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미차(Almiza) 남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 '마드필(Madfill)' 은 예로부터 해상 교역이 활발한 곳으로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지역 내의 사정에 대해 대략이나마 안다면 마드필이라는 도시에 항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 그런 곳이라지만 남동부의 예소르(Yesor) 등의 다른 도시에 눈길을 두고 있어서 마드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려 하지 않다가, 여름도 슬슬 끝나가는 와중에 갈 만한 곳을 찾으려 하다가 이 마드필의 화려한 명소들, 그 모습을 보게 되면서 행선지를 결정하게 된 것.
  사실 마드필은 영역 자체는 무척 넓은 곳이다. 다만, 해상 영역이 그 중 반을 차지하며, 대륙 상에서의 영역 자체는 무척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다만,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바로 믿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일은 2 일 정도는 도시를 돌아다녀야 가능한 일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드필은 도시 곳곳에 명소라 여기어질만한 곳이 있었다. 도시 남서부의 외항 부근에는 경관이 좋다고 알려진 샨티아(Shantia) 산이 있고, 그 부근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알미차 그리고 인근의 섬과 바다 건너편에 위치한 구역의 도시 및 마을로 나아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마드필의 주요 명소 중 한 곳으로서 마드필에 처음으로 온 외지인이라면 반드시 가야할 곳 중 하나로 여기어지기도 하다만, 정작 선착장을 떠나 샨티아 산 부근에 이를 무렵, 발걸음을 옮기는 이는 나 혼자 뿐이었다. 구름이 가득한 희끄무레한 하늘을 바라보며 초목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만을 보며 길을 가려니 쓸쓸한 느낌이 바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샨티아 산의 모습 자체는 투명한 물결이 흐르는 강가가 마주보는 모습이 훌륭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조금 멀리 있는 곳이었다면 바람이나 맞으면서 한 동안 머무를 수도 있었겠지만 외로이 경관 속에 있기 위해 멀리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만큼, 내가 왜 왔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잠시 산을 둘러보다가 떠나갔다.

샨티아 산과 마드필 남서부 구역 간은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그래서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다면 남서부 구역의 명소인 '근대사 박물관' 까지는 금방 갈 수 있어 보였으나, 문제는 구역의 길이었다.
  마드필 남서부 구역은 축척이 작은 지도로 보면 그야말로 격자무늬가 지면에 그려진 모습 그 자체였다. 길만 이어졌냐면 그러할 리는 없고, 여러 상점들이 틈 없이 자리잡고 있으며, 시가지 곳곳에 막힌 길도 있는 만큼, 특정한 목적지를 시가지를 거쳐 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가지의 미로찾기였다.
  예상한 바 이상으로 복잡한 길은 간단한 안내만으로는 찾기 힘들었고, 게다가 길찾기에 도움이 되라고 가져온 나침반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좀처럼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그로 인해 더욱 길을 헤매게 되었다. 길을 찾아 나아간다고 하는데, 샨티아 산을 향하는 길로 돌아왔을 지경.
  그러다가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적지인 '근대사 박물관' 부근에 이르렀으며, 그 부근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근대사 박물관이라는 곳으로 진입을 할 수 있었다.

  샨티아 산이 바라보고 있는 외항은 바다 그 자체의 풍경보다는 배가 정박한 고요한 풍경을 바라본다는 생각을 해야만 바라볼 가치가 있는 광경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평상시에는 칙칙한 느낌을 주는 면모를 보이지만 하늘이 어두워지고 배들이 빛을 발해야 할 때가 되면 그 빛들로 인해 어떤 곳들보다도 화려해지는 곳이 바로 그 외항과 같은 항만시설이었다.
  항만과 바다 그리고 나름 좋은 풍경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 법도 하건만, 찾아오는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래서 근대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동부 지역을 향할 때까지는 늘 외롭게 여행을 해야만 했다.

  현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부터 무척 유명한 곳이었다지만 근래 이후부터는 예소르라는 신흥 항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외지인들의 방문 역시 예소르에 집중된 탓에 마드필을 들르는 이들이 무척 적어졌다고 한다, 아니 외지인이 마드필의 명소를 둘러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많은 외지인들이 붐비는 광경을 보려면 예소르를 가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는 것.
  그럼에도 동부 지역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 및 조선 역사 박물관과 그 부근에 위치한 '평화 광장' 일대는 사람들로 붐비며 흥겨운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밤에는 빛을 발하는 분수대 공연이 있어서 근방에 위치한 동부의 신 시가지에서부터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온다고. 외지인의 방문도 있다지만 현저히 적어졌다고 한다.
  외지인의 방문이 줄어들든 말든, 공연 자체는 무척 즐거워서 시간을 들여 관람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은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 다음날 역시 즐거울 것을 기대하며 편안히 잠들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다음날은 계속 비가 오고 그로 인해 해변 일대로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어진 관계로 쓸쓸한 여행을 이어가다가 예정보다 훨씬 빠른 16 시 즈음에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방문 자체가 의의가 있는 여행으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항만 도시의 오늘날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보람이 있는 여행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