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가면서 큰 꽃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초록빛 수풀 사이로 자그마한 노란 꽃들의 모습이 보여, 산길을 지나는 나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
  당시, 나는 산길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먼 곳에 머무르고 있다가 돌아가는 도중이었고,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해도 서쪽 하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던지라 집으로 나아가는 나의 발걸음은 그저 초조하기만 하여, 주변의 풍경은 보이지도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 저녁을 혼자서 먹을 수는 없잖아.'
  당시, 나는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집에 있는 언니가 날이 어두워질 즈음에 식기 정리를 하기에 그 전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저녁 식사는 굶던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물론 식기를 사용하면 그 식기는 내가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정신 없이 산길을 따라 뛰어가다가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잠시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며 쉬고 있다가, 잠깐 고개를 돌리고 있을 즈음, 그런 나의 눈앞으로 한 무리의 꽃들이 활짝 피어난 모습이 바로 들어왔다.
  자그마한 풀 위에 피어난 작은 꽃들, 그러나 그 꽃들은 봄에 피어난 여느 꽃들과 마찬가지로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여름이 되면서 성숙해 가는 초록빛 이파리들 사이에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모습이 너무나 왜소해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꽃이 참 예쁘네, 자그마해서 그런가."
  지난 두 달 즈음 전, 아데시아 산의 정상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높은 한 곳에는 고원 지대가 있고, 그 고원을 따라 풀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꽃밭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척 작은 꽃들이 한가득 피어나 있으면서 산등성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모습, 그 꽃들을 보니 문득 그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잠깐이라도 보고 가자, 암만 급해도 이 모습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꽃밭을 향해 돌아선 이후에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있으면서 잠시 동안 그 꽃이 피어난 모습에 시선을 두기 시작하였다.
  잠깐 그 모습을 보면서 그 작은 꽃에도 요정이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 곳을 지나치려 하는 순간, 그 인근에 또 다른 자그마한 꽃 무리가 형성되어 있는 광경이 눈앞에 들어왔고, 이어서 또 다른 꽃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계속 나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꽃이 만발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길의 한 곳에 서 있는 나무들에는 하얀색을 띠는 자그마한 꽃들이 뭉쳐 있으면서 피어나 있었고, 그 둥글게 모인 모습 역시 마을 인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인지라 길을 가려 하면서도 그 모습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고 있었다.
  "언젠가, 집에 가면 씨앗이라도 마련해서 키워야 겠다."
  이후, 나는 그렇게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서 바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그러면서 이전만큼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가며, 앞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꽃들을 계속 감상하며 잠시 산길의 한 곳에 머무르는 동안 오랜 시간이 지나가기라도 했는지 어느새 나의 눈앞으로는 저물어 가는 해와 어두워져 가는 하늘의 모습이 눈에 띄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마을에 도착할 무렵에는 날이 어두워질 것임이 분명했다.
  '할 수 없다, 비행을 통해 날아가자.'
  그리하여 나는 날개를 펼치고, 속도를 내면서 내가 머무르는 마을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밤이 될 때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이 아니기에 서둘러야만 했고, 그래서 하늘의 모습과 지표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여유도 없이 다급히 앞만 바라보며 날고 있었다. 그런데,
  "어라? 이 빛들은.......?"
  그 때, 빛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둘러보니, 한 무리의 별빛처럼 생긴 빛의 무리들이 나를 따라 하늘을 비행하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들어오고 있었다.
  "....... 나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 흥미라도 생긴 건가."
  자세히 보니, 이들은 모두 요정들로서, 내 손바닥 크기 만한 모습에, 노란 옷을 입은 어린 소녀처럼 생긴 이들이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나에 대한 흥미를 느낀 모양.
  그렇게 나는 나에게 흥미를 가졌을지도 모르는 요정들과 함께 저물어 가는 하늘 위를 조용히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