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 일에 근교 거리에서 본 행사 간판에서 '16 일에 마지막 여름 행사' 를 한다고 하니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실상 늦여름에 들어서서, 여름 여행을 하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바로 다음날에 루데스 섬으로라도 떠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배를 타고 루데스의 남쪽 섬에 도달한 이후, 곧바로 다시 배를 타서 본 섬에 도달, 남쪽 해안에 이르러 그 해안에 하루 동안 머무르다가 다음날 새벽에 돌아왔다.

  선착장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는 해안가의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을 띠는 모습에 조금씩 초록색과 같은 다른 색을 띠는 밝은 인상으로 밝은 푸른색을 띠는 맑은 하늘과 그 색을 받아 청록색을 띠며 물결치는 바다가 자리잡은 곳에 있다보니, 그 밝은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다.
  태양빛을 가득히 받은 듯이 새하얗게 칠해진 건물들 앞으로 네모난 하얀 돌들로 이루어진 길이 건물들의 대열을 따라 나 있었고, 그 사이로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초록색 이파리들이 가득히 자라난 나무들이 한 그루씩 자리잡은 모습을 보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여기저기 가게들이 난립해 다소 소란스러웠던 곳이었는데 10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하였다. 이전에 비해 깨끗한 분위기로 도시의 모습을 바꾸려 한 누군가의 의사가 잘 반영된 모양.
  거리는 전반적으로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지만 거리에 자리잡은 건물들은 각자 다른 성격을 띠고 있었다. 과일 가게도 있었고, 생선 가게도 있었으며, 식당도 있었다. 여러 성격을 띠는 가게들이 있어서 그 가게들을 통해 급하게 떠나오느라 우산을 챙겨오지 못했는데, 그 우산을 가게에서 마련해 올 수는 있었다. 간단한 식당도 있기는 있었지만, 바다 구경에 바빴던 여행 시작할 무렵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 건너편에는 거리의 모습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 그리고 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으로는 내가 이전에 건너온 남쪽 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섬의 한쪽에는 해안이 자리잡고 있고, 또 그 동쪽 끝에 위치한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 하나가 있는데, 그 등대 우위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머무르며 낚시를 하고 있었다. 북쪽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해안이 있다하여 그 건너편을 대신해 북쪽 해안에 가기로 하였다.

  동쪽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가다 보면 시장 거리의 모습이 보였는데, 거리에 자리잡은 건물들처럼 새하얗게 칠해진 천막 아래로 여러 사람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었다. 그 곳이 해안 지대이다보니 시장에 내놓아진 대다수는 물고기나 게 그리고 가재와 같은 해산물 종류였다. 그 섬에는 다른 곳과 달리 유난히 가재 및 긴 다리 게들이 많았는데, 특히 바닷가재가 뒤집어진 채, 큰 집게를 내려놓으면서 다리를 바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다소 겁이 나는 감이 있었다-혹시 저 가재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으니-. 다만, 집게는 묶여 있었다, 혹시나 생길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한 일이었을 것임은 분명했다.
  작은 시장 건너편에는 큰 건물 안의 시장이 있었으며, 그 시장 내부에는 다소나마 더 체계적인 형태로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시장에는 대야나 수조 안에 물고기나 바닷가재 등을 종류 별로 넣어두고 있었으며, 작은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가재나 게들을 뒤집은 채, 꺼내놓기도 하였다. 생각 외로 이들 모두 다리만 바둥거릴 뿐, 격렬히 저항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을 거쳐 등대에 이른 이후에는 그 북쪽 너머의 해안가를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그 해안가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해서, 무척 조용한 곳이라 바다 구경만 하고 떠나려 하였는데, 우연히 일가로 추정되는 이들이 바닷가에 자리잡고, 또 이들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어린 소녀들이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광경을 보고, 잠시 그 해안가에 머무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해안가에 있으면서 종이를 펼치고 필기구 하나를 잡았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그 소녀들의 모습을 조금씩 그려보려 하였다. 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소녀들 역시 가만히 있으려 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그릴 수는 없었다. 다만, 처음 이들이 해안가에 앉아서 놀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해 보고, 그 기억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림은 급하게 그린 것치고는 잘 그린 편에 속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돌아가면서 다시 보니, 다소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시 그림을 보는데,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그림 그릴 당시와 그림 그리고 여행 이어갈 때,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다시 볼 때에 그림을 보는 느낌이 이렇게 각자 달랐던 것.
  해안가와 거리 그리고 시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왔다. 그리 큰 곳은 아니었지만, 이들 사이를 오가며 돌아다니려니 의외로 시간이 잘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