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시아 산에 있는 어느 외딴 오두막. 지어진지 100 년이 넘었다는 오두막으로서, 주변 일대에 작은 꽃들로 채워진 작은 화원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그 집에는 한 사람이 거주하고 있으면서 저술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21 일부터 10 일 간, 그 집에서 저술에 바쁜 그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돌보는 그런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는 나와 같은 바람의 정령으로서, 그 나이는 성인의 기준이라 칭할 수 있는 250 년에 상당히 근접해 가고 있었다. 항시 하늘색을 띠는 얇은 네글리제라 칭해지는 것으로서 발목까지 내려가며, 소매가 없고 어깨 끈이 달린 옷을 입고, 길게 자라난 머리카락을 바닥 근처까지 닿게 하고 있는 이. 그는 마지막 날인 30 일에 이르러서도 고깔모자처럼 생긴 천 모자를 머리에 쓴 채, 글을 쓰고 있었다.
  "이레아, 물 좀 가져오려무나."
  쓸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그는 바로 앞의 창가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채, 종이에만 시선을 두며, 나에게 물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에 나는 다른 말없이 물병을 찾아 종이 오른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가 글 쓰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도록 글 내용은 잠깐만 보았다. 이에 그는 그런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있었으나, 내가 직접 그에게 무언가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거니와, 한창 바쁜 때라 그런지, 나에게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21 일에 처음 집에 온 이래로, 밤새도록 집필에 열중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래서 가끔씩 그가 깨알 같이 쓰며 종이를 검게 물들이는 검은 문자들의 집합을 조금씩이나마 바라보며 이해를 어떻게든 하려 했지만, 워낙 글씨가 작은 데다가, 간간히 볼 수밖에 없어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그는 무심한 사람은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집필 때문에 바쁘기는 했지만, 집필을 하지 않을 때가 되면 자신이 직접 요리를 대접하거나 같이 놀아주기도 한다. 때로는 화원에 직접 물을 주고, 화원에 앉아 꽃들을 일일이 보살피는 모습까지 보이고는 했다. 예전에는 토끼도 집에 키우고 있었다지만, 근래 들어 세상을 떠나, 지금은 화원 근처의 어딘가에 무덤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목소리도 온화하고, 실수를 저질러도 화를 잘 내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였으며-원고를 실수로 물에 적신 적이 한 번 있었다, 그 때 그는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하며, 젖은 종이의 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글을 다시 쓰고는 했다-, 내가 자신을 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항시 배려를 해 주어서 그의 집에서 살아가는 일이 그렇게 큰 부담이 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200 세가 넘은 큰 언니 격인 바람의 정령과 함께 사는 일인지라 그로 인한 부담은 어쩔 수 없이 겪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글 집필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왔는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필기구에 묻은 잉크를 천으로 닦아내더니, 필기구와 종이를 차근히 정리한 후, 책상의 한 서랍에 넣어두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를 향해 돌아앉으며 물었다.
  "이레아, 지금껏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구나. 혹시 이번에도 어떻게 글을 쓰는 지가 궁금했니?"
  "......." 그 물음에 나는 달리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첫 날, 둘째 날에야 어떻게 글을 쓰는 지 궁금해서 힐끔힐끔이나마 계속 바라보려 하였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한 지금에서는 그 내용이 궁금하다손 치더라도 차라리 그 내용을 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뭐라 무서운 말을 할 것 같아, 몰래 바라보려 하였다가,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글 내용이 궁금해도 가만히 있었던 것이로구나, 그렇지?"
  "예." 이에 나는 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그는 한 번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면 보여달라고 부탁이라도 해 주지, 내가 인상 험악하게 하며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물론, 작업에 집중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옆에 누가 보더라도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
  라고 말을 한 다음에 다음부터는 얼마든지 보아도 좋으니까, 다음에 집에 올 때에는 그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지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발언을 드러내었다.
  이후, 그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물음을 건네었을 때, 나는 곧바로 그에게 하나의 요청을 행하여, 무엇에 관해 쓰고 있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려줄 것을 부탁하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로구나, 그래서 글을 바라보려 하였던 것일 테고, 그렇지?"
  라고 나의 대답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에 밝으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쓰는 글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나,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는 한 모험가의 생애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다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우선 간단히 소개를 하고, 자신이 쓰려 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려 하였다.

  그 때, 당시 들었던 이야기는 지금 내 주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로 일관되어 있었으며, 소로에나 인근의 상공을 시작으로, 동쪽 대륙의 바다와 다르시스의 안쪽에 있으며, 지금은 없어진 '폭풍의 장막' 안에 있는 고대 문명을 간직한 나라와 북부의 빙한 지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관한 소개와 그 지역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들이 장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안 소요된 시간은 6 시간 정도. 간략히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시간은 그렇게 걸렸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이 아는 대로, 서술하려 하다 보니, 30 여 권이 넘는 책의 저술이 필요하고, 그래서 작업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모험가가 모험에 전념한 기간은 무려 50 년 가량. 젊어서 여행을 시작했다면, 거의 늙은 채로 집에 돌아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러 세대가 교체될 정도의 긴 기간 동안, 그가 행한 모험을 통해 그는 필시 명망 높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이후에는 전설이 되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와 같은 모험가가 될 수 있을 것일까, 에 관한 생각이었다. 그 근거는 이야기를 서술하던 그의 한 가지 발언에 있었으니, 그 전설적 모험가 역시 처음에는 평범한 소년 혹은 소녀에 불과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모험에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해야할 일이 많은 데다가, 오랜 기간 동안 모험에 전념할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험가가 평범한 사람이었음에도 모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음에는 분명 정신적인 무언가가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었을 텐데, 아직 나에게는 그러한 것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으니 나에게 나름 용기가 생겨나고 있음은 확실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 보내게 될 긴 여행의 나날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이런 결심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듯해, 결심을 바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