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그러니까 3 여년 전 즈음에 아르나이(Arnej) 에 수목원이 설립되었으며, 수목원이 일대 수풀과 더불어 아데시아(Adesia) 등지의 초목들도 보존하면서 나름의 경관을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밖에 어딘가로 나가야 할 형편이었는데,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막막해 하던 와중에 들려온 이야기인지라 잘 됐다 싶다고 생각하고서 그 다음날인 오늘의 행선지를 정했다.
  생명의 빛이라 칭해지는 수정도 많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나아간 곳으로서, 산악 지대를 내려와 아르나이 북부 지대에 위치한 마을인 엘이사(El-Jsa) 에서부터 평원 대로 기차를 타고 아르나이 남부에 위치한 수목원으로 내려가는데, 이렇게 무작정 내려가는 것은 정말 간만의 일이었다.
  무작정 여행을 시작한지라 다소 불안한 심정에 초조해하면서 수목원 근방에 위치한 마을인 아사유(Asaille) 에 이르고, 이어서 안내판을 따라 수목원에 이를 즈음, 그 입구 너머로 펼쳐진 수풀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걱정 같은 것을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수목원 입구 너머로는 작은 숲길이 펼쳐져 있고, 그 숲길을 의외로 여러 사람들이 거닐고 있어서 그 수목원의 존재를 의외로 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음을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르나이 등과 가까운 곳이다보니 근방에서는 큰 도시에 속하는 아르나이 등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인 여행지로서, 수목원을 택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을이라도 상당히 늦은 시점인지라 산악 지대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에서도 나무마다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지라 평지대인 수목원 역시 나뭇잎들이 서서히 노랗게 발그레하게 물든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11 월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나무의 반 정도는 아직 초록색을 띠고 있었고, 그래서 초록색과 노란색, 연두색과 빨간색이 공존하는 화려한 풍경을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풍경은 요즘 거리를 둘러보다 보면 볼 수 있기는 한데, 이러한 가을스러움은 이왕이면 집보다는 나무들로 가득한 숲길에서 즐겨야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길 너머로는 여러 갈래길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억새풀들로 둘러싸인 길을 택해, 우선 그 길을 따라 나아가기로 하였다.  가을이 끝나가는 도중인지라 길 좌우에 무성히 자리잡고 있던 억새의 이삭이 탐스럽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바람이 나름 거세게 불고 있었던지라 그 바람에 억새풀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억새풀 길 위로는 여러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 이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그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였기에 아이들을 그 길 위로 이끌고 왔을 것이다.
  그 길에 이어 단풍나무와 소나무들 그리고 아데시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각종 상록수들이 길 좌우마다 가득한 언덕길들을 따라 나아가 보았다. 그 언덕 가장 높은 곳에는 자그마한 집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게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던 모양.
  전망대를 통해 수목원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수목원이 기대한 바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라서 수목원과 더불어 주변 일대의 시가지 역시 다 보였다. 다만, 시가지의 모습 역시 길마다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나무마다 서로 다르게 단풍이 들거나 여전히 초록빛을 유지하고 있었고, 시가지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의 아담하고 잘 꾸며진 모습이 그 길의 모습과 어울리고 있어서 수목원의 전경을 보는데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가을의 수목원은 화초보다는 나무의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기에 대체로 풀밭보다는 나무의 모습 감상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고 있었다. 실제로 가을을 맞이해 점차 단풍나무들과 더불어 아데시아 숲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수목들의 이파리의 색이 화려하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평지대에서 본 것만으로도 수목원을 들르는 것에 후회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평상시에는 산악 지대에서 빨간 그리고 노란 잎 이외에도 갈색 잎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 평지대에서 노란 잎, 빨간 잎들 위주로 가을 풍경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은 경험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숲길을 지나다가 초록 잎, 노란 잎이 공존하는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초록 잎과 노란 잎을 서로 비교하며 같이 들고 다녔던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그렇게 해서 얻어온 이파리들을 방 한 곳에 놓아두어 장식으로 활용하기도 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이파리들을 보고 있었지만 그 때와 같은 욕심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와는 생각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덕길을 지나서는 작은 동물원을 들르고, 이어서 남방 해안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들, 고사리 류 식물들을 심어놓고 있는 온실에 이르러서는 그 식물들의 모습을 잠깐 동안 보고 있다가 나섰다. 그 근방에는 호수가 있어서 온실에 들르기 전, 들른 후에 한 번씩 그 호수 주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잠시 쉬고 있었다.
  여전히 초록빛을 남긴 것도 있기는 하였으나, 때가 때인지라 대다수의 연잎들은 이미 시들어가고, 또 말라가고 있었다. 분명 물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라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러하는지 대략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늙어가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게 보였다.
  그와 더불어 내가 이 수목원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 수련들이 활짝 피어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이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온실 주변의 연못 뿐만이 아니라 수목원에는 습지 식물들을 심어놓고 있는 습지대가 둘 있었다. 식물원이 있는 곳 일대에 작은 습지대 몇이 있음을 이용해 구성해 놓은 식물원으로 추정되는 곳으로서, 그 호수와 마찬가지로 가을을 맞이한 탓으로 반 이상의 식물이 시들고 마르고 있었다. 다만, 가을을 맞이한 초목들의 화려한 모습에 반하고 있었던지라 습지 식물들이 시들은 것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습지 식물원에는그 습지대 위에 나무 다리가 길을 이루고 있으며 놓여 있었고, 그래서 그 습지 위를 따라 걸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꽤 독특한 경험을 전해주었다. 물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 길을 걸어가는 것은 일상의 일은 아닌지라 그 경험 자체가 특이한 일인데, 그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기도 했다.

  식물원 입구 부근에는 또, 여러 단풍나무들이 서 있는 초지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억새풀 길의 다른 길목과 이어져 있는 곳으로서, 작은 언덕들이 여럿 놓인 그 바탕에 구성된 연두빛 풀밭 위로 초록빛, 연두빛, 붉은빛을 띠는 이파리들이 서 있고, 풀밭 한 가운데로 작은 내와 둥그런 다리가 놓인 모습이 가을의 풍경다워서 좋았다. 아르나이 초지대에서는 냐름 흔하다면 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광경이라지만 이렇게 단풍나무들만으로 있어서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초지대에는 거의 없는 관계로 이 역시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한 곳이라 말할 수는 있었다.
  소풍 간 이들이 자리잡고 놀기에는 좋은 곳으로, 단풍나무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선호할만한 곳 같았다. 그러하지 않다며 아르나이의 여타 초지대도 상관 없기는 할 것이기에 굳이 이 곳에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어디로 나가야 할 지를 잊어버린 탓에 나가는 곳을 찾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기어이 기억해내 결국 나갈 수 있어서 놀람을 덜할 수 있었다. 수목원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4 시간 정도 수목원 안에서 나름 시간을 보내다가 아데시아 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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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유 수목원에 들를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간단한 사항으로서 3 개가 있다 :
1. 수목원은 공원이 아니다. 당연히 쓰레기는 자기가 직접 챙겨서 가지고 나올 것.
2. 수목원 내에서는 정해진 곳에서만 식사를 할 것.
3. 수목원 내에서는 자전차 등을 운용하며 길을 다니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