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해, 마을에서 빵을 굽는 일을 하는 아주머니께서 휴가 여행을 떠나셨다. 매일 같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과자, 빵을 만드는 일을 맡으시는 그 분께서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자신의 집을 비우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빵이나 과자의 수요가 적기는 해도, 매일 같이 반드시 나오기에,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그를 대신해 집으로 들어가서, 그 일을 해 줘야 했다. 다행히도 라디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제과에 그렇게 서투르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아주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매일 같이 빵집에 머무를 수만은 없었기에,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나서서 재료를 빻아 가루로 만드는 일과 그 가루를 이용해 반죽을 만드는 일, 그리고 빵을 빚고, 이를 구워내는 일을 맡았다. 따라서 가게 안에는 적어도 3 명의 인원이 항시 들어가 있었다. 가게 안에 1 사람이 모든 일을 전담할 수도 있었지만, 아주머니께서 작업 하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
  12 일에는 내가 미레아(Mirea) 그리고 키야스(Kijas) 와 함께 작업에 나섰으며,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내가 반죽을 만드는 일에 나섰다. 반죽을 만드는 일이 제일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셋 모두 어리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많은 편인 내가 힘든 일에 앞장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가루를 빻는 일을 맡던 미레아가 곁에서 반죽을 하고 있던 나에게 감탄의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미레아는 가루를 뭉쳐 하얀 덩어리로 만들어 이를 밀방망이로 밀어 납작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이를 접어 덩어리로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던 나에게 휴가를 위해 떠나신 아주머니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길 만도 하지, 세 사람이 이렇게 힘들게 나서야 그 분께서 하시는 만큼 할 수 있으니까."
  그 말에 나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바로 미레아에게 그 아주머니께서 빨리 돌아오시길 바라고 있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오셨으면 하지, 그 분께서 돌아오셔야, 마을 사람들의 부담이 줄어서, 각자 원래 맡은 일에 전념할 수 있으니까. 이전에 라타(Llata) 언니도 어제에는 내도록 빵집에 머무르고 있어서 본래 하던 일인 과일 돌보는 일을 같이 사는 동생에게 맡겨야 했다잖아."
  "라타 언니 집에 사는 동생이라면 리셴(Lishaen) 이잖아, 그 아이, 벌집이라도 건드린 것은 아니겠지?"
  "요즘에는 안 그래." 라타 언니의 집에는 리셴-본명은 리셰(Lishae)-이라는 동생처럼 여기는 아이가 있다.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그 활달함이 한 때는 워낙 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과수원에 자리잡고 있던 벌집을 잘못 건드려 화를 입은 적이 있기도 했다. 다행히도 벌들은 제압되고, 벌집 역시 불에 타는 것으로써 최후를 맞아,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그 이후 리셴은 벌집은 그 때의 기억으로 인해 잘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고.

  아주머니께서 혼자 하는 일을 셋이서 겨우겨우 마무리짓고서, 집으로 돌아올 그 때, 어느새 마을 중앙 거리의 벚나무들이 새하얀 벚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꽃봉오리들의 모습만 계속 보여, 한 동안 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었다.
  "다음 주에나 필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만개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께서 나아가신 곳은 엘젠 산맥의 남부 지대로 산악 기차를 이용해 갔다고 한다. 엘젠 산맥이라는 곳 자체가 워낙 험준한 곳이라, 나아가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갔다고.
  "그 곳에서도 많은 벚꽃이 피어나 만개하고 있겠지?"
  "당연하겠지, 여기와 거의 날씨가 비슷할 텐데."
  그러는 동안 어느새 만개해 주변 일대를 하얗게 물들이기 시작한 벚꽃들은 나를 비롯한 집으로 돌아가는 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세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벚꽃의 새하얀 모습에 대해, 별로 내켜하지 않았으니, 벚꽃의 색을 언급하라 하면, 연분홍색을 떠올려 왔던지라, 새하얀 벚꽃의 색이 그런 나에게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모습을 다시 바라보니, 그 모습이 마치 겨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청초함을 묘사한 듯한 면이 있어서 그 모습 역시 나름 마음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러한 새하얀 모습이 세상에 물들지 않은 듯해 보이는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과 닮은 면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