 이렇게까지 피어나고 있었구나.'
  그러는 동안 나의 마음 속을 이러한 생각이 지나가고 있었다. 겨울의 기운이 세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음으로 인해 꽃눈으로 지내야만 하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으리라. 예상했던 바, 그것보다도 오래 꽃들이 꽃눈으로 지내는 동안 얼마나 애가 탔을는지. 그래도 예상보다 빨랐다, 1 주 전의 목련, 그 상태를 보면서 한 13 일 즈음에 꽃이 만개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집 인근에 벚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습을 향해 시선을 향하고 있을 무렵, 나의 오른편에서부터 아레사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지난 밤 시간 동안, 잘 지냈냐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일단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를 향해 돌아서, 그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레사나는 뒷짐을 진 채, 나를 향해 서 있으면서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갑자기 이 곳이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아?"
  "아니, 그저 꽃들이 어느새 활짝 피어나 있어서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정도의 느낌만 들었을 뿐이야."
  그 물음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띠며 답을 하고서, 내일이나 모레 즈음에 시간을 내어 꽃 구경을 가 보지 않겠느냐고 묻고서, 그 즈음이면 인근의 풀밭에도 꽃들이 만발하여 볼만한 광경이 나타날 것 같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러자 "좋아." 라고 바로 답을 하는 아레사나.
  그 때, 갑자기 바람이 한 차례 세차게 불어와 아레사나를 스쳐 지나가고, 그로 인해 그의 머리카락이 왼편으로 잠시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 문득 내가 머리 모양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떠하냐고 묻자, 아레사나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잠시 쓰다듬는 모습을 보이면서 꼭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다면, 하나의 제안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건네었다.
  바람이 잠시 부는 동안, 나는 아레사나가 오른쪽을 향하는 땋은 머리 모양을 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땋은 머리카락이 봄에는 참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오른쪽을 향하는 머리 모양이 마치 봄바람을 느끼고 있는 듯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고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그 머리 모양은 앳된 모습을 보이는 이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였기에, 비교적 앳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아레사나라면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아레사나가 나에게 드러낸 제안에 따라 어렸을 때 했던 천으로 눈을 가리고 아레사나를 찾는 놀이를 한 번 하여, 시간 내로 찾아내는 놀이를 하여, 성공하면 그 제안대로 아레사나가 머리 모양을 바꾸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놀이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아레사나가 자신이 위치한 곳을 알리는 대로, 계속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마음이 다급했던 탓일까, 결국 놀이는 실패, 그로 인해 아레사나가 머리 모양을 바꾸는 일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