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을의 작은 학교로 선생님의 손에 이끌리며 작은 소녀 한 명이 들어왔다. 짤막한 머리카락을 양 옆으로 묶고, 그 작은 얼굴에 비해 너무도 커 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아이. 얼핏 보면 수수해 보일 수도 있는 인상이었으나, 비교적 잘 정돈된 머리카락의 모양새라던가, 주황색 겉옷과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검은 바지 등으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먼 남쪽의 도시에서 온 이임을 알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모종의 사정에 의해 어른들에 이끌려 섬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무슨 사정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만, 가족의 사정에 의해 섬에 머무르고, 섬의 마을에 거주하게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소녀의 이름은 '막달레(Magdale)'. 부모를 대신해 친척들에 이끌리며 섬에 왔다. 태어날 때부터 도시에서 태어났으며, 섬에 오기 전까지는 늘 도시에서만 살았고, 내가 줄곧 살아왔던 어촌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늘 도시에만 살았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수단을 통해 알 수 있을 법도 하건만, 바닷가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막달레의 모습을 보며, 금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막달레는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오고, 바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아이였다고 하지만, 그만큼 도시에 관해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어서 도시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바닷가 마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막달레는 학교에서 처음 만난 모든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려 하였고, 그들에게 큰 관심을 가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은 이런 도시 소녀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고, 바닷가 마을의 집에서 늘 일어나는 일, 어른들이 바다에서 하는 일 등을 하나씩 가르쳐 주고는 하였다.
  그 중에서 막달레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이가 바로 나였다. 바다에 대해 호기심이 많던 그를 늘 해안가 마을 인근의 바다로 인도하고는 하였다. 그리고 직접 낚시대를 만들어서는 낚시대로 물고기도 잡고, 그 물고기를 구워서 막달레에게 주기도 하였다.
  고기 뼈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맛있게 먹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그 구워진 물고기를 힘차게 내팽개치고 있었다, "이거, 맛 없어서 못 먹겠어!!!" 라고 짜증스럽게 외치면서. 그 아이에게는 밝히지 못했지만 실은 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막달레에게 나도 그 물고기를 먹을 때,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실제로는 잘 먹을 수 있었지만 그 아이를 위해 숨겼던 것.
  그러다가 우연히 남쪽에 있는 대륙 연안과 군도를 오가는 집배원 아주머니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무척 다정해 보인다고 흐뭇하게 웃음을 지으며 나와 막달레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는 하였다.
  "둘이 정말 다정하게 잘 지내는구나."
  그리고서 그 아주머니께서는 자전거를 타고 나를 지나치면서 오랫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 나는 막달레가 그 아주머니를 쫓더니,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먼 뒤에서 보게 되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대륙의 소식을 전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부모의 근황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 하지만 그 아주머니께서 막달레의 부모에 대해서까지 자세히 알 리는 없었고,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그를 이끌고 마을의 교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였다, 막달레가 마을로 왔을 때는 슬슬 봄이 시작될 때였고, 그가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 생활에 적응해 나아갈 무렵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섬의 곳곳마다 꽃이 화창하게 피어날 무렵이었기에, 꽃을 보여주기에 참 좋은 때였다.
  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었다고 하지만 섬에 머무르고 있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화초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막달레는 그 모습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어떤 이름을 가지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모습을 보이고는 하였다. 그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모습들이었기 때문으로, 그에 대해 알 때마다 막달레는 이에 대해 무척 흥미로워 하면서 그에 대해 알려주는 나에게 항상 고마워 하고는 하였다. 자신이 보는 아름다운 화초들 중에 약으로 쓰이는 것이 있다는 말에 놀라워 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그 꽃을 바로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한 것은 아니고, 뿌리를 삶아서 먹거나, 잎을 따뜻한 물에 달여서 그 물을 마시는 형식으로 약으로 쓸 수 있다는 거지."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질 무렵 막달레를 이끌고 섬의 산길을 올라, 산 속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배를 같이 타고 건너편에 보이는 자그마한 섬으로 같이 모험을 떠나기도 하였다. 특이할만한 것이라고는 없는 곳들이라고 하지만 그 때에는 그 바위 동굴, 바위섬의 모습조차 무척 흥미로워 보였고, 무언가 신비로운 것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직접 바다로 들어가려 하기도 하였는데, 그래서일까, 막달레는 이전과는 다른 머리 모양을 하고, 수영복도 갖추어 입었다. 늘 보던 모습과 너무나도 달라서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느새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보이고, 안경을 벗은 그 모습은 이전까지의 수수했던 모습과는 거의 전혀 다른 인상을 주고 있었다.
  처음 본 그 머리카락을 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서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였고, 이에 막달레는 그런 나의 부탁을 바로 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내가 부탁하는 바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려 하였고, 이에 대해 싫은 모습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내가 너무도 좋았던 것이었을까.
  그래서일까, 날씨가 추워질 무렵, 막달레가 다시 섬을 떠날 때에는 나와 헤어지는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학교를 떠나, 선착장에 이르면서도 항시 나와 같이 있으려 하였고, 나를 마지막으로 보면서 슬퍼서 울기도 하였다. 그러한 그에게 나는 언젠가 다시 만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꼭 그 섬으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막달레 역시 그에 대한 화답으로써 나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반드시 내 곁으로 돌아와 줄 것임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10 년 즈음의 시간이 지났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가며 섬에서의 생활을 이어갔고, 그와 더불어 막달레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부모 일가에게서 떠나, 건너편의 작은 섬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겠다고 나설 무렵, 나는 해안가에 배를 타고 나서는 나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는 청순한 인상의 소녀로서, 그는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때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나에 대해 아쉬워하는 면모도 드러내려 하였다. 이런 그를 보며, 내가 조용히 물었다.
  "누구시기에 저를 이렇게 알아보시는 것이지요?"
  그러자 그는 내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처음 뵙겠다고 말해야 하나요...... 제 이름은 '막달레' 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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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루데스라 칭해지는 7 개 군도 중 북동쪽의 작은 섬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