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화원으로 가기로 했다. 나에게는 별로 내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원하는 일이었던 만큼, 그들과 같이 행동한다는 생각 하에 따라가기로 한 것.
  기차라든가, 편리한 교통 수단으로 가기는 힘든 곳이라서-가는 편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 편 수가 무척 적은 편- 어떤 술사가 마련해 준 구름을 이용해 왔다가야만 했던 곳이기는 했으나, 그 번거로움을 감안할만한 풍경들이 곳곳에 보여서, 겉으로는 드러내거나 하지 않았다지만, 내심 방문한 것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다.
  화원의 이름은 '고요한 아침을 위한 화원' 으로서,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들어본 바가 없기는 하나, 새벽 그리고 아침에 들르면 좋은 풍경들이 가득한 곳이기에 이러한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이름 그대로 아침에 들르면 좋은 곳일 것 같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집에서 출발해, 8 시 40 여 분 즈음에 화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굽이진 내리막길을 걷는 도중에 화원의 일부가 훤히 보이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한참 동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술사로부터 구름을 얻어 갈 수 있었던 곳으로서 그 이외에는 방문이 번거로운 이상, 이후에 혼자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풍경에 대한 기억이나마 잘 가질 수 있도록 오래 바라보려 하였던 것.
  다른 이들이 나를 지나쳐 갈 때에도 그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나를 지나쳐 간 이가 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서야 이들을 따라 나서면서 내리막길이 풍경을 제공해 주었던 곳을 지나갈 수 있었다.

  내리막길 좌우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여 초록색으로 일관된 여름의 언덕길을 꾸며주고 있었다. 내가 화원을 찾았을 때에는 맨드라미로 보이는 붉고, 노란 꽃들과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 나리꽃들의 모습이 주로 보였으며, 나리꽃이 한창 필 때라 그 시기에 맞춰 꽃을 심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에 관련되어 들려왔다.
  이외에 아세라이아 및 소로에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별 모양을 이루는 하얀 색 그리고 청보라색 캄파눌라(Campanula) 꽃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 일대가 소로에나 근방-소로에나 시가지의 북쪽 근방에 있었다-이고, 그래서 꽃들이 마침 예쁘장하기도 하니, 캄파눌라 꽃들도 많이 심어놓았을 것이었다.
  한 시절에는 캄파눌라 꽃을 별꽃이라 칭한 적이 있었다, 그 모양이 얼핏 보면 별 모양처럼 생겼음이 그 이유. 그러다가 나중에 별꽃이라면서 그림을 그려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되어서야 그 꽃 이름이 캄파눌라임을 알 수 있었다. 별꽃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기는 하나,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그런 별의 모습이 아니었다. 작고 동그란 모습의 멀리서 보면 작은 가루처럼 보이는 꽃으로서 그 모습이 하늘에서 보이는 별과도 같다하여 그런 이름이 부여되었으리라.
  여름이라지만 나팔꽃, 부용, 캄파눌라 등이 한데 모여 화려하게 꾸며진 꽃밭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고, 이들에 시선이 집중되어 길을 가다가도 잠시 멈출 때가 적지 않았다. 구역의 곳곳에 온실이 있어서 온실에서 소로에나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화초들을 심어놓고 있었다. 또한, 화원의 한 곳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풀밭이 포함된 정원이 있었고, 정원에는 휴식을 위한 의자가 있어서 일행이 걷다 지칠 즈음에 그 의자가 좋은 쉼터가 되어 주었다.
  이름이 무색하지는 않은 곳이었다. 아침 일찍 찾아오니, 때마침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하늘이 살짝 흐리니 제법 분위기가 사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아침 일찍 오니, 일행만 방문을 했고, 그래서 고요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저, 하늘을 보고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 가까이에 있는 화초들을 보며 그 풍경이 전해주는 분위기를 그저 즐기면 그만이었다.

  꽃이 많아서 그러한지 꽃만큼 각종 곤충들도 많이 있었다. 꽃을 바라보는 도중에 호박벌과 맞닿을 뻔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꿀벌 류의 벌들은 늘 침으로 공격하는 개체가 아님을 알고는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을 품고 있는 특성 상, 벌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화초마다 곤충들이 이파리 사이에 숨어든 광경을 본 때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위험한 벌이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고, 벌에 쏘여 위험에 처하는 일도 없었다. 새벽까지 머물렀던 숙소에서는 말벌이 나타났었고, 갑자기 달려들어 큰일날 뻔한 적도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명색이 아침과 관련된 곳인 만큼, 점심 때가 다 되어갈 때 즈음, 화원을 나섰고, 그 이후로 간단히 점심을 먹은 이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입장료는 1000 크로네 정도로 여태껏 둘러본 화원, 식물원 중에서는 가장 비싼 곳-샤티에(Schatie) 의 명소인 정원은 입장료가 550 크로네 정도이다-으로서, 산의 자연을 토대로 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을만한 입장료여서 그에 대해 문제 삼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 입장료가 어찌되었든 간에 여행은 즐겁게 하고 싶었고, 그래서 입장료가 납득이 되든 되지 않든 간에 그로 인해 기분 나빠하고 싶지는 않았다.
  억지로 간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전날에는 소로에나 북쪽 근방의 호수에 위치하고 있는 섬에서 2 ~ 3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가, 그 근방의 한 구역에 위치한 거처에 있으면서 그 거처에서 하루를 그냥 보냈었는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듯 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집처럼 생활하는 경험도 생각해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