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의 절친 중 하나인 라르나(Larna) 와 함께 어선 체험의 일환으로 라르니온(Larnion) 서부 해안 지역의 작은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얼린 해산물을 바로 받아서 집에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해물이 근래 잡히고 있는지에 대해 소식을 듣는 일 없이 바로 그 마을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정말 자신 있겠어? 다음 달에 가도 되는 일이잖아."
  그 때, 동행하던 라르나가 뭔가 들은 바가 있기라도 한 듯이, 우려의 감정을 드러내놓는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물었으나, 나는 바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화답을 하였다.
  "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한다고 하잖아, 위험할 리 있겠어."
  "아네샤, 정말 라르니온 일대에서 근래 잡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못하였구나, 그게 뭔지 이야기를 들었으면 달리 생각을 했을 텐데."
  이에 라르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더니, 곧바로 나에게 라르니온 서부 일대에 근래부터 사람들이 잡기 시작한 것으로 '바닷가재' 가 있음을 밝혔다. 육중한 크기에-대략 1 메타르에 이르는 것도 있을 정도- 식감, 맛 모든 면에서 뛰어난 식재료가 되는 수중 생물이지만, 집게발 크기에 걸맞는 억센 힘을 가지고 있어 손과 발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다는 생물 종이 바로 바닷가재.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계곡에서 가재의 작은 집게에 당한 전력이 있었던지라, 유난히 큰 집게를 가진다는 바닷가재 잡는 배에 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면서 라르나에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정말이야. 그것 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네 눈 모양새부터 커졌어, 그러다가 눈동자 다 드러나겠다."
  처음에는 나름 기대를 하며 출발했던 여행이건만, 암만 좋은 식재료가 된다고 해도, 집게가 워낙 위협적이라 직접 마주치기는 싫었던 그 가재들과 마주칠 생각을 하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행여 무섭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 그러다가 문득 라르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무섭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러면서 그에게 물음을 하나 건네려 하였다.
  "라르나, 그러면 너는 가재들이 집게로 위협하는 게 무섭지 않아?"
  "...... 무섭긴 해." 그러자 그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겨우 기운 없이 목소리를 내며 답하였다. 바닷가재 잡으러 가는 길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무섭지 않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
  "그래도, 너 혼자 바닷가재를 잡는 일을 돕게 하려니, 앞 일이 걱정이 되어서 나섰어."
  그리고 일을 무사히 마치면 바닷가재를 찜이든 구이이든 일단 최대한 많이 마련해 놓겠음을 밝히고, 그에 대한 발언을 이어서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필요하지도 않고, 또 익숙치도 않은 일을 하느라,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하잖아. 그 집게발 공격을 8 시간 이상 견디어야 하는데."

  라르니온 북부의 작은 섬에 위치한 해안 마을에 이르렀을 때에는 날은 이미 어두워진 때였다. 그 마을에 이르자마자 여관을 찾아, 하룻밤을 보낸 이후에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서 바로 바닷가재잡이를 위해 나서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배에 올랐다.
  배에는 오랫동안 바닷가재 잡이를 연안에서 해 왔다는 경력 있는 어부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물의 정령도 두 명 정도 있었다. 이르야(Irja) 그리고 라사엘(Rasael)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소녀들은 해저로 잠수해, 바닷가재잡이를 위한 부표를 설치하고, 또 잡이가 끝날 즈음에 부표를 완전히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잠수를 위해 본래는 어부들이 직접 나서지만, 이렇게 물의 정령들이 도와주러 오기도 한다-.

  본래 바닷가재 잡이는 2 일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1 일 째에 통발형으로 이루어진 그물에 미끼를 넣어 바닷물에 던져 넣고, 2 일 째에 통발을 거두어 그 안에 들어있는 가재들을 나무통이나 바구니 등에 옮겨놓는 형태로 비교적 단순한 일이었다-하지만 바닷가재의 특성이 특성인지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배에 탑승한 이후, 나는 어부들과 함께 전날에 설치된 그물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맡고, 라르나는 뒤에서 그물에 걸린 바닷가재들을 나무 바구니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잠수 역할을 맡는 물의 정령 두 명도 라르나와 함께 바닷가재를 바구니에 올려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두 소녀들은 그물에 같이 걸린 바닷게 그리고 물고기들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으며, 풀어주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물고기 등이 걸렸을 때에는 그에 대해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통발형 그물이 배 위로 끌어올려지면서 커다란 바닷가재들이 그물에 걸려온 모습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각각의 크기는 정말 팔뚝 크기만 하고, 집게발 크기는 손 크기만큼이나 커서 살아있는 그 모습을 볼 때에는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물론 정말 1 메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바닷가재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그 가재들은 잡은 그물을
  "조심하세요, 굉장히 위협적인 애들이라서요, 손가락을 물어뜯기도 해요, 한 번 당하면 손가락을 못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셔야 해요."
  그러는 동안 라르나가 위치한 곳에서부터 두 소녀들의 당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는 이렇게 걸려온 가재들이 작은 나무통을 가득 채웠는데, 이르야가 이를 나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르야, 라사엘 그리고 라르나가 바닷가재들의 집게를 묶을 때, 나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암만 그래도 그 집게발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 잡힌 가재의 수는 대략 40 여 마리. 그 중에서 10 마리는 마을에서 먹기에 너무 많다고 간주한 사람들이 풀어주고, 나머지는 요리를 위해 활용하게 되었다. 나와 라르나는 거기서 2 마리의 바닷가재를 요구했고, 건네 받은 가재들을 구워서 한 마리씩 먹었다. 처음에는 빨갛게 익어도 위협적인 형태가 남은 그 모양새-특히 눈동자의 모습만큼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로 인해 쉽게 접할 수 없었으나, 갑각을 깨고, 라르나가 익혀진 살을 건네주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바로 갑각을 깨뜨리고, 살을 집어먹기 시작하였다.
  나와 라르나 모두 원래는 4 마리고, 8 마리고 먹을 생각-특히 라르나가 더욱 그랬다. 그는 정말 처음부터 집게발과 대면하고 있었기 때문에-이었지만 내 마음가는 대로 그런 일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그렇고, 라르나까지 생각 외로 기름진 그 가재를 한 마리만 먹고 나니, 바로 배가 불러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마리씩 더 얻어오겠다는 라르나의 생각은 결국 없던 것이 되어 버렸다.

  문득 궁금해져서 이르야에게 다가가 그에게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묶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로부터 본래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지 못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동족끼리 잡아먹지 못하게 하기 위한 면도 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전에도 저도 5 마리 정도 가재들을 키워본 적이 있어요. 새끼 때부터 키워서 성체가 될 때까지 보살피다가, 성체가 된 이후에는 본래 살던 강가로 놓아주었지요. 그렇게 먹이 관리에 신경을 써 주었는데도 결국 살아남은 이는 한 마리 뿐이었어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 나머지는, 잡아 먹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