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의 공식적인 첫 달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겨울의 최절정이기도 한 1 월은 그만큼 가장 움츠러들기 쉬운 기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해에 들어서면서 눈이 이전 해에 비해 적게 내린 탓인지-자주 내리기는 했어도 내릴 때마다 조금만 내렸다- 눈으로 인한 즐거운 분위기가 사실상 없기도 했다.
  하지만 그 1 월도 20 일이 지나고 나니, 슬슬 차가운 기운이 조금씩이나마 약해지려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바람이 거세기는 하지만, 그래도 창문을 열어도 다소 쌀쌀하기만 할 뿐, 차가움이 강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닌 만큼, 그 정도면 이전에 비해 덜 추워졌다고 볼 수 있겠다.
  추위가 누그러진 대신에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오늘, 산길을 넘어 인근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숲에 위치한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을 가져오기 위한 일이었다. 올해는 집에 동거하기 시작한 샤린이 가능한 많은 양을 가져오겠다고 오기를 드러냈고, 그 의지 표명을 위해 제법 큰 유리병 두 개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수액의 채취도 지나치면 나무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미가 수액을 암만 빨아먹어도 나무가 괜찮은 것은 그 양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나무에 영향이 갈 정도로 수액을 가져가겠다고 작정을 했던 샤린이었지만 막상 나무의 수액을 채취할 때에는 유리병 한 병을 채우는 정도로 끝냈을 뿐, 남은 한 병은 그냥 비운 채 들고 가려 했다가 나무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던 언니에게 그 병을 갖다 주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이제 이 수액을 졸여서 단풍액을 만들면 되는 거지?"
  산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오른손에 병을 쥔 채, 팔을 높이 든 채, 머리 뒤로 손을 옮기는 샤린의 우측 곁에 있으면서 뒷짐을 진 채, 그를 향해 상반신을 돌리면서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자 샤린은 조용히 미소를 띠며 "응." 이라고 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욕심대로 병을 채우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샤린은 단풍액을 마련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는지, 흡족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뜻하지 않게 우울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떤 노인 한 분께서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채, 비틀거리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계시는 모습이 나의 먼 앞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노인 분께서는 등에 높이만 하더라도 자신의 키, 그 절반에 이르며, 여러 물품들로 가득히 채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해 보이는 등짐을 지고 있는데, 그 체격은 나이 때문인지 많이 가녀린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런 그에게 집을 들고 가기란 힘들어 보였는데, 거기에 만취한 상태이시기도 해서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일 자체에 심각한 무리가 있어 보였으니, 도와주지 않으면 위험해 보였다.
  "샤린, 저기를 봐!"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급히 샤린을 부르면서 먼 앞에서부터 노인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왼손으로 가리켰고, 이에 놀란 샤린이 바로 먼 앞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 방향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한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와주어야 하지 않아?" 누가 보아도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었던지라 나는 다급히 샤린에게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하지만 걸어가기 힘들 정도는 아니잖아, 괜찮을 거야."
  그러나 샤린은 괜찮다고 답을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도움을 주려 하면 오히려 부담을 느끼려 할 지도 모른다고 이유를 밝히며 그냥 지나치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노인 분께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일단 그 분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쓰러질 뻔한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일어서는 노인 분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그를 부축해주려 하였다. 하지만 노인 분께서는 자신은 괜찮으니 갈 길 가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가씨도 집에 가야 하지 않나, 사랑하는 가족이 없나? 그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서 돌아가야지. 보아하니, 뒤에 같이 가는 이도 있던데, 그에게 부담될 일은 마련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나."
  취기가 느껴졌지만 정신만큼은 온전하였던 목소리. 그 목소리에서는 온화하면서 아이를 다그치는 어른의 면모가 완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취기에 무거운 물품을 들고 있었던 탓인지 몸을 가누기는 힘들어 보였으나, 이성의 상태까지 그러한 몸 상태와 같지는 않았던 것. 그런 그 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나 자신의 마음이 무안해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도움을 주려 하였다가 오히려 노인 분께 같이 가는 사람이 우려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충고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렇게 마음 속에 무안함만을 남긴 채, 바로 샤린의 곁으로 돌아갔다.

  "내 말이 맞지?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이후, 샤린은 무안해진 나에게 바로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필요 없는 이들이 정말 있을 수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 그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려 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 중에는 외부에서의 도움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노인을 지나치려 할 무렵, 샤린이 두 손을 내린 채, 앞장서서 차분히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사네사, 도와주려면 내 일을 도와주는 게 어떻겠니?"
  그러는 동안 노인 분께서는 앞길이 오르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앞길을 나아가시고 계셨다. 그러는 동안 그 분의 비틀거림은 처음 그 분의 모습을 보셨을 때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바로 걸어가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일까, 아니면 그렇다고 내가 믿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