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와도 같은 자그마한 꽃의 요정을 하나 데리고, 나서는 여행. 그 목적지는 엘젠 산맥의 비교적 낮은 지대에 있는 수풀 지대였다. 엘젠 산맥을 가로지르는 작은 산악 열차를 타고, 동쪽으로 나아가기를 3 시간이면 당도할 수 있는 곳. 그 수풀 지대는 유난히 풀밭이 무성히 자라나 있고, 또한 여름에 피어나는 꽃들 역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기에, 하루 정도 머무르기에는 좋은 곳이었다-수풀 지대의 한 곳에 샘물이 있기도 하고-.
  그 수풀 지대는 특이한 것이 있어서, 간혹 역사 연구를 위해 엘젠 산맥 동부 근처에 위치한 나크란(Nakran) 등에서 오는 땅의 정령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과거 옛 도시의 유산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탑들과 그 탑들 사이로 보이는 자그마한 작은 건축물들이 그것.
  작은 건축물들 역시 유적의 일부였기에, 지금은 머무르는 사람이 없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그 중에는 간혹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내부는 풀밭으로 가득해, 그야말로 '건물의 망령' 인 것도 있었다. 그 유적지는 곳곳에 탑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사이로 작은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은 마치 과거 옛 시대의 탑상 건축물 위주의 거주 구역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었다.
  이외에도 땅의 정령들은 그 유적지와 주변 일대의 땅을 파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땅 속에 유물들이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이미 그 곳에서 몇 차례 들려온 바 있어, 그 유물들을 찾아내기 위해 하나의 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의 땅을 파내는 일이 그것. 그러면서 실제로 그 유적의 땅 속에서 옛 문명의 소산으로 추정되는 본래 의식 생활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하얀 구조물들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녹이 슬어 거의 붉게 변해버린 옷걸이와 각종 옷가지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특이한 물품들도 몇 있었다는데, 바로 가운데에 회색을 띠는 사각형이 그려진 검은 판자들이 그것으로서, 작은 것은 손바닥 크기에서, 큰 것은 손바닥 크기의 대략 2 ~ 3 배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하며, 그 중에는 우측 혹은 하단에 동그랗게 움푹 파인 부분이 자리잡은 것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용도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이들을 다루어 볼 수 있는 방법을 지금은 찾을 수 없음이 그 이유라고.
  그 유적지를 지나, 근방의 샘가로 나아간 이후에 샘 근처에 이르고서, 한 벌씩 옷을 벗어서는 바로 샘 안으로 들어가 몸을 적셨다. 그러는 동안 물에 들어가면 큰일인 꽃의 요정은 샘의 근처에 벗어놓은 옷가지 근처에 위치한 작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로 오면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지루하기는 해, 혼자 있으니까,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이후, 나의 발언에 대해 요정이 "어째서지요?" 라고 묻자, 나는 바로 그 답으로써 요정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며 이러한 말을 전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 풍경을 밤까지 감상할 수 있잖아, 그게 좋은 것 같아.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그 사람의 일도 신경 써야 하잖아, 그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그러면 언니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게 싫다는 거예요?"
  "....... 그건 아냐." 이에 당황한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요정이 물음을 건네자,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건네고서, 그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후, 나는 그 근방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샤론의 꽃(Sharon's Rose)" 라 칭해지는 꽃이 피어나는 나무들이 일렬로 세워진 곳에 이르렀고, 그 나란히 세워진 꽃나무들의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길 위를 지나는 바람을 조용히 맞는 채, 길을 걸어 나아갔다.
  "이렇게까지 샤론의 꽃들이 많이 피어난 곳은 처음이네, 이전까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꽃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는 나. 그 때, 어깨 위에 앉아있던 요정이 그 꽃들로 시선을 향하면서 나에게 조용히 묻는 모습을 보였다.
  "그 꽃의 요정들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으려나요, 궁금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샤론의 꽃이라 칭해지는 것들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땅의 정령들이 사는 곳에서 이들이 피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지만, 땅의 정령들이 살아가는 거주지에 내가 있어본 적도 없고 하니, 그 모습을 확인할 기회는 사실 있지도 않았다.
  "언젠가 알 수 있을만한 때가 오긴 하겠지."
  그러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면서 요정에게 답을 하는 채, 길을 걸었다. 그렇게 길을 걸어 나아가며, 나는 그 길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유적지의 모습까지 둘러보았다가, 다시 내가 위치하고 있던 샘가로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하나였던 하얀 꽃의 요정은 어느새 수십 여 명까지 늘어나 있었으며, 그 중 몇은 내 머리 위에 올라가 놀거나 잠을 청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