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서서히 따뜻해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오후의 어느 순간에 창가를 통해서든, 직접 밖으로 나가보든 간에 마을의 바깥 거리를 살펴 보아서, 그 거리 위를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이 쉽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서 2 일 혹은 3 일 전부터 마을 밖에서 아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때마다 창가를 통해 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거리 위로 아이들이 술래잡기 때문에 뛰고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부터 작은 아이들이 마을의 곳곳을 정신 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다.
  "드디어 봄날이 오기는 왔나 보구나~~~."
  그 광경을 창가를 통해 바라본 이후, 나는 바로 두 팔을 높이 들어 기지개를 펴고, 이어서 지금껏 비워놓은 집 앞의 뜰에 꽃씨를 심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책상의 첫 번째 서랍에 지금껏 말린 채 보관하고 있던 씨앗이 들은 종이 봉투를 하나씩 꺼냈다, 하나에는 '빨강' 그리고 다른 하나에는 '파랑' 이라는 글자가 그 표면의 중간 즈음에 쓰여져 있었으니, 모두 이전에 내가 심었던 화초에 피었던 꽃들의 색깔이 어떠하였는지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빨강' 이라 쓰여진 봉지의 씨앗들은 빨간 꽃을 피웠던 화초에서부터 태어난 씨앗들이었던 것이었다.
  지난 며칠 전의 보슬비를 맞으면서 적당히 습기를 머금게 된 뜰의 흙, 그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이전에 물에 불려 놓았던 씨앗들을 하나씩 일정한 간격을 이루도록 하면서 심었다. 각 봉지 안에 있던 씨앗의 수는 3 개로 모두 6 개의 씨앗이 화단의 흙 속에서 잠들게 되었다. 사실 이전의 화단에서 얻은 씨앗의 수는 각 줄기 당 10 개는 넘었으나, 많은 개체 수가 필요하지는 않았기에 나머지는 인근의 집에 사는 에르시아(Ersia) 에게 주거나 마을의 교외에서 기르고 있던 닭들의 모이로 주었다-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심으려 한 씨앗의 바탕이 되는 꽃은 바로 '나팔꽃' 이라는 이름을 가진다는 꽃으로서, 그 형상이 나팔을 닮았다고 알려진 꽃. 기둥을 감으며 올라가는 덩굴식물의 대표적인 형태로서 최대 10 메타르까지 태양을 바라보며 기둥 위를 오를 수 있다고 알려진 식물의 일종이다.
  이번에는 여러 방향으로 나무 막대기를 꽂아 놓을 생각이다, 태양을 향해 올라간다는 나팔꽃 덩굴 줄기의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직접 관찰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의한 일.
  그런 생각을 하며 창가를 떠나 1 층으로 내려올 무렵, 나의 곁으로 어린 바람의 정령, 레미라(Lemira) 가 나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오면서 나에게 물었다.
  "언니, 내일부터 토끼장 다시 가는 거야?"
  "물론, 이제 봄이 되었으니까, 틈나는 대로 토끼장에 가야지?"
  이후, 나는 바로 밝은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물었다, 그러면서 오늘 날짜를 돌아보니 어느새 3 월도 이미 반이 지난 때, 더 이상 겨울 외투가 어울리지는 않는 그런 때가 되었다. 어떤 이는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 이들은 여름철을 맞이한 듯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기까지 하는 마당에, 이제 겨울의 사고는 버려야 하겠지.
  "봄이 되었으니까, 이제 포르세티아(Forsethia) 숲에 산다는 꽃의 요정도 다시 볼 수 있는 거야?"
  이후, 레미라는 바로 꽃의 요정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아세라이아 인근에는 포르세티아라는 이름이 부여된 숲이 하나 있고, 그 숲에는 여러 노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그 숲의 노란 꽃에 대해서는 밤이 되면 노란 꽃의 요정이 숲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전설이 사실인지는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요정의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요정들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본 사람이 있다니까, 분명 볼 수는 있겠지. 그러니까, 날이 조금 더 화창해지고, 꽃이 피면 포르세티아 숲으로 가자, 요정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하였기에 나는 온화한 목소리로 레미라에게 그렇게 꽃이 피기 시작할 즈음에 숲으로 놀러가자는 말로써 그에게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그 이후, 레미라와 함께 집을 나서다가 집의 지붕 안쪽을 살펴볼 무렵, 나는 지금껏 잊고 있었던 하나의 사항에 대한 생각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집에 혹시라도 벌들이 벌집을 마련하는 일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필요가 생겼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날이 따뜻해지니, 지금껏 동면을 취하거나 집에서 쉬고 있던 개구리, 도룡뇽이나 각종 곤충들이 깨어날 때가 되었으니, 이들이 집에 보금자리를 차지하였을 경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었다.
  "그들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어찌하겠어, 그들의 독 때문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집을 못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 꿀벌들이 이상한 판단을 해, 정령들의 근거지에 집을 마련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소원을 해도 실수하는 꿀벌들은 집을 차리겠지, 일의 주체는 소원을 비는 내가 아닌 바로 그 꿀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