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소로에나 근교의 산을 오가다가, 시간이 되면 찻집, 도서관 등지를 들르는 형태의 간단한 여행만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성야 기간이 다가오면서 그 전에 한 번 여행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곳으로 떠나가려 하였다. 소로에나-엘젠 인근에서부터 동쪽 방향으로 360 만 메타르 너머에 위치한 몬다스의 동남단, 라무란(Ramuran) 이라는 항구 도시가 그 목적지였다.
  라무란은 몬다스 동남단에 위치한 라넬리스 동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라넬리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구가 소재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한 곳이다. 그와 더불어 그에 못지 않은 규모를 가지는 항구가 3 곳이 더 있어서 라넬리스에서는 가장 많은 배가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우선 들른 곳은 라무란 제 1 항구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시장 거리로서, 제 1 항구는 본래 어항으로서, 어선들의 교류가 예로부터 빈번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의 건너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으며, 그 바다에 여러 큰 배들이 정박해 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항 부근의 시장이라서 그러한지, 시장에는 주로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원래 산악 지대인 소로에나-엘젠에서는 생선이라는 것을 구경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지라-생선이 가끔 들어오기도 한다, 다만 워낙 귀한 재료인 탓에 특별히 선택된 사람에게만 조리가 허용된다. 대개, 빵집이나 요리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분들께서 조리를 맡으신다. 이러한 사정이 있다보니, 당연히 자금으로는 거래가 되지 않는다-, 흥미롭게 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는 하였다. 생선 가격이 의외로 저렴하다는 점도 나를 놀라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아가씨, 생선 처음 보나? 두 눈 크게 뜨며 바라보는게 꼭 신기한 물건 바라보는 모습 같아."
  그러는 도중에 나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 적이 있었다. 마치 다랑어처럼 보이는 거대한 푸른빛 물고기들이 부채꼴 모양을 이루며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그 물고기를 팔고 있던 아주머니께서 그런 나에게 관심을 가지시며 여쭈어 본 것. 그 때의 아주머니 목소리는 다소의 측은한 느낌도 있어서 그 목소리를 들으며, 바로 민망함의 감정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었다.

  그 다음에 이른 곳은 티아네(Tiane) 섬과 라무란 본령을 잇는 티아네 다리와 그 너머의 티아네 섬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해양 박물관이라는 곳이었다. 그저, 수조의 청록빛 물과 그 물 속을 유영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그리고 푸른 수조의 바닥에 자리잡으며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바다의 '화초' 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박물관에는 두 개의 놀이 시설이 있었다. 배를 직접 움직이는 시설과 닻을 올려보는 시설로서, 어린 아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닻을 올리는 시설을 통한 닻 올리기는 무척 쉬운 편이었다. 배도 한 번씩 움직여 보았으며, 두 대의 배를 동시에 조작한 적도 있었다. 두 배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이들이 서로 부딪치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해 보니 잘 되지는 않았다.

  시장 거리와 박물관을 들른 후, 본령의 남서쪽에 위치한 타다르(Tadar) 해안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청한 후, 바로 도시 중부의 해안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최대의 항구라 알려진  제 2 항구에 이르렀다. 그 시각은 7 시로서, 아직 태양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은 때였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바람도 무척 차가웠던 때, 그 때에 내가 그 제 2 항구에 이르렀음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바다에서 일출을 맞이하기로 함이 그 이유로서, 사람이 붐비는 성야나 신년 때에 일출을 맞이하는 대신에 비교적 여유롭고 편안한 때에 바다로 나아가, 그 바다의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겠다는 것이 그 의도였다. 이 의도는 내가 먼 동쪽으로 나아가, 그 동쪽 바다를 보려 한 이유이기도 하였다.
  7 시 10 분 즈음에는 태양이 떠오를 것 같다고 생각해서, 4 시에 기상해, 5 시 30 분 즈음에 출발하여 7 시 조금 넘어서 제 2 항구에 도달했지만, 실제 태양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수면 위로 그 빛을 비추기 시작한 때는 8 시 즈음이었다. 실은 7 시 즈음에 태양이 떠오르기는 하였지만 구름에 가려져 그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8 시 즈음에 구름을 뚫고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어 수면 위로 빛나는 모습을 비추기도 하였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50 여 분 간을 찬 바람을 맞아가면서 견디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구름 위를 지나, 수면에까지 그 빛나는 모습을 비추는 그 화려한 광경은 이전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모습이었던지라, 그렇게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그 모습을 무척 인상 깊게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래서 10 여 분이 지나 태양이 구름 위를 벗어나, 발그레한 모습에서 노랗게 빛을 발하는 아침 해의 모습으로 변해 갈 때까지 그 모습을 두 눈을 뜨며 가만히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이후, 아침 식사를 한 이후에는 친구를 만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행을 이어가며, 바다 구경을 이어가고는 하였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록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