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주일 즈음 후에 행하게 될 여름 여행 계획 구성에 정신이 없는 아네샤를 달래면서, 그를 이끌고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편인 음유시인이 공연을 하는 곳에 왔다. 그 공연을 하는 장소는 내가 자주 다니는 도시의 성당 앞에 위치한 광장의 분수대.
  유난히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그 음유 시인의 이름은 '시온(Sion)'.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사랑에 관한 노래를 주로 부르는 사람으로서, 온화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젊은 목소리에 잔잔한 하프의 음색에 어울리는 느낌을 잘 표현하던 그런 음악가였다. 물론 나는 그가 그런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좋긴 했지만, 아네샤에게 그 느낌을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아네샤가 음유 시인의 공연을 구경한 지는 상당히 오래되기도 했고, 근래 들어 아네샤가 할 일이 없어 심심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에, 흥미 거리를 제공하고자 그 곳으로 보낸 것이다.
  주말을 맞이해, 시간을 내서 준비하였다는 공연. 그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음유 시인이 하프를 든 그 분수대 주변으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이들의 다수는 그 준수하기 이를 데 없는 훤칠한 젊은 남성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온 젊은 여성들이었지만, 그의 음악에 흥미 있어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수는 대략 100 여 명 정도.
  다만, 흥겨운 음악을 좋아하는 아네샤는 내가 강제로 끌고 오기도 했거니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그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들이 졸음을 부르고 있었는지, 슬슬 눈이 감기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안 그래도 여행 일정 정하기에 피곤하던 아네샤를 졸린다고 무작정 때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잠에 빠지는 아네샤를 나는 그저 미소를 띠는 채, 지긋이 바라보기만 할 뿐, 그에게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자신의 진심을 담았을 법한 음악이 울려 퍼진 이후, 시온은 조심스럽게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공연 관람을 위해 와 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이 그에게서 전해져 왔다. 그리고서 다음에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하는 시온. 그 때,
  "시온 씨지요? 그 희극단 '마넨티부스 우눔 녹테(Manentibus Unum Nocte)' 에서의 공연, 잘 관람했어요! 앞으로 마넨티부스 우눔 녹테가 최고의 희극단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해 볼게요!"
  라고 외치는 어떤 젊은 남자의 목소리. 그러자 시온은 차분한 본래의 표정을 놓아두고, 갑자기 밝게 웃음을 짓더니 바로 활기찬 목소리로 이렇게 화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요?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외쳐 볼까요? 마넨티부스~ 우누~~움."
  "...... 녹테......!" 그러자 본인도 당황했는지, 화답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짓는 남성. 그러면서 그는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그의 공연을 가만히 감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라바루트 우눔 녹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줄곧 하나의 일상을 소재로 공연을 하는 희극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인원 수는 최소 5 명에서 최대 8 명으로서, 주로 희극이나 가면극을 행하는 사람들이 연합한 형태로 알고 있었는데, 자유 음유 시인인 시온이 거기에 가담해 있다는 사실은 오늘 그 곳에서 처음 알게 된 바이다.
  "있잖아, 라르나. 저렇게 자유 음유 시인이 드러내놓고 희극단을 홍보해도 돼?"
  졸다 말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심기 불편을 바로 드러내는 아네샤. 그러면서 그는 본래 자유 음유 시인은 음유 시인의 규정 상, 타 집단의 홍보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 않느냐고 불평의 목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아네샤의 말이 맞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단위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타 집단에 대한 홍보성 발언을 하지 않는다-적어도 그 집단 고유의 특성을 함부로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행하는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큰 약속으로 자리잡고 있는 바였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아네샤를 비롯한 4 자매가 관람한 공연의 예술가들 중에는 여태껏 그 규약을 약하게라도 어기는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규약을 나름 학교 교육도 충실하게 받았다고 알려진 시온이 마음대로 어기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이 하나의 법적 제한 사항인 것도 아니고, 특별히 처벌받거나 하는 일은 아닌 만큼, 그가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신상에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상습적이 아니기도 하다는 점도 특별히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었지만, 아네샤의 생각은 달랐다, 법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규약은 규약인 만큼, 그 규약을 어긴 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용서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다만, 그에 대한 논란으로 나의 심기까지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생각은 그러하다고 말하면서 진정을 하는 듯한 모습을 바로 보이고 있었다.

  "....... 나도, 네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얼핏 보아서는 납득이 갈 수 없어 보였던 그 행동에 나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긴 했다.
  이후, 누군가를 위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면서 왠지 내가 지목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나는 바로 아네샤를 데리고 집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흥겨워야 할 공연이 왠지 모르게 짜증스러워졌고, 그래서 관람하면서 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에 간 이후, 간만에 아미아 언니, 라디사, 나 그리고 아네샤의 4 자매가 내 집에 모여서는 음유 시인의 특정 집단-작게는 작은 연극단에서부터 크게는 도시의 사무국까지-을 언급하는 수준의 상한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밤늦게까지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