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람이 찬 편이지만, 그래도 겨울은 거의 다 지나간 것 같다. 그래서 근래 들어 자주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줄넘기도 하게 되었다. 겨울 기간이라고 해서 항시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날씨가 좋아지면서 밖에 돌아다닐 일이 더 많아지며,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거하고 있는 아이와 함께 밧줄을 잡고, 이를 함께 돌리면서 더욱 어린 아이들의 줄넘기 놀이를 도와주기도 하였다. 한 명씩 어린 아이들이 줄을 넘기 위해 왔고, 그 때마다 내가 그들을 위해 줄을 돌려주었다. 그 일을 8 시부터 12 시까지 4 시간 동안 하였고, 이를 위해 집 앞의 광장에 나와 있었다.
  그 일을 마친 후, 나 역시 짧은 줄 하나 잡고, 줄넘기를 하였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줄을 돌리면서 그 줄을 넘는 동작을 취하는 형태로 운동을 하였으며, 이전에 비해 확실히 실력이 나아져서, 이를 통해 이제 내 평상시 실력이 돌아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그에 대해 기뻐하기도 하였다.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하나의 그림을 발견하고, 그 그림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를 구입하였다. 꽤 많은 돈이 들었고, 그래서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후회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림을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그 그림을 거실의 벽 한 곳에 걸어두었다. 그 그림은 평상시에 보는 것보다 훨씬 단순한 것으로서, 감청색을 띠는 단색의 하늘 위에 점처럼 보이는 여러 색의 별들이 떠 있으며, 별들 사이로 하늘색을 띠는 유성 하나가 지상에 자리잡은 하얀색을 띠는 교회 건물을 향해 떨어지는 듯한 광경을 보이는 것이 전부인 그림이었다.
  그림 자체는 단순했으나, 별들과 하늘의 선명한 색으로 특징을 주고 있었다. 워낙 단순해서 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대충은 따라할 수는 있어 보였다. 이전에 마련하였던 물고기들이 그려진 단순한 형태의 그림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유형의 그림이라 칭할 수 있을까.
  "이 그림, 어디에서 마련해 온 거야?"
  "길 가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구매했어.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거야."
  비싼 그림은 아니었다. 구입하기 위해 500 페니(= 5 크로네) 를 들였으니, 통상적으로 구매 가능한 그림들의 평균 가격이 50 내지는 300 크로네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싸게 산 것이다, 그림이 통상적인 그림에 비해 매우 조잡, 아니 단순해 보였기 때문이겠지만.
  "무척 단순한 그림이네, 너도 따라 그릴 수 있어 보이는데."
  내가 처음 보면서 느낀 바와 비슷한 말을 동거하고 있던 아이가 언급하였다. 이에 나는 나 자신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한 그 다음에 그래도 색감이 좋지 않냐고 그에게 이어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는 그 말에 공감하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지, 예술가가 그린 그림 같지는 않아."
  그러면서도 나는 단순하기는 하지만, 조잡하지는 않은 그림 아니냐고 물은 이후에 예술적으로 그리는 척하면서 조잡한 면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그림들에 비하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는 다소 미묘해 보이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밝은 편이기는 해서, 이를 두고 나는 그 아이가 내 생각을 잘 이해해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기려 하였다.

  그렇게 그림을 벽에 걸어놓은 이후, 나는 곧바로 인근의 산꼭대기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 날 오후에 그 산꼭대기에서 글라이더라는 이름의 비행 도구를 타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미리 타겠음을 알리며, 그 일의 참여를 이전에 요청한 바 있었으니, 그 요청에 따라 예정된 그 때에 비행기에 타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고공에서 구동 기관 없이 움직이는 비행기로서, 방향 조작은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바람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그 바람을 세차게 타면서 그로 인해 비행기의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바람이 그렇게 심하게 불지는 않아, 바로 비행에 나설 수 있었다.
  다만, 내가 탈 때에는 뜻하지 않게 강풍이 불어 그로 인해 글라이더의 상태가 이상해진 적이 있기는 있었다. 그 때에는 정말 너무 위험해서 어찌할 줄 모르기도. 나에 이어, 그 아이가 뒤이어 탑승하면서 글라이더라는 비행기의 시험 운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글라이더를 만들었다는 사람은 그것을 공중에서 지상을 관찰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간단히 활용할 수 있기를 원하였으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비행기의 특성 상, 그 비행기를 그런 용도로 안정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모자라 보였고, 그 제작자의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물음에 나와 그 아이는 만장일치로 "아니오." 라는 답을 하였다.
  "어지간히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그 비행기에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