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에나 근방의 낮은 산악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차렌(Zaren) 이라는 마을 동쪽에는 작고 노란 슈리온(Suryon) 이라는 꽃이 만발한다는 토로에(Toroe) 라는 작은 구역이 있다. 하지만 근교라고 말하기에는 먼 곳으로서, 그 거리는 차렌 중심가에서부터 대략 6500 메타르에 이르기에-지도의 직선 거리상으로- 걸어서 가기에는 무리인 감이 있었다.
  게다가 차렌 중심가와 토로에까지는 정기적으로 전동차가 길을 가기는 하나, 하루에 5 번만 토로에에 이른다고 한다. 토로에라는 곳이 평상시에 흔한 인적 교류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전동차 운행 역시 그렇게 많이 할 필요가 없다하여 하루에 5 번만 오가게 되는 것.
  하지만 내가 왔을 때에는 달랐다. 4 월 1 일부터 30 일까지, 차렌에서는 특별히 차렌의 중심가와 토로에를 오가는 전동차를 20 분 내지 30 분 간격으로 운행해 오고 있으며, 토로에의 슈리온이 만발한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음을 의식한 일이었다. 그 사실을 어찌하다가 알게 되면서 여유가 있는 편이었던 5 일에 차렌을 방문하기로 결정을 내렸었다.
  소로에나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이었던 차렌. 하지만 소로에나와 차렌까지는 여러 기차 역들을 들르는 관계로 차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의외로 길었다. 10 시 즈음에 소로에나에서 기차를 타서, 차렌에는 한낮에 도착을 하자마자 바로 식당을 찾았으니, 2 시간 정도는 걸렸을 것이다.

  정기 운행 전동차를 타고 도착하였을 때에는 태양이 남쪽 하늘의 정점 부근을 오가고 있어야 했겠지만, 그 당시의 하늘에는 유난히 구름이 많았고, 조금씩 빗방울도 떨어지고 있어서 화창한 봄 하늘을 그 외지에서는 볼 수 없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만, 큰 비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산길의 분위기는 활발하고, 또 분주하였다.
  슈리온 꽃들은 산의 오르막 길의 시작 지점부터 길 좌우로 무성히 피어나 있었다. 이 꽃들이 만개하고 있다면, 산길 가득히 노란 빛으로 물들이며 화려한 풍경을 보여주었을 텐데, 하지만 날씨가 갑작스레 다시 추워지면서 이 꽃들이 다시 움츠러 들기라도 한 탓인지, 아직 꽃들은 화려하게 피어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아깝다, 조금 더 늦게 가도 되었을 텐데.'
  무리를 해서라도 조금 더 늦게 갔더라면 화려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꽃길의 풍경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꽃이 아직 덜 피어난 상태라지만, 그 정도라도 수없이 많은 가지에서 피어난 꽃봉오리들이 나름 아름다운 노란 무늬를 곳곳에 그리고 있었다.
  꽃 무리의 끝은 언덕길의 한쪽 끝에 위치한 작은 평지대로서, 그 평지대에는 찾아온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그네와 널뛰기 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널뛰기 판은 세 개 있어서 이들 중 하나를 가지고 널뛰기를 할 수 있었고, 그와 더불어 그네 타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네의 높이가 내 키의 대략 3 배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앉을 수 있는 부분의 높이는 내 무릎 높이 정도였던 만큼, 줄의 길이도 길어서 이를 타려면 누군가의 도움은 필요했다.
  '세미아(Semia) 는 분명 나를 세게 밀려 할 거야.'
  당시 세미아가 나의 곁에서 동행하고 있어서 그네를 타거나 널뛰기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세미아는 무슨 일을 할 때마다 항상 의욕적으로 하려 해서, 쓸데없이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면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둘이서 같이 놀이를 할 때에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 길다란 줄은 밀기는 어렵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 다시 멈추기가 힘들어 보였다. 세미아가 뒤에서 세게 밀기라도 했다가는 그 이후로 한 동안 그네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흔들리는 동안 무서워질 수도 있어서 그네는 타지 않기로 하였다.
  "왜 그네에 타지 않으려 하는데?"
  "그네는 세미아, 네가 밀려 할 거잖아!"
  그네를 대신해 널뛰기를 하려 하는 나의 앞으로 세미아가 뛰어오는 듯이 다가와, 그러한 나의 두 팔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고, 왼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자세를 취하기까지 하며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묻자, 내가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러자 바로 세미아가 목소리를 약간 높이며,
  "반드시 세가 밀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내가?"
  "여태껏 그래 왔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티격태격 하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널뛰기를 하게 되었다. 조심조심하겠다는 세미아의 부탁과 달리, 어느새 세미아는 세게 발판을 누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나도 그 반동으로 높이 뛰어오르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날개를 펼치며 위험에 대비하기도 하였다, 혹시라도 바닥에 떨어져 허리를 다치거나 해서는 안 되니까.
  꽃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활발히 즐기고, 물건을 사고 파는 광경을 한참 구경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에 나서게 되었다. 슈리온 열매를 이용한 즙을 먹고 싶었는데, 정작 세미아가 이를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아서-그럴 나이였다-, 그 대신에 카카오 조각과 고기 꼬치 구이를 간식으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