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서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소로에나에서부터 먼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엘젠 산맥의 큰 호수로서, 그 모습을 변두리 쪽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바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한 때, 그 호수를 '카르소피아 바다(Carsophia)' 라 칭하고, 그 주변 일대를 카르소피아 해변 지대라 칭한 적이 있었다. 수평선이 보이는 데다가, 물은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은 그야말로 바다 그 자체였으니, 카르소피아가 바다로 칭해졌을 것이다.
  바다로 칭해진 적이 있을 정도로 큰 호수라고 하지만, 실은 이 호수의 물에는 소금기가 없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한없이 푸르기만 한 그 호수를 이루는 물은 깨끗한 물이며, 그래서 바다가 아닌 강의 특성에 가까우니, 호수의 주요 생물 구성원 역시 강이나 담수에 살 수 있는 생물들이 주를 이룬다.게다가  그 호수는 강줄기에서부터 물을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고, 강줄기로 물을 흘려 보내기도 하기에, 엄밀히 말하면 바다라 칭해질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은 한 동안 이런 호수를 두고 바다로 칭하고 있었는데, 이는 바다를 구경하기 힘든 산악 지대 사람들의 그 거대한 호수에 대한 '경의의 감정' 을 담은 별칭일 뿐이었을 따름으로, 그 사람들 중에 이를 두고 진짜 바다일 것으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도 요즘에는 바다와 호수를 엄연히 구분짓자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면서 이 카르소피아가 바다로 칭해지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그러하니, 당연히 지금은 그렇게 칭해지지는 않지만, 대륙 깊은 산악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다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바람의 정령들-비행을 할 수도 있고, 비행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양자 모두 해안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랫동안 여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어, 자주 갈 수는 없었다, 당연히 경비 문제도 있다-, 그리고 산악 지대에 거주하는 이들이 바다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자주 방문을 하고는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된 철도 노선을 이용, 운행을 중지하고 폐기된 기차 내부를 개조해, 시계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건립하였으며, 그 박물관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8 개 객실 차량 전체를 박물관으로 활용하며, 차의 뒤쪽은 카르소피아 호수를 향하고 있어서 박물관 관람을 마친 이들이 기차 위의 전망대에서 호수가 물결치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더욱이 그 외관도 차의 앞쪽에서부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하늘, 파랑, 감색 그리고 보라색을 띠는 무지개 배치를 갖추고 있어서 그 외관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호수 일대를 한 동안 둘러보고 있던 나는 뭔가 관람 시설 같은 곳에 가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자연 풍경만 구경할 수는 없으니까, 라르나 언니나 라디사 언니는 자연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하기에는 어린가 보다- 바로 그 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그 시각은 17 시 즈음으로 폐장이 18 시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빨리 들어가야만 했다.

  박물관 안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마련해 왔을 다양한 시계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옛 왕국의 해시계들, 그리고 휴대용 해시계들을 선보여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휴대용 해시계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들어보았고, 해시계 고유의 특성상, 휴대한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없기에, 그러한 것은 이야기에서나 존재할 줄 알았다가, 실제로 그 모습을 보면서 꽤 놀랐었다.
  해시계 이후로는 물시계와 모래시계와 같은 각종 시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 중에서도 연료 시계라는 것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 동안 그것에 눈을 떼지 못한 적도 있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소모되어 가는 양초나 기름을 이용해 시간을 재는 형태의 일시적 활용이 가능한 시계가 또 눈에 띄었으니, '그러한 시계도 있나' 싶은 생각에 그것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꼈음이 그 이유였다.
  마지막으로는 분동과 진자를 이용한 시계가 전시되고 있었으니, 아직 실험 단계에 불과하고 정식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인지 그 모습에 눈을 떼기도 힘들었다. 분동, 진자 시계 모두 숫자판을 놓고, 그 숫자판의 숫자들 중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는 형식으로 시간을 알리는데, 그렇게 시계를 만들 수 있다면 굉장히 편리하게 시간을 알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 박물관에는 시계 뿐만이 아니라, 나침반, 항해에 쓰이는 각종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었으며, 나침반들 중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것들도 있었다. 또한 천구의나 성도 역시 전시되어 있었으며, 나침반, 천구의, 성도 중에는 금이나 은 혹은 수정을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된 것도 있었다. 처음 그에 대한 소개문을 볼 때에는 화려한 장식 같은 것에는 별로 마음을 기울이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예상 외로 그 화려한 모습에 많이 홀렸다. 혹시 이 일기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라르나 언니나 라디사 언니가 이를 두고 아직 어리기에 반짝임에 홀린다고 나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박물관 방문을 마치고, 저녁 바다 아니 호수 구경도 한 이후에 날이 어두워짐에 따라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며, 비행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호수 구경가기 위한 여행에 뜻밖의 소득도 얻어서 좋았던 여행이었다. 다음에 소소하게 여행 갈 때에도 이렇게 시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