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여전히 센 편이었지만, 그 바람마저도 시원하다고 여기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아직 나뭇가지가 새 잎이 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날은 계속 따뜻해지고 있었던 만큼, 확실히 겨울의 기운은 하늘의 저편으로 물러가고 있다고 봐도 될 듯 싶었다. 그러하니 차디찬 바람이 불어와도 시원하게 여기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내도록 갈색을 띠기만 하던 대지 역시 점차 초록빛을 되찾아가며, 풀밭의 모습이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봄날이 다가온다고 믿어도 될 듯 싶었다.
  "밀도 이제 수확할 때가 되었지?"
  "응, 배추 밭에서 얼어붙은 배춧잎, 몇 장 수거했어?"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사디나(Sadina) 가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 있었다. 배춧잎이라면 지난 23 일에 내가 직접 배추 밭에 들어간 이후에 수거할 만큼, 해서 꽤 많은 양을 확보하고 있었으니-하루 종일 배춧잎만 수거했다, 그리고 1/6 만 내가 소유했고, 나머지는 마을의 창고로 옮겨진 상태-, 사디나가 건네는 물음에는 바로 그렇다는 확신에 찬 대답을 건넬 수 있었다.

  마을 바깥의 거리를 거닐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교외 인근의 산길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길의 우측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나무에 걸린 거미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때 마침 비가 그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만큼, 빗방울이 거미줄에 매달려 자그마한 구슬을 만들고 있었다.
  "예전에 그런 시가가 있었던 것 같아."
  "무슨 시가?" 그 무렵, 사디나가 거미줄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시가에 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내가 바로 무슨 시가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파리에 은구슬, 거미줄에 옥구슬이 매달린 듯 하다는 표현이 들어가는 시가였다는 언급을 하였다.
  "은구슬? 그런 것도 있나?"
  "쇠구슬도 있으니, 아마 있겠지."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는 사디나. 그리고 자신이 더 기억하는 것으로는 이런 구슬들을 실로 꿰어 매달고 싶다는 말이 들어간 어구였음을 밝히고서 이 둘이 서로 이어진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 구슬들이 실은 빗방울에 비유된 것이었음을 처음 시가를 보았을 때에는 몰랐었다는 언급을 이어 하였다.
  "그러다가, 그것들이 빗방울이었음을 알았을 때에는 빗방울을 어떻게 실에 매달아, 라고 의문을 드러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렇지 않아?"
  "바로 알아맞히네." 그 이후, 내가 그에 대한 물음을 다시 건네자, 바로 어떻게 알았느냐는 말을 하는 듯이 화답을 하는 사디나. 그 이후, 그는 빗방울의 투명한 모습을 보면서 은 혹은 투명한 수정과 같은 모습을 시가를 지은 사람이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하는 목쇠를 내었다.

  "혹시 너는 거미줄에 대해 생각나는 시가 있어?"
  "응, 하나." 물론 나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알았을 리는 없고, 나중에 그 시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내면서 연관지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후, 사디나에게 언급한 그 시가는 거미줄에 코끼리가 매달려 그네를 탄 일에 관한 시가였다. 본래 거미줄은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거미가 설치해 놓은 줄로서 상당히 끈끈해서 곤충이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런 거미줄에 코끼리가 걸렸으니, 코끼리가 움직이면 그 움직이는 대로 거미줄이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으니, 이를 두고 그네 탄다는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코끼리가 거미줄로 그네를 타려 하면 금방 끊어지지 않아?"
  "굉장히 튼튼한 거미줄이라서 그러하였겠지."
  이후, 사디나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답을 하였다. 본래 이런 시가는 현실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환상적인 세계나, 재미난 세계의 모습을 연상하기 위해 일부러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물리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것. 현실의 자연적, 물리적 현상을 모두 고려한 채, 환상 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려 하면 되려 재미없게 그 모습이 그려지는 경우도 있기에 대개 한 두 가지 즈음, 그런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일을 언급하기에 그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러하기에, 비현실성이 가하는 재미가 시가나 이야기에 부여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