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다, 평소에 자주 다루는 물건이라든가, 음식 저장을 위한 물품 혹은 각종 필기 도구 등이 사람처럼 인격을 가져서 내가 함부로 다루거나 할 때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할 때가 되면, 나는 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에 대하여.
  다소 엉뚱한 생각이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한 번 즈음은 사람이 할 만한 생각이라는 점에서 무가치한 생각이라 여기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력이 존재하는 세상인 만큼, 마녀가 우연히 마을에 들렀다가 사물들에 인격을 가하는 장난을 칠 수도 있기도 하고.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격을 만들어서 부여하는 일 자체가 깊은 수준의 창조를 요하는데, 이 창조라는 것이 마력의 운용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격을 창조하는 일이 대규모의 기운을 다루는 일 그 이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래도 그런 일이 실제로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면, 사람들에게 있어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 같아."
  우연히 마을에서 마주친 학우인 이나엘(Inael) 과 함께 인근 도시의 찻집에 가서 빙수를 함께 먹는 동안, 이나엘로부터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에 내가 바로 답을 한 이래로, 한 동안 사물의 모습이 사람으로 변이될 때의 모습에 대한 상상에 관한 대화가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한 번 정도로는 대소동으로 여기려 할 거야, 그런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어야만 사물을 대하는 태도 등에 변화가 생겨날 수 있겠지."
  "특히, 이들이 예쁘장한 목소리를 낸다면 더욱 그러하려나."
  이에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는 이나엘. 물론 나는 목소리만으로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실제로 마력을 통해 사물에 목소리를 낼 수 있기도 하잖아. 그리고 얼음 창고와 같은 사물이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낸다면......."
  "조금 이상하기는 하겠네." 이에 이나엘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말을 건넨 이후에 농담 삼아 혹시, 이런 사물들이 정말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묻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식당의 주방 인근의 한 곳에 위치한 얼음 창고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두텁고, 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표면을 가진 것으로서, 내 키보다 더 크고, 옆 둘레도 두 아름 이상이나 되는 그 얼음 창고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이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둘레부터 몇 아름 되는 얼음 창고의 육중하면서 네모난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시킨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해 딱히 잘 상상이 가지 않았으나, 그래도 대응되는 모습이 있다면 거대하면서 근육이 극도로 발달된 강인한 인상을 가지는 얼음 거인의 모습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이나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저런 거대한 물건이라면, 거인의 모습으로 변하겠지? 거대하면서 강인하기까지 한."
  "...... 그러하긴 할 거야, 그 거대한 모습이 어디 가지는 않겠지."
  이에 그렇게 답을 하는 이나엘. 이후, 내가 이나엘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자, 그 답으로써 그는 차가운 인상을 가지는 소녀의 모습이 될 것이라 상상했다는 언급을 하였으며, 물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음 창고 본연의 모습이라든가 그 크기와는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냉장고의 외형과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
  "마녀들이 사물을 변이 시킬 때, 사물의 용도에 맞추려 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냉장고는 사물을 담아두고, 관리하면서 사람이 필요할 때, 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으니까,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가고 있을 거야."

  이후에도 사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토대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로 이나엘은 사물의 용도에 맞추어 예상되는 모습을 상상하였고, 나는 사물의 외형에 맞추어 예상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하였다. 이나엘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변이한 모습을 주로, 작은 요정이나 소녀의 모습으로 변하리라 예상하고 있었으며, 나는 난장이에서부터 거인까지 다양한 모습이 나왔다.
  "있잖아, 이나엘." 그래서 나는 그런 상상을 하는 그에게 그 상상대로 사물이 변이한다면 집 안이 요정들로 가득해지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이나엘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도 놀랍기는 해도, 때로는 재미있게 여기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런 이나엘이 사물들이 항상 예쁜 요정이나 소녀의 모습으로 변이하리라는 생각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어서, 도검과 같은 전투에 관한 사물에 대해서는 변이할 경우, 강인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하리라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싸움을 위해 밖으로 나가기 위한 물품인 만큼,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할 때에는 강하고 남성적인 모습으로 변이되리라는 상상을 한 것이었다. 나는 창이나 도끼 류는 남성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검이나 화살 같이 외형이 다소 중시되는 것은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하리라고 상상을 했었다.
  이런 상상이 이어지면서 나와 이나엘 모두 이런 변이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기는 해도, 한 번 일어날 수 있다면 재미난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공감의 형성과 함께 나와 이나엘의 하나의 주제를 소재로 한 대화는 비로소 끝이 났다.

  "그런데 대화가 너무 오래 이어진 것 아니야? 아나야, 이 빙수 좀 봐!"
  빙수를 잊고 대화를 이어가다가 이나엘이 급히 나를 부를 때가 되어서야 나는 처음 대화를 시작했을 때에는 온전한 모습을 보이던 빙수가 어느새 녹아 희멀건 물 속에 젤리와 떡이 가라앉거나 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빙수가 이렇게 녹을 줄이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먹자!"
  이후, 나는 그렇게 이나엘에게 빨리 빙수부터 먹자고 청을 하고서 급히 빙수를 먹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