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사에 이어 아잘렌의 차례가 왔네."
"응, 나무들마다 하얗게 피어났던 세리사들의 역할을 아잘렌들이 이어 한다고 봐도 될 거야."
길을 걷다가 하나씩 스러져 가는 마그나(Magna)
(1) 와 세리사(Cerisa)
(2) 나무의 꽃들과 그 아래로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아잘렌(Azalen) 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나 그리고 나와 동행하는 사리나(Sarina) 언니는 그 짧은 대화를 잠시 주고받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에 이어서 사리나 언니가 나에게 물어, 리엘라(Lyela) 언니는 이번에는 아잘렌 꽃들을 그리려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아직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답변을 하고서
벚꽃들의 모습을 그리는 일로 인해 많이 피곤했을 텐데, 아직 아잘렌들이 만발하지 않았으니 잠시 쉬고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을 그에 이어서 하였다. 그러자 사리나 언니가 미소를 띠며 화답하였다.
"하기사, 나 같아도 그런 일을 계속 하다가 지치면 꽃들이 피어났다는 소식도 들으려 하지 않겠지."
그러다가 그는 리엘라 언니가 지난 해 이 맘 때 즈음에 자신을 비롯한 당시 그가 사는 마을에 머무르고 있던 몇몇 이들에게 했다는 '꽃에 관한 이야기' 가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대해 밝히려
하였다.
"리엘라 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꽃은 하나하나 상징하는 아름다운 존재가 있대. 주로 사람의 모습으로 비유가 되며, 그 중에서도 여성의 모습으로 비유가 자주 되고는 하지."
"꼭 여성이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
"아무래도 꽃이니까, 꽃이 상징하는 바가 남자이면 이상하잖아."
리엘라 언니가 하였다는 이야기에 대한 언급을 들으며 내가 한 마디 물음을 건네자 사리나 언니는 곧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나비 날개를 단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라고 말을
건네었다. 물론 나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상상을 하는 단계까지 거치지는 않았다.
그 이후, 사리나 언니는 리엘라가 언니가 자신에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하여, 우선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의 종류들 중 하나인 마그나 꽃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꽃잎을 가진 커다란 꽃인 마그나는 긴 치마를 입은 귀부인의 심상이 있대. 성숙하면서도 기품이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나. 그리고 그에 이어서 피어나는 꽃은 포르세아(Forsea)
(3)
는 가벼운 노란 드레스를 입은 앳된 소녀와 같다고 봐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
사리나 언니에게 리엘라 언니가 했던 비유의 예는 이외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 포르세아에 이어 피어나는 꽃들이라는 아잘렌 에세라(Azalen Esera)
(4) 는 분홍빛
치마를 입은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간직한 소녀 같다고 칭할 수 있으며, 그 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는 세리사는 작고 발랄한 느낌을 주는 어린 소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델리아(Delia)
(5)
는 발랄한 옷을 입은 밝은 소녀의 모습을 보는 느낌을 전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내가 한 이야기는 그 언니께서 하신 이야기를 간단히 추려본 거야, 그래서 간단한 설명이 빨리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였을 텐데, 괜찮아?"
그렇게 리엘라 언니의 비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 방식에 관해 물음을 건네는 사리나. 그 이야기에 대해 나는 리엘라 언니가 이전에 사리나 언니에게 하였을 꽃을 소녀에
비유하는 예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히 이야기를 간추리자니 나열식의 설명이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러면서 그 설명에 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리엘라 언니가 꽃을 볼 때마다 사리나 언니에게 하였을 이야기를 전부 정리하자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마음 속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비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리엘라 언니는 정말 꽃을 바라보면서 해당되는 소녀 혹은 여성이 꽃의 모습과 닮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었다. 그런 의문을 품으며 나는 사리나 언니에게 그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지는 않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을 하는 사리나 언니.
"인간에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카라이나."
이후, 사리나는 주변 일대로 피어난 아잘렌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이들은 아잘렌의 일종인 아잘렌 바나사(Azalen Vanasa)
(6) 임을 알리고서 봄철에 피어나는 가장 크고
화려한 꽃들 중 하나임을 밝힌 다음에 그래서 리엘라는 그 꽃이 전하는 느낌 역시 그 커다란 모습에 어울리는 너무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른스럽지도 않은 면모 그 자체라 표현한 바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서,
"그래서 그 꽃을 인간으로 봤을 때, 아직 앳되지만 성숙한 면모가 확연한 소녀의 모습 같다고 칭한 바 있어."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한편으로 대륙 동방의 어느 지역에서는 에세라를 '참꽃' 으로, 그 이후에 피어나는 바나사를 '개꽃', 즉 '거짓 꽃' 으로 칭한다는 이야기가 전래되고 있으며, 그래서 그 지역의
시가에서 언급되는 아잘렌은 항상 에세라임을 밝히기도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분명 바나사가 보다 크고 선명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더욱이 바나사는 어디서든 잘 자라나는 특성까지 가지고 있다는데 그 꽃을 '거짓 꽃'
이라 칭하려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사리나 언니에게 그에 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바로 자신도 마침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는 화답을 하는 사리나 언니.
"잘은 모르겠지만, 그 꽃에 독기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래."
"독기라고?" 지금껏 나는 아잘렌 바나사라 칭해지는 큰 꽃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들을 만져도 병 하나 걸린 적이 없었는데, 곧 사리나 언니가 의문을 풀어주었다, 독기로 인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와 더불어 에세라는 동방 지역에서는 산에 사는 사람들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달콤함과 쌉쌀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피의 병에 효과가 있는 약초로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밀떡에
올려 떡과 함께 먹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가 그를 통해 나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에세라는 경우에 따라 약초로도 활용이 가능한 식물이지만, 바나사는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먹는 것으로 병을 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대. 물론, 아주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어느 동방 지역 고대의 시가에서는 왕비가 될 여자에게 왕이 바친 꽃이 아잘렌 바나사라 칭해지는 그런 꽃이었대."
신기한 이야기였다. 물론 꽃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독기로 인해 '거짓 꽃' 취급을 받는 꽃도 세상에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롭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흥미로운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아잘렌 바나사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아잘렌 에세라보다 성숙한 소녀로 비유가 될 수 있으며, 그 꽃에 독기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성숙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질 수 있는 분노와 같은 악감정에 비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었다.
"혹시 아잘렌 바나사는 성숙하면서도 소녀다운 순수함 역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스러움에 의해 태어난 독기를 품은 소녀로서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바나사가 품은 독기는 세상물정을 알면서 표현이 가능해진 악감정으로 비유하면 되는 것이잖아, 그렇지 않아?"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바로 그런 것이었어."
이후, 밝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화답을 하는 사리나. 그러면서 그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요정과 바람의 정령, 둘의 관계와도 비슷하다는 언급을 하며 말하였다.
"요정은 순수하고 기쁨과 슬픔만 표현이 가능하지만, 바람의 정령은 요정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로는 분노와 같은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을 해칠 수도 있잖아, 실제로 바람의 정령이 보다
크기도 하고. 그러하니 요정을 에세라, 그리고 바람의 정령을 바나사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이야기 있지 않아?"
그리고서 바람의 정령의 경우도 징그러운 느낌을 전해줄 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벌' 로 비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였다.
"그러하려나." 이에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밝은 푸른색을 띠는 하늘 아래로 아잘렌들이 초록색 이파리들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여름을 준비해 가는 나무들 아래로 아잘렌들이 하나둘씩 꽃봉오리를 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화사하게 옷차림을 갖추어 입고 연회장에 나가려 하는 아름다운 소녀 공주와도 같이.
(1) 목련 (Latin : Magnolia)
(2) 벚꽃 (French : Cerise)
(3) 개나리 (Latin : Forsythia)
(4) 진달래 (Latin : Azalea)
(5) 민들레 (English : Dandelion)
(6) 철쭉 (English/Latin : Royal Aza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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