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Announcement-
  존경할 이유 없는 아쿠에리아 백성들에게 고한다. 은하력 1123 년 5 월 28 일, 제국력 2623 년 5 월 28 일. 현 시간 부로 아쿠에리아는 발할라 제국에 의해 봉쇄된다. 현 시간 부로 아쿠에리아의 백성들은 행성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발할라 제국의 허가 없이 행성을 탈출하는 행위는 국지 도발 행위로 간주, 함포 사격 등으로 응징한다.
  우리 발할라 제국은 너희들을 위해 미량의 금조차 지불하지 않고, 오로지 발할라 제국을 위해서만 활용할 것이며, 너희들을 위해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가증스러운 정치 행위에 의한 발표 역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으리라.
  우리 발할라 제국은 아쿠에리아라는 행성 자체에 개혁을 단행, '인간' 을 제외한 모든 인격적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해 갈 것이며, 행성을 위해 어떤 기여도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주제에 공해와 전쟁으로 행성에 상처나 입히고 핵무기 등을 발명하여 행성의 자연에 반항구적인 위협이나 가하는 해충들인 너희 인간 백성들을 철저히 말살하여 두 번 다시는 원숭이에서 인격적 존재가 진화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니 그에 대한 각오는 반드시 해 두고 있도록.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그대들의 미래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되리라.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이런 세상에 '인간' 으로서 태어난 너희들 자신을 원망할 것이며, 내세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 이런 전쟁이 없는 세상에 태어나기를 갈구할 지언저.
  그러나 고통은 없으리라. 우리는 공작선들을 미리 준비하여 공작선에서부터 음파의 인공적인 변동이 생길 경우, 그것에 반응하여 연쇄적으로 발산되는 수면 음파를 개발, 그 음파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음파 속에서 너희들은 영원히 의식을 잃은 채, 공작선에 마련된 장치를 통해 생명력을 바치며 서서히 죽음의 단계를 밟아가게 된다. 잠에서 깨어날 경우, 너희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후 세계에 이르게 되었음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 사후 세계는 너희들이 살아가는 이 망할 세계보다 훨씬 공정한 세계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기대하고 있거라.
  그런 너희들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는 인간과 비슷하나 인간보다 동물적인 본성이 약한 인격적 존재들을 불러와 새로운 세상으로 이 곳을 변화시킬 것이며 '밧서란트(Wasserland)' 라는 새로운 이름이 부여될 것이다.
  이상으로 연설을 마치겠다. 너희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정치적인 발언이나 위선적 행위는 하나도 없는 발언들이다. 그러하니 너희들도 만족하리라고 굳게 믿겠다. 하루하루를 마지막을 대비하며 충실히 살아가도록.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연설이 시가지의 TV 화면을 통해 나타났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참 귀여워 보이면서도 나름 성숙한 면도 없지 않은 예쁜 여자아이인데, 그 입에서는 그런 참혹한 말들이 나오고 있었음이 섬뜩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무엇이 그 여자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내 이름은 티아나(Tiana). 아쿠에리아 중앙 제 2 공립 고등학교(Aquerian Central 2nd Public High School) 에 다니고 있으며 현재 1 학년. 내 곁에 있는 이들 중 갈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한 분의 이름은 캐서린(Catherine) 으로서 가니메데스 대학교(Ganimedes University) 를 졸업 후, 피아노 강사로서 일하고 있다. 약혼자가 있으며 이름은 필립(Phillip). 은하 행성 연합 제 1 우주 사관학교(The First Universal Office Academy of the United Planets of the Galaxy ; UPG/UOA-1) 출신 군인으로서 현재 행성 연합 제 5 함대 소속으로 계급은 중위.
  뒤에는 한 작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캐주얼 차림을 하고 머리에 모자를 쓴 전형적인 아쿠에리아 소년풍의 남자아이와 그보다 어리며 노란 티셔츠와 분홍색 멜빵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예쁜 여자아이 그리고 아쿠에리아에서는 보기 드문 푸른색을 띤 유난히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하얀 드레스 차림을 한 아름다운 이가 서 있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홉스(Hobs)' 로서 10 세. 그리고 여자아이의 이름은 '줄리(Julie)' 로서 9 세이다. 이들 모두 아티카 초등학교(The Elementary School of Attica) 에 재학중이다.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고, 이름이 '테레사(Theresa)' 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따름이었다. 가슴 크기 등으로 인해 전혀 믿을 수 없지만 나와 나이가 동갑인 듯해 보인다.
  이들은 거리에서 그 연설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연설이 그저 헛소리의 집합체로 여기어지고는 했었다. 아쿠에리아 등을 지키는 12 함대가 있는데 어떻게 그들이 그런 허세를 부릴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2 함대가 괴멸했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오고, 캐서린의 친구들이 필립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정말 그 말대로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까지 들려오게 되었다.
  그 막강하던 12 함대가 어떻게 괴멸되고 4 만 여에 이르는 우주군이 행방불명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쿠에리아 측 정치인들도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 하고 있다. 게다가 네퓌라와 발할라라 자칭하는 군단의 규모가 12 함대 군단의 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큰 충격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그들이 온 제국 공격 작전인 '선더 포스(Thunder Force)' 작전을 알아내고 그것을 응용해 함대를 괴멸시킨 것은 아닌가라는 설도 들려왔지만, 그 설은 현재 정치계를 통해 부정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 이후, 포로 교환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의 보도가 있었으나 포로 교환 소식은 지금까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캐서린은 포로 교환 때에 필립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발할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한 군단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침입을 단행한 이후로 계속 그래왔으며, 그래서 한 동안 평화 국면은 계속 이루어져 왔다.

  "걱정 마세요, 그 분은 꼭 돌아오실 테니까요."
  일행이 식당에 모여 앉았을 때, 테레사가 걱정하는 캐서린 언니께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사실 이번 집들이도 테레사가 캐서린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마련한 것이었는데, 그래도 캐서린 언니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내가 그러한 캐서린 언니께 말씀을 드렸다.
  "도움이 안 되더라도, 도움이 되는 척이라도 하셔야지요. 언니가 걱정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 걱정한다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걱정을 어떻게 못하잖아. 5 함대가 괴멸되었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파멸 속에 필립이 휩쓸렸을지 누가 알겠니."
  그 때, 캐주얼스러운 옷차림을 한 로버트(Robert) 와 캘빈(Calvin) 이 우리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한데 모여 이제 여름인데 갈 곳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내가 아직 특별히 정하지는 않았다고 묻고서 바다에라도 가고 싶냐고 캘빈에게 물었다. 이에 캘빈은 그렇다고 답하고서 나에게 말하였다. 그 이후, 나를 비롯한 일행은 한 동안 여름 여행에 대해 즐거운 토론을 하였고, 그러는 동안 잠시나마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잠시 거리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날이 어두워졌을 때 나는 홉스, 줄리, 캐서린 언니, 테레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는 순간, 창밖으로 테레사가 누군가와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잠시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하였다.
  테레사는 보라색을 띠며 치맛단이 짧고 소매가 없는 슈츠 위에 하얀 갑옷을 입고 있는 푸른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용을 보아하니 꽤 진지한 대화가 그들 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듯해 보였다. 우선 테레사가 말을 건네는 것으로써 대화가 시작되었다.
  "파형 발생 물질의 살포는 이제 거의 완료가 된 듯해 보여."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큰 소리를 내기만 해도 그 가스 물질이 행성 전역으로 전파된다는 것이지요?"
  "응, 일단 그 파형이 지하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하니, 우선 사람들로 하여금 지하로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말해야 하겠어. 그래야 피해를 줄일 수 있기라도 하니까. 티에라, 발키르야들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해 두었니? 지금껏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예, 이미 해 놓았어요. 일단 한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었는데."
  "말해 보렴."
  "그 발키르야들의 성질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는 골격이 기계이고, 그들은 골격이 생체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요. 어쩌면 '피의 정령' 이라 칭해지는 당신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존재일 수도 있어요."
  "그러하구나. 그렇다면, 온 제국의 후예를 자처하고 지구를 침략했던 자들은 인공적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딘 제국에서부터 유래된 기술을 응용했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그 기술을 얻어올 수 있었지?"
  "온 제국을 통해 알아냈을 거예요. 온 제국이 세라프 퍼플이라는 병기를 두고 있으면서 그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세라프 퍼플을 소유하기만 했기에 온 제국 자체에서는 기술을 알 수 없었겠지만, 세라프 퍼플을 발견하고, 제작 원리를 알아내면서 그 기술을 해석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하였겠구나. 그러는 동안 오딘 제국은 기계 골격을 대체하는 생체 골격을 만들어내고서 그 골격을 바탕으로 인간형 생물체들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아?"
  "예, 발키르야들은 그 인간형 생물체들 중 하나로서 전투에 특화된 형태에요. 가장 세라프 퍼플의 원형과 닮은 존재이기도 하지요."
  "알았다." 그 말을 듣고서 테레사는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세라프 퍼플 역시 인간의 몸에 이식된 세포가 태어나는 형태였느냐고 묻자, 티에라는 그렇지 않다고 답을 하였고, 인간의 육신에서부터 인공 생명이 태어나도록 하는 일은 오딘 제국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처음부터 성장을 이루어낸다는 목적 하에 인간의 양분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서 그는 발할라 제국은 그 오딘 제국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잡아 숙주로 삼으면서 인공 생명이 태어나도록 할 모양이라고 말하고서 그들로 하여금 발할라 요새를 이끌 이들로 삼거나 발할라 제국에 머무르게 될 인격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발할라 제국이 원하는 바는 단순히 무력으로 도시를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명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맞는 생명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밖으로 뛰쳐나와 테레사와 티에라에게 다가간 후에 우선 티에라에게 방금 전에 한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테레사가 놀라면서 나에게 다 듣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그들로부터 적어도 어린 아이들이나마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테레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하려 했었음을 밝히고서 아이들만큼은 우선적으로 지키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으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티아나 양께서는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으시는 거예요, 티아나 양께서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정말 있을 듯 싶은데......."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인지는 나 자신도 몰랐다. 그저 아이들이나마 살아남아 테레사나 티에라에게 맡길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자 티에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한 나를 다그쳤다.
  "거짓말...... 이지요?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으세요?"
  나는 테레사와 티에라가 나보다 죽음을 덜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이전에 무언가 위험한 곳에 있었으며, 그러면서 항시 죽음을 염두하는 삶을 살아온 듯해 보였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테레사의 손을 만지면서 무기 같은 것을 잡은 자의 손임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얼핏 보아서는 온화한 곳에서도 평화로운 삶을 살아오고 있었을 법한 모습을 보이던 테레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와 티에라의 은근히 강인한 면을 알게 되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할 이는 테레사이겠지. 나는 혹시 있을 재앙 이후에는 아무 쓸모 없지만, 너와 티에라는 그렇지 않잖아, 적어도 파멸 속에서 아이들을, 너희들 손으로 지킬 수 있잖아."
  "티아나 씨......" 이에 테레사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의 오른손을 맞잡으며 포기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이후에 어떻게든 자신이 티아나와 아이들 그리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음을 밝혔다.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 그러할 거예요. 테레사 님께서는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말 하시는 분이시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서 나는 테레사와 티에라가 잠시 중심가에 있어 보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떠나자 그들을 배웅하고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 날의 TV 속보를 전해 들었다. 그러는 동안 여성 아나운서가 마치 사무적 보고를 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 때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네퓌라에 봉기한 반 연합 세력이 5 월 28 일을 끝으로 3 일 간의 정권 장악 끝에 무너졌습니다. 은하 행성 연합의 주요 12 함대는 네퓌라의 함대와 교전하였으나 네퓌라 함대의 전술에 의해 패배, 사실상 전멸하였으며 네퓌라의 구원을 주도한 이는 놀랍게도 그란 젤레바라는 이름을 가진 용병 집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란 젤레바,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젤레바 혹은 셀레바라면 알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어렸을 적, 그들에 대한 보도 기사를 접하셨다고 하고, 그러면서 그 때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오늘의 역사' 라는 방송을 보면서 아버지께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상황에 대해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록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긴 했으나, 누구보다도 평화롭고 따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구 은하 연방 함대에 속해있었을 군단에 의해 습격을 받아 그들에 의해 행성 자체가 괴멸되면서 그 민족도 절멸하고 말았지. 그 때 몇 명의 인간이 그 곳에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아버지께서는 인간들은 전원 탈주에 성공하였으나, 그 중 한 여자아이가 그 일에 대해 격한 분노를 하였다고 말하고서 그 일에 대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외치기도 하였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 때, 그 여자아이가 너무도 슬피 울고 있어서 사람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었다는 말을 하였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그란 젤레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셀레바 인들을 기리기 위한 이름인가 봐요."
  TV 를 잠깐 보면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시자 아버지께서는 "으음." 이라고 답한 후에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였다. 그 때, 내가 복수하겠다는 말을 하였던 여자아이가 일으킨 단체 아니냐고 묻자, 아버지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다른 예감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연설을 하던 그 여자아이가 아마도, 그 때의 그 여자아이가 아닐까 싶네. 아마도 셀레바 인들에 대한 학살에 분노를 품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인류에 대해 그렇게 증오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여자아이는 아니지 않아요? 이미 40 년이나 지났잖아요. 그래도 여자아이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건 그러하긴 하네." 이에 아버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보도는 계속 이어져 반란 세력의 우두머리인 일라메하라 등 7 명은 용병 집단에 속한 에리사라는 소녀에 의해 살해당하였으며, 그 중 일부는 팔과 다리가 난도당한 처참한 모습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였다. 그 당시 살해당한 시신의 모습도 나왔는데 너무도 끔찍해 잠시 정신을 잃을 뻔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보도는 계속 이어져 에리사는 아린다 성계에 살던 이로서 반란 세력의 주도 하에 고향이 파멸하고 고향의 사람들이 전원 살해되자 그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목이 잘린 시체들과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목들을 보이면서 남은 일원들은 에리카 게부르샤프트라는 전사에 의해 살해당하였다는 보도가 나오는 동안 어머니가 그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말하였다.
  "세상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하는 일은......."
  "10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고 다닌 대가를 얌전히 죽이면 치를 수 없다고 살해한 이는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원한 맺을 일을 만들면 안 되는 거요, 어쩌면 신이 정말 사람을 보내 저런 식으로 원한을 만든 이를 죽이도록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서 나는 별들 외에는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죽은 뒤에는 어떤 세상이 찾아올까, 천국과 지옥이 정말 있는 것일까. 가사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명확히 알 수 없겠지. 하지만 사후 세계라는 것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긴 할 거야, 그런 사람들이라면 무언가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을 이어갔다.
  '테레사와 티에라는 알고 있을까, 아버지께서는 테레사라면 지옥의 사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어. 그에게 물어보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으려나.'
  그러는 동안 나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여느 때처럼 편안히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로 시선을 향하였다. 그러다가 그들을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다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공원의 전경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 때, 줄리가 그러한 그에게 다가가더니 밝은 목소리로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티에라는 생각할 것이 있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는 말을 건넨 후에 미소를 띠며 걱정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응, 티아나 언니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티아나 언니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그랬구나." 이에 티아나는 미소를 띠며 그를 안은 후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잠시 고민 거리가 있어서 그러할 뿐이니, 너무 심려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때, 홉스도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역시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나 보다. 혹시 어디론가 끌려갔나 봐 찾아왔다고 말하는 홉스에게 기특하다는 말을 하면서 줄리, 홉스를 데리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홉스가 나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놀라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홉스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고 말하면서 미안하다는 뜻을 드러내었다. 그리고서 자신은 전쟁이 일어나면 아저씨들과 함께 전쟁터로 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안 돼, 홉스는 아직 어리니까."
  이에 홉스는 마을이 위험에 처하는데 어떻게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외치고서 누나는 그런 생각도 못해 봤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는지 사실은 자신도 총에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누나에게 지켜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그저 그 아이를 보듬으며 괜찮을 것이라고 말을 할 뿐, 다른 말을 건네지는 못하고 있었다.

-People in Turblance-
  이 도시에 이른지도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행성에는 봉쇄령이 내리지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 행성 자체가 멸망할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날을 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보니 향락 소비도 점차 늘어가는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이것을 부조리라고 해야 할까, 과거에는 어느 나라에서 침략이 일어나거나 할 때, 다른 나라로 도망가면 적어도 목숨만은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북극에 있어도 행성 자체가 멸망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례는 은하 행성 연합에 속한 이들이 잘 알고 있었다. 행성 레다의 멸망, 벌써 몇 세기 전의 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은 역사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고, 이는 사람들의 불안감에 불을 당기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 그것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풍요를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풍부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은하의 역사는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기대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가 은하계 자체를 멸망시키는 수단도 나오는 것 아니에요?"
  "거기까지는 모르겠어." 곁에 있던 티에라가 묻자 나는 곧바로 그런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가만히 길을 걸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렸을 적, 내가 살았던 곳의 거리를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13 세에 모친까지 세상을 뜬 이후, 학교까지 그만두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터에 나서야했던 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보는 밤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물론 건물의 모양새 등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옆에 있는 이는 그러한 나를 외롭게 하지 않았던 이들 중 한 명으로서, 한 번의 시련이 있기는 했지만 줄곧 나의 곁에 있어준 그런 이였다. 이번에 이 곳에 왔을 때에도 그는 나와 동행하면서 나를 위해 몇 가지 일을 해 주기도 하였다.
  외계 행성의 거리에서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음이란, 머나먼 외계 행성이라 하더라도 그 모습은 모성의 옛 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때, 그 외계를 사람들이 '바스티안(Vastian)' 이라 칭하고 외계에서 온 물건을 바스티안의 철괴(Vastian's Steel) 이라 칭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이름을 붙인 이들이 이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바스티안이라고, 우리와 다를 것은 없네."
  "예, 정확히는 아메리카 합중국이라 칭해지던 그 나라와 많이 비슷할 거예요. 그런 나라가 세계의 표준인 것은 모성과 이 곳 모두 사정이 비슷하네요, 그렇지 않아요?"
  "그러할지도."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가만히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주점에 이르자마자 티에라의 인도를 받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 티에라가 나에게 와인이라도 마시겠느냐고 물었으나, 오래 전부터 술을 마실 수 없었던 나는 그 요청을 거절하고서 치즈나 한 조각 갖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티에라는 와인의 안주로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 이후, 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우주군 소속 병사들도 있었고,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가족을 잃고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술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어서 현 상황이 불안정함을 알리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나에게 타인 몰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문득 바라보다가 나의 가슴으로 시선을 향하였다. 어느새 크게 자라난 가슴을 잠시 만졌다가 다시 내린 후, 다시 앞을 바라보며 '이것 때문인가' 라고 물은 후에 그에 대해 혼잣말을 하였다.
  '어렸을 적에는 이런 것으로 인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이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그것이 커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때가 있었다. 흔들리는 모습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게 된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곳에 이르면서 남자들이 유심히 나를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어서 신경이 쓰이고는 했다. 이에 대해 티에라는 나의 어머니와 닮아가고 있음을 알렸으며, 나 역시 그와 같이 좋은 어머니가 될 것임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일 것이라 말하여 안심할 수 있기는 하였다.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자 나는 치즈케이크를 가져와서 먹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음식과 와인을 받은 나와 티에라의 곁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함내 장교로 보이는 한 남자와 그 남자가 데리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그 남자는 제 14 함대 소속의 남자로서 결전을 각오하고 함선으로 가는 도중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서 혹시 자신의 아이를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가족의 곁으로 보내야 하지 않나요?"
  그 물음에 내가 그렇게 묻자 그 남자는 자신은 다른 행성에 집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서 집이 '있었다' 라는 말에 놀라는 티에라에게 그 집은 발할라에 의한 폭격으로 파괴되어 딸만 살아남았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동행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함으로 가야하는데 딸까지 데려갈 수는 없다하여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자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의 현 거주지를 물었다.
  그 이후, 내가 거주지를 말하고 나의 이름과 티에라의 이름 그리고 집 주인의 이름까지 밝히고서 전쟁이 끝나면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서 그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그리고서 그에게 반드시 아이를 돌려주겠음을 약속하고서 안심하고 있으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 남자는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묻자, 티에라는 일단 그래도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 후, 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만약 당신께서 돌아오시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물음에 남자는 그 때에는 나와 티에라가 그 아이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의 좋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나는 당황하면서 "그러할지도 모르지만......" 이라고 말하였는데, 그 때 그러한 나에게 티에라가 말하였다.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세요. 그 분께서 돌아오실 때까지는.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실 분이시잖아요?"
  "그러하겠지."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리고 해야할 일이라면 반드시 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남자는 고맙다는 말을 건넨 후에 여자아이를 한 번 안더니 나를 가리키면서 한 동안 어머니처럼 여기며 지내야 한다고 말하고서 자신이 올 때까지 반드시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소녀는 슬퍼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잠시 일터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고서 반드시 돌아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을 하고서 돌아오면 함께 새 집을 찾기 위해 나서보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되었는지 그러한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 곧바로 나의 곁에 이르렀다. 그 이후, 남자는 발걸음을 돌이켜 술집을 나서기 시작, 그 때 내가 그 남자가 술집을 나설 때, 그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제 14 함대 본부로 간다는 말을 건네었고, 그 이후 남자는 술집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닌 술집에서 아이를 맡을 이를 찾다니, 그 분도 참......"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가족을 잃은 사람이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술집에는 유난히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도 아마 이런 곳을 자주 전전했겠지."
  티에라가 건네는 말에 나는 슬픔의 감정을 다소 품으면서 그렇게 답하였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식구가 하나 더 늘은 듯해 보인다고 말하고서 집으로 가면 가족 소개부터 시켜야 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티에라는 미소를 띠면서 "그래야 하겠지요?" 라는 물음을 나에게 건네었고, 나 역시 미소를 지어 긍정적인 뜻을 드러내는 것으로써 답을 대신하여 그의 물음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 동안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즐거워하던 티에라는 잠시 후, 나에게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를 내며 이전의 그 남자와 같은 이가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앞일을 장담할 수 없었던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슬퍼하는 티에라를 위로하려 하면서 말하였다.
  "그 그란 젤레바 대가 나서준다면, 어떻게든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Assembly-
  은하 행성 연합 제 14 함대의 기함 '에제키엘(Esekiel)' 에서 함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어윈 모데스트(Erwin Modest)' 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로버트 크레이그 그레이빌(Robert Craig Grayville)' 사령관의 지시 사항이 내려졌음을 밝히고서 거대한 십자가와 그 앞에 위치한 세 개의 삼각형들을 보인 후에 목표는 발할라라는 이름을 가진 요새의 점령과 그 주도권 장악이며, 그것을 통한 발할라의 지휘 체계 마비 효과를 노린다는 말을 하는 모데스트. 그 이후, 그는 자신의 앞에 선 수하 장병들에게 작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군의 함선 수는 13, 14, 15 함대 모두 60 척으로서 전 180 척. 적의 함선 수는 좌우익 80 척에 중앙 120 척으로서 전부 280 척에 이른다. 숫자로는 상대할 수 없는 상태. 물론, 그레이빌 사령관님의 중앙 함대까지 합치면 430 척으로 우리가 유리해지나 그래도 그들과의 정면 대결은 위험하다. 녀석의 전술을 그 숫자만으로 이길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기도 하고, 또 요새의 대량 함포 사격을 유발할 수 있을 뿐더러, 전방의 180 척이 발할라의 모든 전력일 리도 없다. 정면 대결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래서 내려진 것이 그레이빌 사령관 님의 작전 안이다.

  그 이후, 부관 중 한 명인 크로머(Kromer) 가 그렇다면 어떤 전술로 맞설 것인가에 대해 묻자 이제 그에 대해 밝히겠음을 알리고서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설명을 행하려 하였다.

  저 앞에 있는 것 중 좌측의 함대는 뒤센도르프(Duesendorf) 를 기함으로 한 함대, 우측의 함대는 비스바덴(Wieswaden) 을 기함으로 한 함대. 그리고 중앙이 녀석의 기함인 리스트(Liszt) 가 기함으로서 공작선들을 내보내고 있는 함대들이다. 우선은 녀석에 대한 도발을 감행해 뒤센도르프와 비스바덴 함대가 선공으로 우리 함대와 맞서도록 한다. 이들까지 나서면 3 개 함대로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그 이후, 중앙 함대가 도착해 패배를 선언하고 이어서 항복 사절단을 리스트로 보내도록 한다. 그리고 사절단이 최대한 리스트에서 시간을 끌어 리스트의 인원들이 대처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후퇴했던 3 개 함대가 일시에 요새의 뒤쪽으로 진격 개시, 그 공격을 뚫으면서 요새 중앙부의 방어 시설을 제압 후, 요새를 점령하도록 하고, 중앙 함대 역시 상하로 대열 분리 후 분리된 각 대열이 요새의 뒤쪽에 이르도록 하면서 요새의 후방에 이르러 3 개 함대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 전술이다.

  "그렇다면, 그 사절단은 희생양 역할을 맡게되는 것입니까?"
  그 설명을 듣고서 크로머(Kromer) 가 그에 대해 묻자, 모데스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상대방 측도 치밀하게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며, 그러한 이상, 그런 수단이라도 활용해야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고 말하고서 항복 사절단으로서 나설 이들은 특무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한 노력해서 마련된 함선이나 리스트 내의 탈출선 등을 이용하여 탈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말을 그에게 건네었다.
  그 후, 마지막으로 크로머가 아공간을 통한 증원군 존재 가능성에 대해 묻자, 모데스트는 있으며 그것은 확실하다는 말을 건넨 후에 하지만 그들이 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앞으로 15 시간 정도로서 그 시간 내로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건넨 후에 그 때까지 함대는 요새 점거를 위해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서, 그는 마지막으로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인류에게 아직 이 아쿠에리아를 지킬 힘이 남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진 펀(Jean R. Fern) 이나 로이 머큐리(Roy S. Mercury) 와 같은 영웅이 없는 이 시대에 행성을 지킬 의무가 있는 자는 바로 우리.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이 행성의 군인의 사명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자가 있으면 언제라도 떠나라고 말하고서 떠난 자에게는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겠음을 천명하였으나, 떠나겠음을 선언한 이는 두려움을 느낀 30 여 명의 사람들뿐이었다.

-Indication of Lunacy-
  그러는 동안 함선 리스트의 함교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르간에게 보고가 들려왔다. 아쿠에리아 3 개 함대가 발할라 요새를 향해 진입하기 위한 시도를 행하고 있다는 보고. 그 보고를 듣자마자 모르간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구겨버렸다. 이에 곁에 있던 소녀가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묻고, 이어서 좌측에 위치한 젊은 남성과 같은 모습을 한 부관 '요제프(Josef)' 가 그에게 별 거 아니라는 의미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리고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네퓌라의 함대를 아공간을 통해 이 곳으로 오라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화면의 거대한 십자가와 십자가를 향해 다가오는 두 개의 삼각형을 사람들이 보도록 하면서 설명을 개시하였다.
  "발할라 요새는 지도자에 해당되는 이를 잃고 공허한 상태에 놓여 사실상 제어를 잃은 무방비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어떠한 공격적 동향도 없는 요새의 모습을 보고 인류의 군단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나, 네퓌라의 함대가 그 곳에 이르러 곧바로 공격을 가한다면 그에 대응할 수밖에 없겠지."
  그 이후, 그는 암만 네퓌라 12 함대가 은하 행성 연합 12 함대보다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함대의 수만 하더라도 12 개인데 4 개 함대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묻고서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이렇게 되면, 그 일을 구실 삼아 음파 반응 입자를 살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인류는 그들의 출격을 허가한 일을 후회하고 그들을 원망하며 영원한 잠을 준비하겠지, 후후훗."
  이에 요제프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심각해진 표정을 지으며 그 이후에는 무슨 행동을 취할 것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연설을 행한 대로라고 말하고서 그 연설대로 잠든 이들을 함선으로 이끌고 가 그 곳에서 마취제를 투여하고 인공 세포를 심어놓아 배양액이 들은 관에 가두어 놓으려 함을 밝혔다. 그리고서 자신이 목표로 한 이상적인 세계를 살아갈 이들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한 일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나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너희 행성의 자기 앞날을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위선적인 짐승 새끼들보다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위선적인 행각을. 그 더럽혀진 하얀 옷보다는 순수한 검은 옷이 더 낫다고,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가. 나의 위선을 벗어난 모습에 너는 동경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말을 듣고서 요제프는 그 언동에 대한 취소 발언이라도 해 줄 것을 부탁하고서 행성의 인류 전체를 파멸시키는 행위는 전 우주에 있어서 크나큰 죄악임을 밝힌 후에 행성의 사회가 부패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회를 개인이 멋대로 파멸시키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모르간은 "그래서?" 라고 물은 후에 그에게 다소 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그 짐승 새끼들을 위해 행성까지 죽어 가는 모양새를 가만히 지켜보고 싶은 것인가."
  "그게 아닙니다!" 이에 요제프는 아니라고 외치고서 사악한 인간들이 있다면 그 인간은 처벌해야 하겠지만, 사회 전체를 멸망시키며 사악한 인간을 처벌하는 일을 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였다. 그러자 모르간은 그러한 그에게 화답하였다.
  "그건 너의 착각이다. 인간은 근본부터 사악해. 그리고 그 사악함을 치장하기 위해 교육이나 종교와 같은 수단을 이용하지. 그리고 그것으로 사악함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사악함을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그러면서 그들은 항상 정의와 선과 진실과 발전의 이름으로 생명의 세상을 죽음의 세상으로 변화시키고, 능력자가 되지 못하면 평범한 삶도 영위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왔어! 이 모든 주역은 몇몇 사람들만이 아니다. 그런 움직임을 변화시킬 의지조차 없던 모든 인간들이 주역이다."
  그리고 요제프에게 그 세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냐고 묻고서 그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있느냐는 물음도 건네었다. 이에 요제프는 그러한 그에게 치를 떠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페엔 경, 방금 전의 발언, 제 정신으로 하신 것입니까?"
  "그렇다." 이에 모르간은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이성을 가지고 그런 결단을 내렸기에 지금의 과업을 이룰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물러가 있으라고 말한 후에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음을 밝혔다. 그러나 요제프는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물러날 수 없습니다!" 라고 강한 어조로 외쳤다. 이에 모르간은 어째서냐고 묻자, 요제프는 그 답으로써 격해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당신께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느냐고."
  이에 모르간은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서 자신은 아쿠에리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일인데, 그에 대해 이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제프는 더욱 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런 당신께는 아쿠에리아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잔인함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 잔인함은 에리사가 네퓌라에서 동족처럼 여기던 자들의 죽음에 대한 앙갚음으로 원수들의 사지를 찢어버린 잔혹함과 닮아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잔인함으로 당신은 어떻게 아쿠에리아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이란 말입니까!?"
  이에 모르간은 왼손을 움켜쥐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차분해지면서 목걸이로 쓰고 있는 녹음기의 음성을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셀레바 인들의 다감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려주며 모르간은 말을 이어갔다.
  "이 목소리를 당신은 모르고 있겠지?"
  "셀레바 인의 목소리 아닙니까?" 이에 요제프가 알고 있다면서 답한 후에 그 목소리가 아쿠에리아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묻자, 모르간은 잠시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알고 있구나, 네가 말한 대로, 그 목소리는 셀레바 인들의 목소리이다. 나와 함께 살아가다가 인간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자들이다......! 그 때, 나는 너무도 무력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고, 아름다웠던 셀레바가 그 인간들에 의해 그들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세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그런 불행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일이다, 그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불행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만 하십시오!!!" 이에 요제프는 격분하면서 외쳤다. 그리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결국에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복수로 이런 일을 행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래서야 당신이 에리사와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입니까!? 그 역시 복수심에 이끌려 네퓌라에 이르러, 아린다 침략의 원흉을 잔인하게 죽였으며 그러면서 책략이 숨어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파멸의 수렁에 스스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 운명을 당신이 겪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격분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모르간에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복수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줍니까? 셀레바 인들이 그런다고 살아날 것이라고 당신께서 믿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분명 그 일로써 셀레바 인들의 혼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셀레바 인들이 그 때의 희생자들이 당신의 그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도 연약하고 사랑을 갈구하던 소녀가 어느새 죽음과 파멸을 추구하는 마녀가 된 모습을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려 하겠습니까!?"
  "........ 닥쳐." 이에 모르간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그리고서 "너는 아무것도 몰라." 라고 말한 후에 그의멱살을 오른손으로 잡으며 외쳤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그러자 요제프도 응수하였다.
  "당신이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자입니다!!! 당신께서는 지금껏 인류 역사에 나타났던 위선적인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당신께서는 복수라는 소망을 새 세상 추구라는 명분으로 덮어씌우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위선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그 정치인들이 설령 악하고 더러운 존재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적어도, 당신과 같은 광기는 없었습니다!"
  이에 모르간은 그러한 요제프를 거세게 바닥으로 내던지고서 주머니에 들고 있던 광검을 꺼내 푸른색 날을 드러내면서 그의 목에 날의 끝을 대었다. 그러자 요제프도 한계를 느꼈는지 더 이상 그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죽이겠다......는 것입니까. ....... 말로써 설득을 못하면 결국 검을 들고 피를 보겠다는 것이로군. 이제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광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결국 너도 에리사도, 그란 젤레바의 여전사들도, 전부 발키르야 혹은 발퀴레라 칭해지는 존재였던 거다. 아름답지만 시체의 살과 피를 갈구해 그 피에 젖은 새하얀 얼굴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그 소녀들. 그 짙은 피 냄새와 죽음을 드리우는 기운으로 천국과 지옥, 그 어디에도 환영을 받지 못해 죽어도 결국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존재들 중 하나였다는 거다."
  그리고서 허망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그란 젤레바 대는 예전부터 혐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 냄새를 빼지도 못하는 작자들이 로이의 뒤를 잇는 영웅이 될 것을 생각하며 끔찍해 하고 있었지. 그래서 차라리 너와 같이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네가 더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이후, 그는 모르간에게 죽이라고 말하고서 그런 작자를 잠시 마법으로 젊은 모습을 보이고 있을 따름이라 생각하며 현자랍시고 모시고 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모르간은 "발퀴레라......" 라고 말한 후에 잠시 작게 웃다가 갑자기 광소를 하기 시작, 그리고 그를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래, 죽여주마. 그 대신, 너의 육신은 결코 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거다."
  그리고 그의 목을 왼손으로 잡아 그를 함교의 우측 벽에 부딪치도록 한 후, 그의 배를 한 번 베었다. 그 이후, 요제프는 숨이 끊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신음을 내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너도 에리사도 결국에는 복수를 목적으로 하나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분노가 광기로 흘렀는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에 의해 너와 에리사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거다. 그 길의 차이가 어떠한지는 내가 이 허공에서 직접 지켜보고 있겠다.......!!"
  그렇게 그의 숨을 끊은 후에 모르간은 그의 목과 양팔, 그리고 양 다리를 한 번씩 검으로 베어 그 육신을 조각내 버렸다. 그러는 동안 숱하게 피가 튀면서 그 일대가 그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이후, 그는 쓰러진 그의 몸통을 검으로 찢어 그 심장을 뜯어낸 후에 아직 고통하며 피를 흘리는 심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격한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몇 번 흔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심장과 검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주저앉기 시작, 그와 함께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그러한 모르간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 광경을 카라 님께서 보신다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