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서 근방의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조금씩 여행 경비로써 들여 가면서 여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 며칠 전에는 엘젠 산맥 남부의 저지대에 위치한 라덴(Raden) 이라는 도시에 들러서 그 경관을 구경하고 왔었다.
  라덴에는 8 가지의 가 볼 만한 곳이 있다고 하였으며, 그 중 하나는 주변 지역 일대에서는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였다. 그 하나는 남쪽 근교에 위치하고 있는 고성 유적지를 바탕으로 설립되었다고 알려진 '라덴 전쟁사 기념관' 으로서, 라덴 일대에 있었던 역사 중에서 투쟁의 역사를 중심으로 각종 사건들을 각종 유물과 기록을 통해 소개하는 특성을 가지는 곳이었다.
  관 별로 먼 옛날 고대 시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시대 구분을 해 가며 전시를 하는 전시관들이 위치한 전시관 영역과 각지에서 모아 놓은 구조물 및 석상 등의 전시관 안에 소장하기 힘든 것들을 전시하기 위한 야외 문화원, 그리고 옛 선조들의 공적을 기리는 사당을 중심으로 기념비들을 비롯한 기념에 관한 물품들이 산재해 있는 추모의 성역의 3 부분으로 크게 구분되는 거대한 하나의 영역을 이루고 있었다.
  전시관은 중앙 구역에 6 개가 모여 있었으며, 고대 시대의 유물을 전시하는 남쪽 방향의 고대 전시관-제 1 전시관-을 시작으로 하나씩 순서대로 들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지역 일대의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사서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되는 유물들은 사서와 사건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위주로 하고 있어서인지, 화려한 고대 유물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인지 화려한 고대 유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지역 일대의 역사를 소개문 등을 통해 나름 자세히 알려주기도 하고, 또 그림들은 전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제법 상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지역의 전쟁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시각적 자료가 될 수 있어 보였다.
  전시되는 그림들은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비장하게 묘사하는 감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하지만, 전투라는 것이 본래 가볍게 행하는 것은 아니고, 또 이 그림은 단순히 역사를 알리기 위한 것일 뿐만이 아니라 그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또 비참하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전투를 통해 라덴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려 하였는지, 또 라덴 사람들이 무엇을 잃어갔는지를 라덴의 사람들-특히 어린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한 만큼, 이러한 그림의 묘사는 그 목적에 확연히 부합되는 면이 있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그 전쟁사 기념관을 들르고, 먼저 도착했던 곳인 기차역 인근의 시가지로 돌아오는 길 도중에 나는 8 가지 가 볼만한 곳 중 하나라고 하는 '연두색 공원' 에 이르렀고, 잠시 그 공원에 머무르면서 공원의 풍경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려 하였다. 바로 부근에는 '라덴 역사 박물관' 이라는 곳도 있어 그 곳 역시 들르기로 하였다.
  과거에는 그 공원이 있던 곳은 엘젠 산맥의 남서쪽과 남동쪽 저지대 그리고 북방의 고산지대로 이어지는 세 갈래 큰 길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여러 사람들이 길을 오가곤 하였고, 그래서인지 길목마다 식당과 술집 그리고 여관이 나란히 늘어선 번화가였다고 한다.
  그 곳이 번창한 만큼, 도시는 그 세 갈래 큰 길을 중심으로 번창하여 그 일대가 중심가로 여기어지고는 하였으나,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기찻길이 생기고, 기차역이 당시에는 교외 지역에 해당되는 지금의 중심가 일대에 세워지면서 도시의 중심축이 그 기차역이 소재한 곳으로 쏠리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당시의 번화가였던 세 갈래 길목이 아닌 기차역으로 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상권 역시 기차역이 위치한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중심축에서 멀어져 버린 구 상권은 한 동안 옛 모습 그대로 방치된 폐허로 남게 된다.
  내가 그 옛 세 갈래 길이 위치하고 있던 연두색 공원 일대는 그 일대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공원이 설립된 이후, 과거의 폐허는 거의 정리되어, 그 추악한 모습은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과거의 모습 역시 거의 찾을 수 없게 되어 한 동안 이에 대해 아쉬워 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거리 정비 이후, 사실상 교외에 가까워진 그 구역은 주변 일대로 공원을 찾는 이들을 위한 식당이 몇 자리 잡고 있는 한산한 곳이 되었지만, 간혹 도시 내에서의 공연 등을 위한 행사에 공원이 활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 때마다 공원이 사람들로 붐비고는 한다고.

  공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공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인공 연못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지점토라는 종이 소재의 반죽으로 만들어진 상들로서, 세계 각 지역의 춤을 묘사한 상, 라덴 일대의 전통 무용-하얀 드레스 차림을 하고, 부채를 들며 원형을 이루는 대형을 이루면서 행하는 군무-을 묘사한 상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전통 무용을 묘사한 상은 뒤쪽 중앙에 들고 있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야 할 여성의 상에 오른손에 쥐고 있어야 할 북이 없어 오른손으로 채를 높이 든 모습만 보여, 그 모습에 대해 묘한 느낌이 든 적이 있었으니, 마치 검을 들어 지휘를 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마침 앞의 상들은 부채를 앞쪽으로 들며 앉아 있었으니, 그야말로 부채를 무기로 든 여성들이 채를 든 여성에 의해 명령을 받아 진격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뒤쪽의 여성이 왼손으로 쥐고 있었어야 할 북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 북은 그 소조상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만, 그 북은 우측 인근의 추위로 얼어붙은 수면을 깨고, 그 안에 반 즈음 잠겨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다시 건져 올리려 한다면 얼마든지 건져 올릴 수 있었겠지만, 종이가 바탕이 되는 재료로 만들어진 이상, 제대로 된 재활용은 어려워 보였다.
  '누가 여기로 이 북을 던져 버렸을까.'
  분명 그 북은 여성이 손에 꼭 쥐고 있었을 터이니, 그 북은 분명 바람 등에 의해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던져졌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누가 그 북을 날려 버렸을 것인지에 대해 내가 알 길은 없어서, 그 범인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임은 분명해도, 그 범인을 알아낼 길은 없어 보였다.

  한 동안 그 지점토 소조상들이 자리잡고 있는 호수가에 머무른 이후,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어 라덴 역사 박물관을 향해 나아갔다. 얼핏 보아서는 문을 닫고,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곳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반겨주고, 친절하게 2 층부터 관람할 것을 안내하여, 관람이 가능한 곳임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박물관 안에는 라덴이라는 지역의 교통 역사, 문화 역사 그리고 옛 복식과 옛 풍습 등을 소개하고 있었으며,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관 내부에는 시대 별로 옛 거리의 모습을 묘사한 미니아튀레(Minature) 들이 있어서 그 모습을 흥미롭게 감상하기도 하였다.
  또 풍습 전시관에서는 시장 거리의 모습을 재현한 구조물들이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었다는 유물들 그리고 유물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물품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서 그 모습을 마치 실제 시장을 둘러보는 것처럼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휴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들어온 이는 나 혼자였고, 그래서인지 크게 재미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거리를 재현한 구조물들을 둘러보고, 또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다.
  나름 재미거리가 많은 곳이기는 하였지만, 중심 시가지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없는 탓인지, 사람들의 출입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고-안에 여행을 위해 잠시 머무르고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을 발견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나 혼자 박물관을 드나들다 시피했었다. 분명 홍보도 많이 이루어지고, 관련된 정보도 많이 있었을 텐데, 역시 중심 구역에서의 접근성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남은 6 개 구역들은 다음에 시간이 되면 들르기로 하고, 우선은 박물관 여행을 끝으로 라덴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흥미거리가 많기는 했지만, 그 흥미거리가 대체로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든 교외에 있어서인지, 사람들과 더불어 흥미거리를 즐기거나 하는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내가 혼자 여행을 하면서 그러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는 성향을 가졌다면 좋은 여행이 되었겠지만, 나는 본래 그러할 수 있는 이는 아니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심심하게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재미거리를 충분히 즐기고 왔으니, 좋은 여행이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