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인 엘젠 산맥 중앙의 고원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인 '카란디스(Karandis)' 는 처음부터 가기로 마음먹은 곳은 아니었다. 일단 어딘가로는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다가 마침 길목에 위치한 책방에서부터 알게 된 정보를 통해 그 카란디스의 옛 거리가 벽화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곳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되고, 그에 대해 흥미를 느끼면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었다.
  카란디스는 벽화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는 옛 거리를 제외하면 특별한 특징이 없을 듯한 곳이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고, 그래서 그 곳을 향해 산악 열차를 이용해 출발하게 되었다. 동행하는 이들은 없었지만, 그 카란디스라는 곳으로 가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한 주의 끝을 알리는 '대지의 날' 은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태양의 날' 과 함께 쉬는 날이 되었으며-대지와 태양의 가호를 받아, 세상 사람들이 휴식을 제공받는 날이라는 설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그 쉬는 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열차 안은 평상시와 달리 제법 분주했다. 곳곳에서 아직 젊은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의 활발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란디스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근방의 식당을 찾아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바로 카란디스의 벽화가 그려진 옛 거리가 위치하고 있는 스란다(Sranda) 지역을 향해 나아갔다. 스란다는 카란디스의 중심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지점에 있었으며, 중심가에서 북쪽 방향으로 500 메타르 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찾아갈 수 있었기에 한 번 중심가 지역에 오고 나면, 그 뒤로 찾아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란다의 카란디스 옛 거리는 걸어서 주택가 지대를 조금 더 지나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오자마자 뭔가 옛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목조 및 벽돌 건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어서 그 거리가 한 때, 낡은 거리로 남아있었던 곳이었음을 그 모습을 보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낡은 건물들의 몇몇 벽면들을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그림이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거친 벽면과 같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 보이는 곳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그와 더불어 그렇게 거친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와 더불어 그 낡은 집들 사이로 찻집도 있었고, 예배당도 있었다. 이들 모두 낡은 찻집을 개조해서 설립한 곳으로서, 그 부근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던 모양. 실제로 들어가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외에 갈 곳이 또 있었던 관계로 그 집들을 들를 여유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리를 모두 둘러보는데 소요된 시간은 대략 2 시간 정도. 그 2 시간 사이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그림들을 많이 감상하고 있었다. 주제도 다채로웠고, 화풍 역시 내가 잘 보는 편은 아니라지만 각자 개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벽화 거리 구성에 여러 사람들이 참가했음을 그 모습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1. 어느 예배당으로 쓰이는 건물의 벽면에 그려진 장미와 십자가 그림-예배당 건물임을 알리기 위해 그린 듯해 보였다- : 신비로운 분위기를 흐릿한 느낌의 그림으로 잘 표현해 놓은 듯해 보였다.

2. 숨바꼭질하는 소녀 - 어렸을 때의 기억이 왠지 떠올라서.

3.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모습 - 그저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4. 푸른 나무에 핀 화사한 꽃들 - 꽃들의 색감이 너무도 화사하였다.

5. 잠든 아이들의 모습 - 21 시 이후로는 모두 돌아가 달라는 부탁의 문구와 함께 그려진 그림으로, 아이들이 잠드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듯해 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머리카락이 풀어진 채,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며 잠든 어느 금발의 소녀.

6. 닭, 그리고 소나무를 바라보는 한 쌍의 병아리 - 병아리들이 귀여웠다.

7. 벽에 그려진 수풀과 호수의 정경 - 수채화처럼 보이는 그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8. 날개를 펼치는 천사의 모습 - 얼굴의 상세한 묘사가 없긴 했지만, 옷이 아름다워서 그 얼굴 모습 역시 그 아름다운 옷에 걸맞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을 것임을 짐작케 하였고, 또 활짝 펼친 큰 하얀 날개와 후광이 성스러운 느낌을 가득히 전해주는 면을 갖추고 있었다.

9. 어느 남성의 모습 - 일반적인 옷차림을 한 젊은이처럼 보였지만, 오른팔에 성자의 이름이 쓰여진 완장을 차고 있었다. 실은 그 정체가 성자이거나, 아니면 그 성자를 추종하는 존재였던 것일까.

  이렇게 여러 그림들의 모습을 한 번씩 지켜본 이후에 나는 2 시간 즈음 지난 후에 거리를 떠났고, 그 이후로 이곳저곳 더 둘러본 이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성자의 이름이 쓰여진 완장을 차고 있던 남자의 그림과 함께 보았던 어느 인상적인 문구를 적으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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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칼바람 맞으며 길을 떠나, 일터로 나가는 시장의 부인들을 위해,
학업을 마친 이후에도 갈 길을 찾지못해 헤매고 있을 누군가의 자식들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유모차를 끌고, 골목을 누비며 폐지줍는 생활을 하는 힘없는 노인들을 위해,
그리운 추억에 매일 베갯닢을 적시는 외로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주린 배를 술로 달래며, 오늘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저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성자여,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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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고대 시대에 쓰여진 듯해 보이는 문구. 성자에게 이러한 호소의 기도를 전할 정도로 옛 시대는 괴롭고 힘들었던 것일까,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