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의외로 현명하지 못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선택 중 일부는 돌이켜 보면 그 무엇보다도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도 존재한다.
  지난 27 일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 때, 나는 남반구의 대륙인 파드닌 북부 가장자리의 도시인 사르카(Sarca) 에 이르렀고, 그 사르카에서 이틀을 보낼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르카의 해안 북쪽 근방에는 여러 섬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에는 도시가 하나 자리잡고 있어 이를 노르트제아(Nordzeea) 라 칭하였다. 여행은 그 노르트제아로까지 이어졌다.
  여행이 노르트제아에 이어, 인근의 도시인 부르간다인(Burgandein) 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노르트제아나 부르간다인은 나에게는 생소한 곳이었고, 그에 따라 정보 역시 부족해, 여행은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었다. 우선 노트르제아에 있을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여행을 처음 올 때, 노르트제아 섬은 그렇게 넓거나 한 곳이 아니라서 하루 정도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곳이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사르카에 이르렀을 때에는 사르카 해안에서 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 즈음에 노르트제아에 이르러, 해변가의 여인숙에서 잠을 청하려 하였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노르트제아 섬에 이르렀을 때에는 표지판을 보자마자 다급해지고 말았다. 노르트제아로 이어지는 섬의 다리 부근에는 하나의 표지판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표지판에는 노르트제아 시가지까지 남은 거리 24 킬로메타르, 그리고 노르트제아 섬 북부에 위치한 해변가까지는 32 킬로메타르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다른 섬의 동부에는 또다른 해변가가 있기는 했지만, 해변가 주변 일대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식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 노르트제아 부근의 시가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그 거리를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다와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거리에 도착해 보니, 그 기대와 먼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바다 근방에 있을 뿐이었으며, 해안과의 거리는 직선 상으로 대략 1.5 킬로메타르에 이르고 있었던 것.
  다행히도 시가지에는 여러 여관들이 있어서 그 여관들 중 하나를 정해, 자리잡고 쉴 수 있기는 했다. 괜찮아 보이는 여관 하나로 나아가, 거기서 잘 방을 정하고, 하루의 남은 시간을 그 여관 안에서 채웠다. 그러면서 다음날 여행을 시가지 근방의 해안을 따라 나아가기로 하고, 그 갈 길이 어떠한지에 대한 기대를 마음 속에 품기도 하였다.

  이후, 나는 이전에 내가 결정한 대로 여관을 떠나자마자 노르트제아 남동부를 따라 펼쳐져 있는 해안길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해안길을 따라 나가면서 다른 곳으로 갈 겸, 바다 경치 구경도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시가지와 바로 이어져 있는 시레나스(Sirenas) 라는 곳에 이르렀다. 작은 해안가의 마을로서, 거리마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분홍색 별 모양 꽃들이 아름다웠던 곳. 고기잡이를 위해 마련되었을 배들이 선착장에 가득히 들어와 있었으며, 건너편에는 청록빛을 띠는 바다가 푸른 빛을 띠는 하늘 아래에 펼쳐지며 희미한 선 하나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활발하거나 하지 않은 고요한 곳으로, 그래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홀로 고요히 방파제 길과 그 끝에 자리잡은 등대를 오가며 바다의 풍경을 조용히 감상해 갔다. 고요하게 물결치는 바다 너머로 초록빛 나무들로 가득한 섬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고, 그 섬들 사이를 한 무리 새들-아마 갈매기들이었을 것이다-이 대열을 이루며 오가는 광경이 간간히 보였다. 시레나스 자체는 조용하고 다소 적막한 분위기의 마을이기는 하였으나, 꽃으로 단장된 거리의 모습을 보고, 그 이후에도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와 그 바다에 자리잡고 있는 섬들을 바라보니, 그리 나쁜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1.5 킬로메타를 걸어온 보람이 있단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 이후의 해안길 걷기는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사람이 없어 너무 한산하였고, 걸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기는 하였으나, 아름답게 포장된 해안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해안-김 양식을 하는 곳이 있었다-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 이것이 사람 사는 해안의 참 모습이겠지.'
  그래서 한 번 노르트제아에서 의외의 문제가 생기기는 하였지만, 노르트제아에서의 여행 자체는 나름 좋았다고 생각했고, 한참 동안을 길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 이전에 사르카에 있을 때에도 노르트제아 부근의 섬인 누르다(Nurda) 에 있을 때에도 비슷하게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다만, 누르다는 과거에 파드닌과 사막 지역 알미차(Almiza) 의 교역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흔적을 찾아보려 하였으나, 끝내 찾아내거나 하지는 못했다.
  교역 흔적은 찾아내지를 못했으나, 섬 자체는 평화로운 분위기였고, 다소 적막하기는 했어도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일 법한 곳이었다. 그 누르다의 해안에서 조금씩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어떤 어린 소녀가 나에게 접근해 오더니, 나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그 소녀와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다.

  부르간다인으로는 가지 못했다. 부르간다인과 노르트제아 사이로 내륙 도시인 차라테아(Zaratea) 라는 곳이 있었고, 마침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던 나는 점심은 제대로 먹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에 들렀으면 하는 생각에 부르간다인보다는 차라테아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조금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처음에는 들었지만, 차라테아의 강가에 펼쳐진 길목을 따라 걸으며,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히 시간을 보내었다. 달리 갈 곳이 없고, 시간은 넉넉하니 이러한 여유가 생겼던 것. 이런 여유를 즐기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다는 비난은 꽤 많이 사그라들었다.
  이런 여유 속에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온 여러 일들이 그것으로, 먼 옛날에는 실제로 파드닌의 북쪽을 향하는 강의 하류 지대 부근에 거주하며, 인근의 섬으로 보살피던 이들과 함께 자주 여행을 갔었는데, 파드닌의 북쪽 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에 이르면서 그 때의 기억들이 바로 되살아나고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쩌면 인근의 도시에 갈 수 있을 때, 파드닌의 북쪽 강가에 자리잡은 도시를 바로 택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추억이 나에게 남아있음에 기인하는 바는 아닐까, 라고 파드닌의 도시에서 여유를 가질 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파드닌에 있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음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