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넬리스 동남단의 항구 도시 라무란에는 아침 일찍 도착하였다. 비행선 등을 이용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전날 18 시 즈음에 비행선에 타서는 다음날 5 시 즈음에 도착하였으니, 도합 11 시간을 비행선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0 시간 넘게 비행선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라무란에 이르렀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특별히 마련된 성야의 휴가 기간 중에 한 번 정도는 살고 있는 소로에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보고 싶었음이 그 이유.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것이 내가 그 먼 곳에 이른 유일한 이유이다.
  라넬리스의 라무란은 비교적 따뜻한 곳으로 알려진 몬다스 동부의 라넬리스 지역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으나, 12 월 중순의 겨울은 그 지역에서도 꽤 가혹한 편이었다. 몸이 그렇게 추운 편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바람이 강했던 탓인지 손이 많이 시렸다. 아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보기 힘들어진 해 뜨는 광경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비행선 선착장을 떠나, 그 정남쪽 방향을 따라 나아갔고, 항구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시각은 8 시 즈음, 본래 해 뜨는 시각은 7 시 30 분 즈음이었겠지만-지나가던 청소부 아저씨께서 그렇게 알려 주셨다- 구름이 동쪽 수평선 언저리에 깔려 있었기에 해가 온전히 떠오르는 모습을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었다.
  당시, 나는 날개를 펼치고 비행을 행하여, 당시의 항구에 정박해 있던 대형 수송선들 중 하나의 깃대에 이르러서는 그 깃대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양동이처럼 생긴 전망대 위로 몰래 올라가, 그 전망대 안에 자리잡아서는 그 전망대에서 하늘의 동쪽을 바라보려 하였다.
  배는 중요한 수송 작업과 관련되어 있었는지 크나큰 상자들이 대열을 맞춘 채, 쌓여 있었으니, 그 거대한 상자들이 배를 가득 채운 것을 넘어, 그 끝이 20 여 메타르 높이에 이르는 깃대의 중간 지점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였으나, 그 무렵에는 아직 출항할 때가 아니라, 사람들이 승선하지 않아서 그러한지, 배 안에는 그 어떤 사람들도 자리잡고 있지 않았으며, 그래서 배 안의 사람들에 대한 걱정 없이 배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항구의 지면에서는 여러 커다란 배들이 먼 저편의 하늘, 그 일부를 가리기도 해서, 온전한 하늘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양동이처럼 생긴 깃대의 전망대 위에 올라, 그 모든 것들보다 높은 곳에 있으니, 그 어떤 사물도 눈앞에 보이는 하늘을 가리지 않았고, 그래서 눈앞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몹시 세찬 날이었지만, 그 날의 바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잔잔했다. 내가 직접 느끼는 바와 달리, 바람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덕분에 수면 위로 비추어지는 태양의 열기가 가득히 달아오르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침이 되면서 사람들이 배를 향해 한둘씩 다가오면서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하면서 바로 날개짓을 하면서 배에서 벗어나, 항구로 돌아와 착지를 한 이후에 바로 항구로 가면서 알게 된 지팡이 모양의 탑이 있다는 라무란 남쪽의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고, 그러면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 하였다.
  이전에 라무란을 방문해 여행을 이어가고 있던 이리사(Irisa) 를 만난 일은 그 이후, 산길을 따라 이어진 계단을 올라, 비교적 낮은 산 정상에 위치한 거대한 종을 두고 있는 작은 누각에 이르렀을 때에 있었다. 당시, 이리사는 누각의 바로 남쪽 근처에 있으면서 종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혹시 같이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다가가려 하는데, 그 때, 갑자기 이리사가 내가 위치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러면서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라무란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던 이리사를 따라, 시장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라무란 동쪽에 경관이 아름다운 해안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 해안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걸어서 가려 했지만, 그 남부 지대와 동남쪽에 위치한 해안가와의 거리는 걸어서 당장에 가기에는 무리였기에-점심 전까지 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바로 갈 수 있도록 수레를 이용해 동남부의 해안 거리를 향해 나아갔고, 이를 통해 11 시 무렵에 그 해안 지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점심 먹기 전에 잠시 해안 지대의 바다를 구경하고는 했었다. 겨울이라, 사람들의 흥미를 많이 끌지는 못했지만, 여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다는 여전히 비취색을 띠고 있어서 그 당시의 다소 투명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을 띠고 있었던 하늘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려 쉽게 떠나가지 못하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많았고, 이들이 바다 곳곳을 날고 있어서 그것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였으니, 근방에 튀김 요리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가 있어서 그 가게에서 튀김 요리 몇 종류를 먹고, 바로 출발했다. 출발할 당시 시각은 12 시 즈음이었다.
  출발하자마자 바로 남서부 시가지로 돌아가, 그 시가지의 명소라는 옛 기차역 터로 향하였다. 과거에는 큰 기차역의 흔적이 있던 곳이라지만, 이미 그 곳은 도시 시가지의 일부가 되어버려 그 때, 그 곳에 이른 나와 이리사에게는 다소 허망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기차역 터 너머 계단을 올라서 걸었던 길 도중에 있던 문화관이라는 곳은 여러 흥미거리로 가득해, 한 동안 그 곳을 돌아다니며 흥미거리를 찾고는 하였다. 이리사는 그 중에 단추들을 눌러 글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와 소리가 나는 여러 기기들의 모습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는 하였다.

  14 ~ 15 시 즈음에는 스란다(Sranda) 해안가를 돌다가, 그 이후에 다시 이전의 그 동남쪽 해안가로 가기 위해, 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꽤나 긴 걸음을 걸어야 했지만 바람을 맞으면서 시가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또 도중에 작은 돛단배들이 정박해 있는 경기장을 목격하기도 하는 등, 나름 보람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동남쪽 해안에 도착하기로 예정된 시각은 17 시였으나, 생각 외로 도달하는 데에 오래 걸려 더 늦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해안의 저녁 노을진 모습을 보고 싶기는 했으나, 이미 태양이 거의 다 지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기는 무리였다. 그래도 저녁 노을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진 모습 정도는 구경할 수 있었으니, 그래도 만족한다고 그 당시 이리사가 나에게 말을 건네었었다.
  해안의 마지막 비행선이 18 시 10 분에 출발할 예정이었기에,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비행선에 올라, 소로에나로 돌아가야만 했다. 돌아온 시각은 다음날 아침 6 시 즈음. 그 동안 비행선에서는 어떠한 식사도 제공하지 않아, 모두 배고픔에 시달렸고, 그래서 집을 지키고 있던 이들에게 나와 이리사 모두가 한결 같이 먹을 것을 달라고 계속 요청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이리사는 아침 식사로 삶은 달걀 몇 개를 얻었고, 이를 사과즙과 함께 먹는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좋지 않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좋은 풍경이 많았고, 그 중에는 다시 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또 가고 싶은 생각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이것저것 마련해 보려 하였으나, 생각했던 방안 모두 생각한 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다음 여행은 12 월 말에 북극 지대와 가까운 라르니온 북부 지대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