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알미차(Almiza) 그리고 몬다스(Mondas) 의 경계, 그 남쪽 해안가로 놀러가게 되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해안에는 명소라 칭해지는 어류 박물관이 있어서 이를 통해 바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몬다스와 알미차 연안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남쪽 해안가의 도시인 예소르(Jesor) 에는 두 가지 전시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예소르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다르마(Darma) 산에 자리잡고 있는 남 알미차 해양 과학 전시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소르 남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해양 어종 전시장이 그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예소르 남쪽 해안의 어종 전시장은 이전에 대형 행사가 있었던 곳으로서, 그래서인지 그 주변 시설의 규모도 크고, 관련된 시설의 수도 많았다.
  이 중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르마 산의 해양 과학 전시장으로 가려 하였고, 그래서 내가 도착한 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그 산으로 가려 하였다. 선착장에서 그 산까지의 거리는 대략 8700 메타르에 이르렀기에 바로 가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열차를 타야만 했다. 하지만 열차가 오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그래서 기다리는 틈을 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때는 12 시 즈음이었으나, 그 때에 이미 기차가 도착하고 떠났기에,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비행을 통해 그 산을 찾아서 나가야 했다-산 위에서 그 과학 전시관을 찾는데에 시간을 꽤 소모해야만 했다-.
  상당히 외진 느낌을 주는 곳이었지만 바다와 아주 인연이 없는 곳은 아니라서 전시관의 건너편에는 모슬(Mosle)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해안이 자리잡고 있어, 그 해안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 전시관이었고, 그래서 그 안으로 먼저 들어서려 하였다.
  그러나 때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그 다르마 산의 과학 전시관은 휴양하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원한다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후환이 문제였다-, 바로 그 다르마 산에서 돌아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다르마 산에서 그 다음으로 나아가려 했던 예소르 남부 해안까지 바로 이어지는 기차는 없었고, 그래서 그 산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가게 되었다. 그 거리는 8700 여 메타르였고, 그래서 걸어 가는 데에 2 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걸어가는 문제 자체는 그렇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걸어간 거리 자체가 길어, 예소르 남부 해안으로는 15 시 넘어서야 도착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두 번 다시는 그 과학 전시관을 찾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실은 이전에 예소르를 찾았을 때에도 그 과학 전시관으로 가려다가 너무 멀어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내가 생각을 참 잘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소르 남부 해안가의 전시장은 18 시까지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기에-매일마다- 그래서 바로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들인 돈이 매우 많았지만-2000 크로네 정도에 이르렀다-, 전시장의 규모도 크고, 공연도 한 번씩 하고 있었던 탓에 나름 보람이 컸던 관람이라 여길 수 있었다.
  행성 곳곳의 바다에서 수집해 왔을 여러 물고기들을 본래 살던 환경에 맞는 수조에 넣어 전시를 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내부 시설을 통해 빛을 내어, 그 빛을 통해 수조를 꾸미고 있었다. 전시장 주변 곳곳에는 태양빛을 모으는 장치가 있고, 그 장치가 내부 시설과 연계되어 빛을 발하는 원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수조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설 전체가 그 태양빛을 동력원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태양빛을 모으는 장치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밤에는 시설의 작동이 어려워 폐쇄된다고. 15 시에 들어가서는 16 시 30 분 즈음에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왔다.
  그 한 시간 30 분 동안 여러 흥미로운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제 2 관 입구 즈음에 마치 잠수정의 창가처럼 둥근 창가 너머로 보이는 마치 실제 바다의 물결처럼 파랗게 보이는 수조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한 동안 그 수조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기도 하였다. 멀리 보니, 건너편의 통로로 추정되는 하나의 통로가 비추어진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건너편 통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입구 부근에 위치한 그 둥근 창가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제 2 관 중앙에는 거대한 공연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건너편에는 수조의 중앙 부분이 위치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넓은 공간에서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것인지 모르는 음악과 함께 흥겹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의외의 사항이 하나 있기는 하나, 여기에 단순히 소개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서 생략해 둔다.

  제1 관 역시 흥미로웠고, 그래서 제 2 관만큼 흥미롭게 관람이 가능했다. 더욱이 관람하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그 안에 있어서 나름 활발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좋았다. 다만, 들어올 때에는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나올 때에는 나 혼자 나와서 그로 인해 쓸쓸했다는 점이 미묘했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2 시간이고, 3 시간이고 그 전시장 안에서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려 하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전시관이 위치한 그 남부의 섬과 그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이전에 저녁을 먹고 나왔었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섬은 예소르 일대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그 남쪽의 섬을 찾아 바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밤중의 바다는 나름 운치가 있는 편이기는 하였으나, 밤이 되면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은 탓인지, 섬과 예소르 본토를 잇는 다리에는 자전차라는 탈것을 타고 가던 몇 소녀들이 섬에서부터 본토로 돌아오는 광경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후, 남쪽의 섬으로 발걸음을 바로 옮기기는 하였으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정적에 드리워진 야경의 일부 뿐이었으며, 그래서 그 광경을 다소 쓸쓸하게 바라보면서 그 곳을 떠나가야만 했다. 반대편에는 자그마한 산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산 역시 관광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밤이 되어 아무도 없는 곳이 되다 보니, 으슥해진 느낌도 들어 그 산 위로의 발걸음은 행하려 하지 않았다.

  밤 중의 발걸음은 의외로 쓸쓸하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보기 좋은 곳이 적지 않았던 감이 있어서 10000 메타르 이상 걷고, 바다 구경도 열심히 하면서 밤 늦게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에 어느 찻집에서 친구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 받은 적도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