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대비한답시고, 지난 11 월부터 나뭇가지들을 정리해, 장작을 마련하고, 그 장작을 이용해 난로를 피우며, 각종 빛을 발하는 결정 조각들을 이것저것 마련해 와서, 집 근방에 마련한 모조 나무-차마 살아있는 나무의 허리를 자를 수는 없어서-를 그 결정 조각으로 장식하는 일까지 마쳐 놓았건만, 막상 이렇게 성야가 다가올 시점이 되니,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놀고만 있었다.
  더욱이, 오늘은 날씨가 워낙 춥다 보니, 밖에 나가기도 곤란해서 하루 종일 집 안에만 머무르며 거실과 침실을 오가며, 이것저것 놀이에 빠져 있었다. 하기사, 이렇게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놀 수 있는 때가 세상에 며칠이나 될는지, 오늘이야말로 그 동안 일에 매진했던 순간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날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할 일 없는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간만에 얼어붙은 호수로 가서 낚시나 하러 가는 게 어때?"
  그 때, 같이 집에 있던 리사나(Rysana) 가 나에게 그렇게 제안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집에 하루 종일 있도록 하자고 내가 청을 하여, 그 역시 별 수 없이 집에 나와 같이 머무르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에는 고기도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가 봐야 추위만 느낄 뿐, 물고기를 잡아올 일도 없다는 것이 내가 그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였다.
  그러면서 조용히 침대에 누운 채, 나름 별 모양의 장식을 투명한 실에 매달아 놓으며, 꾸며놓은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으니, 교회에라도 가서 나무 장식을 선물할 겸, 교회에서 성가 연습에 전념하고 있을 외지에서 온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냥 가면 섭섭하지 않겠어?"
  이에 근방에 놓인 의자에 거꾸로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던 리사나가 그렇게 묻더니, 뭐라도 선물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더니, 집 안에 대량의 식재료들이 저장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음을 밝히고서, 이전에 치즈도 많이 마련해 두지 않았느냐고 묻더니, 그것들을 이용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교회에서 성가 연습을 위해 일부러 찾아와 준 외지인들을 위해 치즈 파이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치즈를 집에 마련해 둔 우유 등과 섞어서 굽기로 하였으나, 리사나의 생각이 그런 나의 생각과 달라, 만드는 치즈 파이의 종류 자체를 달리 하게 되었다.
  만드는 방법 자체를 기술하자면 간단하였다. 주어진 크림 치즈와 우유 크림 그리고 젤리를 있는 대로 섞어서 냉동 창고 안에 넣어두는 것이 전부. 그 모든 일은 리사나가 알려주는 대로, 내가 했으며, 마지막으로 파이의 형태를 만들어서 그 표면을 붉은 젤리로 꾸미는 일은 리사나가 직접 하였다.
  그 모든 일을 마쳤을 때는 18 시 정도로 이미 날은 어두워진 때였다. 선물 보따리 안에 그렇게 차게 굳히는 형태로 만든 치즈 파이를 양손 가득히 들고, 어둠에 잠긴 마을의 길을 따라 빛을 가득히 밝히고 있는 교회 건물을 향해 나아가며, 문득 떠오른 의문들에 대해 내가 리사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치즈 파이를 차게 만들려 한 이유가 있어?"
  "추울 때에는 차게 먹고, 더울 때에는 뜨겁게 먹으라는 말이 있어, 그래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 어느 경전에서 본 내용이야."
  그러면서 어차피 치즈 파이는 뜨겁게 만들든, 차게 만들든 차갑게 내놓는 것은 똑같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제서야 나는 과정이야 어쨌든 치즈 파이는 차갑게 식혀서 낸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하루 종일 집에서 놀겠다며 편히 있더니, 그에 대한 기억도 정신이 늘어지면서 잠시 희미해졌던 모양.

  무리할 정도로 많이 만들어 두기는 했으나, 그러하였기에 성과는 확실히 좋았다. 성가 연습을 위해 온 소년, 소녀들에게 나누어주고도 양이 남아, 나머지는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남은 치즈 파이의 개수는 온전한 개체 2 개 정도. 그리하여 한 사람이 치즈 파이를 1 개씩 가질 수 있었다.
  "어때? 많이 만들어 두기를 잘했지?"
  그 때, 그렇게 치즈 파이가 남는 모습을 보며, 리사나가 방긋 웃으면서 나에게 물었고, 이에 나는 남은 치즈 파이를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잘 한 것 같기는 하다고 답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이번에는 리사나가 앞장서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에게 묻고 있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정말 과거의 그 성자는 12 월 25 일에 태어난 것이 사실일까? 하필이면 1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12 월 21 일과 그리 멀지 않은 때에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음에는 무언가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그래."
  그러자 그 물음에 내가 바로 답을 하였다.
  "나도 그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사람이 1 년 중 가장 어두운 날에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음에는 나름의 상징이 부여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