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아 언니! 이것은 아주머니를 위해 마련한 빵인데, 왜 또 가져가!!!"
  오늘도 크림 빵을 하나 냉동 창고에서 가져가려니, 아미아가 나에게 소리 친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 원인을 알 수 있기라도 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지난 번에는 원인도 모르는 채, 빵을 빼앗겼었는데.
  아미아의 집에는 세니티아 성계 출신 같지는 않아 보이는 할머니께서 머무르시고 계신다. 산에서 멧돼지에게 습격을 받아 죽어갈 위험에 처해 있다가 아미아의 도움을 받아 겨우 구조된 분이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아미아와 동거를 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 할머니께서는 멧돼지 무리에게 습격을 당한 상태였으며, 기르던 개가 하나 있었으나, 그의 앞에서 공포에 질린 채, 짖는 도중에 멧돼지의 뿔에 받혀 세상을 떠났다-당시의 일에 대해 아미아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개가 쓰러진 곳 주변 일대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내장이 거의 다 보일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다른 말 없이 화살을 꺼내, 멧돼지에게 쏘았고, 이로 인해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멧돼지가 화살에 잇달아 맞으면서 쓰러지자 다른 멧돼지들도 두려움에 처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36 년 전의 일이었으니, 당시 할머니는 무척 젊은 여성이었을 것이었다. 구조된 이후, 할머니께서는 아미아에게 종이라도 되겠음을 알렸으나, 아미아는 그런 그의 요청을 거절하였고, 집의 평생 손님으로서 계속 대접을 받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35 년은 세니티아 인들에게도 짧은 세월은 결코 아니다. 그 긴 기간 동안 아미아가 할머니를 자신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처럼 보살폈으니, 서로 간의 애정이 얼마나 클 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하니, 그를 위한 것이라면 작은 크림 빵 한 덩어리라도 아미아는 크게 신경을 쓰고는 했다.
  "미안해, 다음부터 안 하면 되잖아."
  이에 나는 그저 환하게 미소를 띠면서 그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의 그러한 심정 정도는 이해해 주는 것이 그를 대하는 데에 있어서 일종의 '도리' 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밤이 되었을 무렵, 할머니께서 잠시 외출을 하신 사이에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방 정리를 해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랍장을 우연히 열었을 무렵, 거기서 하나의 작은 초상 사진이 액자에 감싸인 채, 서랍 안에 들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액자 안에는 갈색을 띠는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지는 젊은 여인이 하얀 블라우스와 푸른색을 띠며 무릎까지 내려가는 치마 그리고 푸른색을 띠는 조끼를 입은 채, 의자에 앉아 자세를 취하면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밝은 색을 띠는 얼굴의 모습 유난히 아름다웠으며, 몸의 모습도 그에 어울리게 아름다웠던 여인. 그 여인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 사진의 주인공이 할머니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실재하는 이로서, 그러한 이의 모습을 특정한 이가 갖고 있음은 곧, 사진 속의 주인공이 그와 무언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사진 속의 사람은 분명 할머니와 관련이 있었을 거야, 어떤 사람이었으려나.'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 채,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을 무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시아 언니, 거기서 뭐해?"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젊은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나의 곁에 있으면서 조용히 나와 함께 그 사진을 바라보려 하였다.
  "이 사진이라면 나도 본 적이 있어, 할머니께서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다니시는 물건이야."
  아미아는 그 사진이 할머니의 젊었을 적의 모습을 품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자신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한 때, 무척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자신이 머무르고 있던 일자리에서 그런 아름다움으로 인해 만인에게 사랑을 받던 사람이었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었을 것 아니야?"
  "무언가 모종의 사연이 있었겠지. 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배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시던데........"
  물음에 대한 답을 하면서 잠시 우울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아미아.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의 가족들은 그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거야?"
  "나도 그러고는 싶었지만,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서, 바로 단념해 버렸어. 그가 죽은 후, 유족들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어느 단체로부터 돈을 받았대. 그게 막대한 돈으로서, 유족들의 살림에 보탬이 되었나 봐. 하지만 만약에 그 분께서 살아서 돌아오시게 되었다면, 유족들은 그 돈을 돌려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고, 그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분을 죽었다고 어떻게든 단정지으려 하였을 것이었대. 그러니까, 살아있으되, 죽은 사람 취급 당하게 되어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
  이후, 내가 이어 건넨 물음에 아미아는 다시금 우울한 느낌을 전해주는 목소리를 내며 그 물음에 바로 답을 해 주었다. 그 대답을 듣고서, 나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온화한 마음씨를 가지고 계신 할머니라지만 그런 그의 이면에는 고향의, 그리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 그리고 풀어낼 수 없는 망향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었으리라. 그런 사실도 모르는 채, 할머니께서 그저 온화하신 분이라 생각하고, 그 분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 일에 대해 나는 그저 그 분께 죄송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아미아가 항시 그를 즐겁게 대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내가 할머니를 대할 때의 자세에 바라보아야 할 거울의 상일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 사항이 들었다, 세니티아 성계로 생존하는 인간이 전이하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특별한 사유도 없이 예외 사항이 나왔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 의문에 대한 물음을 드러내었을 때, 아미아는 이렇게 답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계기는 반드시 특별한 이유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야. 그 분의 경우처럼 우연히 다른 공간에 전이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 무척 드문 경우이기는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