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설명이 끝난 후, 루시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 책상에서 종이 한 장과 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행성을 상징하는 원 하나와 십자가 하나, 그리고 몇 개의 삼각형들을 그린 이후에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문이 열리면서 세레나가 그의 왼편 곁에 이른 후에 아직도 한참 생각 중이냐고 물었다. 이에 루시아는 이제 거의 끝났다고 답하고서 루에나와 셀리나도 불러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예, 예~ 알겠습니다~" 라고 화답하고서 밖으로 나아가는 세레나. 그 이후, 그는 루에나와 셀리나가 자신의 곁에 이르도록 하면서 데려왔음을 밝혔다. 그 때 루시아에게 물음을 건네는 루에나.
  "무언가 해야할 일이라도 떠오른 거니?"
  "예." 이에 루에나에게 루시아가 화답하고서 이제부터 차근히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달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1 번만 들려줄 것이며,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나중에 작전 수행 중에 몰랐다고 변명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이에 셀리나가 루시아에게,
  "그건 좀 심하지 않니." 라고 묻자, 바로 언성을 높이면서,
  "나에게 함선 지휘까지 맡겼다면 책임을 져야하지 않아!?" 라고 외친 후에 바로 설명을 시작하였다.
  저스틴 언니가 앞장서서 함대 돌파를 행하는 동안 셀리나 언니는 좌익을 맡으면서 그란 젤레바와 함께 공격하고, 루에나 언니는 먼저 진공을 행하여 좌익의 뒤센도르프 함대에 타격을 가하도록 해, 정면은 곤란하고, 측방부터 시작하면 좋을 거야. 우익의 함선들은 내가 리에타, 메르나에게 연락해서 오라고 할 텐데, 그들도 엘레나의 지시를 받았으니 와서 지원을 해 줄 거야. 그 함선들은 내가 에르켈을 이끌고 그들과 함께 공격할 테니 마음 놓고 있으라고.
  루에나 언니는 지원을 마치면 엘레나 언니에게 연락을 취해서 동조하도록 한 이후에 비스바덴 함대와 모르간의 함대, 그 뒤를 치도록 해. 그런 기습에는 모르간이 생각 외로 약하니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어. 여차하면 내가 에르켈을 이끌고 직접 지원할 수도 있으니까 안심해.
  네퓌라 함대들이 괴멸하고 모르간의 3 개 함대도 엉망이 되면 그 때에는 모두 저스틴 언니와 함께 아공간에서 이탈하도록 해, 남은 것은 내가 처리해 버릴 테니까.
  "아공간에 남아 모르간의 함선과 대치하겠다면...... 일대일 대결이라도 하려는 거야?"
  설명을 듣고서 루에나가 눈을 크게 뜨며 루시아에게 묻자, 루시아는 진지해진 표정을 지으며 그렇다고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곧바로 그에게,
  "친 언니인 모르간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라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자신이 모르간에게 셀레바 인들이 남긴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서 그 메시지는 작전에 관계없이 전할 것이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 하겠음을 밝히고서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후일 종이로 적어서 한 장씩 놓아둘 테니, 잘 활용하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이에 세레나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먼저 밖으로 나가면서 말하였다.
  "그러면 나는 이만 자러 갈게, 내일 아침 시간에 다시 보자고~."
  그 이후, 셀리나도 다음 날은 특별한 날인 만큼, 자신도 미리 체력을 보충해 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면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루에나만큼은 루시아의 곁에 남아 있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루시아는 눈을 크게 뜨면서 루에나에게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루에나는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이후 구상할 작전 등에 대한 건의가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하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래, 그렇게 해. 나도 나 혼자서 모두에게 잘 통용되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서 자신이 구상한 '파일 데스 리히츠' 작전의 구상안은 이 정도라고 말하고서 세밀한 구상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루에나가 그 이유를 묻자, 루시아는 그 답으로써 세세한 작전 사항은 실제 작전을 행하면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서 자신은 전체적인 사항을 말해준 것일 따름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작전 수행은 임무를 맡은 각자가 행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서 루에나나 세레나, 셀리나 정도라면 자신이 맡은 곳에서 대략적인 가이드를 통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정도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하구나."
  이에 루에나는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하였다. 이에 루시아는 밝은 목소리로 자신을 비롯한 전사들은 전사로서 수십여 년 간을 살아온 이들로서 비행정 등을 이용한 전투에 대한 감각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자신도 그러한데, 다른 이들은 더욱 그러하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하였다.
  "하긴, 그렇지." 이에 루에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저스틴의 행방에 대해 묻기도 하였다.
  "저스틴 언니? 당분간은 찾지 말라고 했어, 멀리 떠나간 것은 아닌데,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물음에 루시아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잠들기 전에 자신이 한 번 만나보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에 다음에 있을 '게빗터'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루에나와 함께 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작전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이후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저스틴은 옷을 갈아입어 평상복 차림을 한 이후에 책상에 이르고서 책상 위에 올려진 액자로 시선을 향하다가 오른손으로 액자를 조용히 손에 들었다. 그 액자에는 의자에 앉아 온화하게 웃고 있는 저스틴의 좌, 우측 곁에 클레어와 에리사가 허리에 오른손을 쥐는 포즈를 취하거나 공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 있고, 좌우에 셀리나와 루시아가 밝게 웃으면서 각기 강한 느낌을 주거나 발랄한 포즈를 취하면서 미소를 띠는 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저스틴.
  "그래, 그 때 만큼은 참 행복했었지."
  그리고 다시 액자를 올려놓은 후에 창가 너머로 보이는 검은 우주 공간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현재 곁에 없는 에리사에게 물음을 건네는 말을 하였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지, 에리사?"
  그리고서 그는 다시 침대에 앉은 후에 가만히 천장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이 만나고 함께 하였던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씩 떠올리면서 그들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하얀 가운 차림을 한 젊은 남성과 자신과 닮은 모습을 한 테오도리아, 그리고 에리사의 모습이 그러한 그의 마음에 깊이 남아 그의 상념 속에 한 동안 머물렀다. 그 모습을 떠올리다가 우선 그는 에리사의 옛 모습을 떠올리려 하였다.

  불길에 감싸인 수정에 갇힌 자신의 앞에서 제국 병사들을 베어내면서 자매로 여기던 이들과 대치하기 시작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때 그는 제국 황제의 명령인 만큼 반역을 행한 자는 밖으로 보낼 수 없다는 나타샤의 목소리에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 자가 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거라,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텐가!"
  그리고 다시 한 번 나타샤가 건네는 말에 자신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고 화답하고서 나타샤를 제압한 이후에 그는 불길을 헤치고 나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낫을 오른손으로 쥔 채 왼손으로 수정의 외벽을 두드리며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느냐고 물은 후에 곧바로 자신이 구해주겠다는 말을 하면서 수정을 깨며 나를 구해낸 이후에 나를 무작정 어디론 가로 데려갔었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길을 떠나가고, 나는 셀리나, 클레어 그리고 루시아와 함께 함선 하나를 구해 그 함선에 거주 공간을 마련하고 우주 각지를 떠돌게 되면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자신이 정착하게 된 마을이 파멸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상은 나도 하지 못했었는데, 아린다에 살고 있던 에리사는 그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면서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어렸을 적, 그는 순수하고 자주 웃는 밝은 성격의 어린 소녀였다. 언니들에게 걱정할 일이 생겨도 그 아이만 곁에 있으면 기분이 풀리고는 하였다는 것. 이러한 면모는 나도 좋아하고 있었다. 발키르야로서 수련을 받기 시작한 당시의 나도 어린 에리사를 만날 때가 되면 그와 놀아주면서 기분이 풀어지고는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에리사가 세상의 더러움과 잔혹함에 물들지 않도록 그를 자주 지켜주려 하였고, 에리사도 자신을 잘 위해주는 나를 예쁘장한 모습에 마음씨도 착하다고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 여기며 좋아했었다.
  그렇게 에리사를 비롯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좋아하게 되면서 나는 자주 고아원의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였다. 그런 면모를 다른 이들은 좋아했지만, 나의 쌍둥이 언니, 테오도리아 만큼은 싫어하였다. 그는 발키르야가 될 이라면 인간에게 감정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다그치는 말을 계속 하였다. 늘 차갑게 행동하고, 동생에게조차 정을 붙이는 말을 하지 않던 나는 그 당시의 언니를 무척 싫어했었다.
  그래서인지 언니보다는 에리사에게 더 마음이 기울어지고는 하였다. 12 세가 될 때까지 나는 그 아이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12 세가 된 이후, 에리사가 발키르야로 살아가게 된 이후에도 슬픔에 젖게 되는 그 아이를 자주 보살펴 주고, 위로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에리사의 지금까지 나에게 보여왔던 행동은 그러하였던 나에게 '은혜를 갚는다' 는 입장에 의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리고서, 그는 자신의 친 언니인 테오도리아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순선한 모습을 보이던 테오도리아와 그 이후, 발키르야가 되면서 냉혹하게 사람들을 죽이면서 자신의 몸을 피로 물들이던 테오도리아의 모습, 그리고 그러면서도 동생들을 온화하게 대하고, 싸움이 생기면 그들이 결국 서로 화해하게 만들기도 한 테오도리아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떠올리면서 말하였다.
  "처음부터 테오도리아 언니는 자신이 위할 수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해 온화하고 자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어. 때로 나에게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 스스로 죽여야 할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해. 그러면서 동생들보다도 자기 자신이 오딘 제국을 위한 사악한 전쟁에 앞장섰고 오딘 제국에 대항하는 많은 이들을 희생시켜 나아갔었지."
  그리고 그 때마다 그에 대해 그러한 행동까지 할 필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항시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그 말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였다.
  "제국에 반항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는 말을 내가 하기도 했었어. 오딘 제국이 하는 일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님을 누구도 잘 알고 있는데, 제국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 의한 말이었지. 하지만 그렇게 내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테오도리아 언니는 그러한 반항적인 의식을 가진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공로를 만들어낸다는 생각 하에 오딘 제국의 명령을 계속 들어주기만 했어. 그리고 동생들의 역할까지 대신하면서까지 자신이 제국의 명령을 앞장서서 이행해 왔지, 동생들의 반항심이 드러나지 못하도록. 그래서 언니가 35 인 중에서도 최고의 전사로서 알려지게 되기도 한 것이었어."
  그리고서 다소 슬퍼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니까, 언니는 자신이 지옥에 갈 각오를 하면서 나를 비롯한 동생들을 지키려 하면서, 동생들의 업을 마치 자신의 업인 것처럼 생각하였던 거야, 내가 다른 이들도 비정한 처사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만큼, 그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그러면서 자신의 진심을 감추는 채, 테오도리아는 계속 냉혹하게 전장을 누비고 다니다가, 전장에서 한 번 크게 다친 이후, 마을의 한 청년을 만나게 된 이래로 그러면서 냉혹한 면모를 대신해 본래의 성품을 드러내면서 한 동안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그 청년이 죽으면서 모르간에 의해 돌아왔지만 한 번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기질로 인해 지금도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는 언급을 하면서 말하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죽음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지도 모르며, 그 이후의 자신이 품을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서도 그는 그러하였던 것이었어, 그 모든 것이 결국 운명이었던 것일까."
  그 이후, 저스틴은 그렇게 발할라에 머무르며 자신과 에리사에 대해 테오도리아가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말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노트에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하나씩 바라보면서 에리사에게 물음을 건네기도 하였다.
  "전투를 끝낼 수 있다면, 함께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가 볼까, 너와 함께."
  그 무렵, 그의 귓가에서 온화하면서 정숙한 느낌을 주는 소녀의 목소리가 저스틴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에 곧바로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낯설지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목소리. 에리사가 내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저스틴은 그 이름을 부른 후에 어디에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이에 에리사는 그러한 저스틴에게 목소리만 드러내는 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답으로써 말하였다.
  "저는 발할라의 중심에 있어요.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치유를 받은 후, 그 곳으로 옮겨져 있지요. 몸이 깨어날 수 없기에 이렇게 마음이나마 언니에게 연락을 드리는 거예요."
  이에 저스틴은 "그러하였구나." 라고 말하고서 테레시아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자신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이에 저스틴은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예나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궁금하지 않느냐는 말을 건네고서 바로 앞에서 구출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 사고를 겪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에리사의 목소리는 그러한 저스틴에게 있어서 뜻밖이라 할 수 있는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예나에게서 빛이 나와 저를 감싸면서 제가 죽지 않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예나가 깨어나면서 저를 구해주려 하였던 것 같아요. 그 이후, 예나는 지금도 제 곁에 머무르고 있어요. 저를 구해줄 수 있는 이를 찾기 위함일까요."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만나지 않았고, 에리사가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란 젤레바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서 그들이라면 에리사를 구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자신은 무력하여 그를 치유하는 일 외에 무엇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음을 밝힌 후에 그들에게 반드시 그를 가두어 놓고 있는 수정의 장막을 깨뜨려 그가 자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 대가로서 무엇이라도 줄 테니, 반드시 구해달라는 부탁을 말하였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 뜻을, 나에게 전해달라는 것이었나 보네."
  그 말을 듣고서 저스틴은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에리사는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분명히 그의 모습이 창가 바로 앞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반신만 드러내고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두 손을 모으면서 온화한 표정을 짓는 에리사. 그 모습을 보면서 저스틴이 그런 에리사의 모습에 시선을 향하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좋아, 그러면서 머리가 아프지는 않아?"
  "괜찮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척 하시고 계신 거예요?"
  이에 에리사가 그러한 그에게 다소 밝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이에 저스틴은 그건 아니라고 답하였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속박 당해 언제 고통받을 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을 따름이라고 말한 후에 예나의 모습은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못 보게 되어서 아쉽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에리사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말하였다. 그 이후, 그는 이전에 비해 침착해진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말을 잘 들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래, 네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줄 수 있지, 부탁이라는 게 뭐니?"
  "지금까지는 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앞장서 왔어요. 그래서 유스티니아 언니께서 온화한 모습을 보이며 모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저는 이 곳에서 모든 힘을 잃고 그란 젤레바 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야만 해요. 그렇게 된 이상, 유스티니아 언니가 강한 모습을 보여, 다른 이들이 그 뒤를 따를 수 있도록 해야만 해요."
  이에 저스틴은 올 것이 왔다는 듯하면서도 앞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그러자 에리사가 그러한 저스틴에게 다시 한 번 독려의 말을 하였다.
  "그란 젤레바의 모두를 위한 일이에요. 유스티니아 언니께서 리더로서 앞장서시면서 강한 모습을 보이신다면, 다른 이들도 그에 영향을 받아 더욱 강한 기세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적어도, 이번만큼은 테오도리아 언니께서 앞장서셨을 때의 모습만큼 강하게 나서보세요. 어쩌면 그란 젤레바 대의 모두가 그에 영향을 받아 주눅들지 않고 이전보다 더욱 강한 다짐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그렇게 해 볼게." 이에 저스틴은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한 후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면 지칠 테니까 잠시 쉬고 있으라고 말하였다. 이에 에리사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전투에 나설 때마다 자신이 저스틴의 기체에 연락을 하면서 도움을 줄 테니 필요하면 언제라도 불러달라고 말하였다. 이에 저스틴은 미소를 띠면서,
  "그래, 힘내려무나." 그리고서 에리사와 작별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에리사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아미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 기척을 느끼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발걸음을 옮겨 아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앞에 앉아 그를 안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아미로구나, 언니까지 곁에 없으니 얼마나 외롭겠니."
  그러자 아미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언니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대로 예나와 함께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루시아로부터 들었다고 말하고서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는 뜻을 나에게 전하기도 하였다. 이에 저스틴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기특한 아이네, 잘 자라주었구나, 그 모습을 보면 예나, 에리사 모두가 기뻐할 것 같아."
  라는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창가에 이른 후에 마을로 돌아가면 에리사, 예나와 함께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함께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 이후에 앞뜰에 여러가지 나무를 심고 풀도 가꾸면서 죽음의 땅을 천국과 같은 곳으로 꾸미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면서 그에 관한 말을 늘어놓았다.
  "마을 촌장 할아버지께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위에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셨어요. 단순히 묘지로 있으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죽은 몸이 거름이 되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와 함께 말씀하셨는데......."
  이에 저스틴은 정말 그렇게 할 것이냐고 묻자, 아미는 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하고서 하지 않으면 촌장 할아버지께서 마을의 관례를 어기었다고 화내실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건네었다. 종이로 만들어진 푸른 학 몇 마리. 그 학들을 받으며 저스틴은 아미에게 물었다.
  "이 학들은 어디에서 받아왔니?"
  이에 아미는 싸움터에 나갈 사람들을 위해 몇 마리씩 접었다고 말하고서 주머니에서 하나 더 꺼내 커다란 푸른색을 띠는 종이학을 그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저스틴이 그 학을 받자마자 저스틴을 위해 에리사가 비행기 조종을 하는 동안에 쉬면서 접은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저스틴은 미소를 띠면서 "그렇구나." 라는 말을 한 이후에 잘 간직하고 있겠다고 말한 후에 책상으로 나아가고서 커다란 종이학들을 중심으로 작은 종이학들을 주변에 올려놓은 후에 그에게 다른 이들도 받았냐고 묻자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루시아 언니, 셀리나 언니, 세레나 언니, 클레어 언니 그리고 루에나 언니께도 각자 좋아하는 색깔대로 몇 마리씩 만들어 보냈어요. 에리사 언니께서 만드신 것과 함께."
  이에 저스틴은 아미에게 다가가고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잘 했어." 라고 말한 후에 덕분에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아미에게 루시아는 뭐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미는 루시아는 커다란 종이에 연필로 무언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 후에 삼각형들이 여럿 그려지고 있었으며 먼 쪽의 삼각형들을 향해 화살표들이 그려지고 이에 저스틴은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 아이도 유례 없이 수고하고 있네, 잘 되려나."
  그리고서 아미에게 이제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말하였다. 이에 치마 양 끝을 들어올리며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밖으로 나아가는 아미.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후, 저스틴은 다시 창가로 시선을 향하면서 혼잣말로 이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에리사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루시아도 간만에 노력하고 있어, 키아라가 함선을 건네주겠다는 말 때문일 듯 하겠지만, 그래도 모두 앞으로 있을 일을 대비해 좌절하지 않고 기운 내고 있으니까,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기운 내며 기다리고 있어, 에리사.'
  그 이후에 이전보다 굳은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구해줄게, 이전에 네가 나를 구해주었을 때처럼.'

  한편 에리사와 테레시아를 파울리나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 번에 제압하고, 이어서 테레시아를 가두어 놓은 후에 샤리엘 자매가 나타샤를 위협하여 요새포의 제어권까지 빼앗도록 한 이후, 모르간은 잠시 자신의 함선들을 요새 내에 정박시키고서 요새 내에 위치한 하나의 방문을 두드린 후에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의자에는 푸른색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새하얀 색을 띠며 소매가 좁고, 치마폭이 길며 그 단이 다리까지 내려가는 드레스를 입고 하얀 구두를 신고 있으며, 다리를 반투명한 하얀 스타킹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앉아있는 곳에 이르렀다. 저스틴과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세상을 허무히 바라보는 듯히 멍한 시선으로 창가를 향하고 있어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는 저스틴과는 분명히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브린힐드(Brynhild) 님 시그룬, 이렇게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모르간은 여성의 이름을 칭하면서 두 겉 치마를 양 손으로 한 번씩 잡고 들어올리며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다시 자세를 올바르게 갖추면서 여성을 향해 걸어왔다. 그러자 브린힐드라 칭해진 여성은 그러한 그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간만에 왔음에 대해 반갑게 여기었는지 여성은 모르간을 온화한 목소리를 내어 맞이하면서 자신의 앞에 앉도록 하였다.
  "어서 와, 모르간. 그 동안 수고 많은데, 여기까지 와 주기도 하니 고맙기도 해라."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이렇게 브린힐드 님을 방문하는 것도 제 의무인 걸요."
  그 말에 밝은 목소리로 화답을 하는 모르간. 그리고서 그에게 마음 상태는 어떠하냐고 묻고서 '그 자' 에 대한 기억에 의한 심적 괴로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말하는 여성. 그리고 모르간이 자신을 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한 가지 부탁이 있다는 말을 하면서 모르간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 대답으로써 말하였다.
  "앞으로 나를 그저 '테오도리아 언니' 정도로만 칭해주었으면 좋겠어, 브린힐드라고 칭하니까 왠지 사람이 번호로 칭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네."
  이에 모르간은 아무 말이 없다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저희들이 새 보금자리를 얻기 위한 단계도 마지막에 이르고 있어요. 인류의 군단은 거의 무너졌고, 공작선들이 음파 공명 입자를 살포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그들이 조금만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면 그 음파 입자가 한 번에 반응하여 아쿠에리아와 그 주변 행성들의 인류는 영원히 잠에 빠지게 되겠지요. 그러면 그 인류를 발할라로 옮기고, 그 빈 행성들은 인류보다 더욱 나은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이 차지하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신을 테오도리아라 칭한 여성에게 물었다.
  "여태껏 인류로 인해 상처를 입은 브린힐드 님이라면, 저의 생각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인류는 타인을 도구처럼 활용하고, 사랑하기 위해 다가온 이를 이익을 위해 버릴 수 있어요! 그렇게 인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무엇이라도 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예요.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자리잡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제 브린힐드 님께서도 깨달으실 수 있으실 텐데......."
  그리고 테오도리아가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브린힐드 님께서도 그런 인류의 본성에 의해 희생되었잖아요! 그리고 그로 인해 일생을 슬픔 속에서 살아야 하게 되지 않았어요? 그런 인류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든 그들이 지금까지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계세요!?"
  이에 테오도리아가 미소를 띠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심기가 많이 불편했다고 말하고서 그 이야기는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모르간은 마음을 차분히 하며 "예." 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여성에게 이제 그의 차례임을 밝히고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테오도리아는 잠시 말이 없다가 온화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에게 물었다.
  "일전에 네가 요제프 뮐러(Josef Mueller) 라는 남자를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가 안네(Anne) 를 통해 들려왔었어. 그 남자는 너의 위선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며 감탄하면서 너를 따랐고, 또 너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면모를 가지고 있던 그런 남자였다고 하는데, 어째서 네가 그를 죽이게 되었니?"
  이에 모르간은 애써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답하였다.
  "그는, 결국 인간이기에 제 곁에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었지요. 아무리 제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용한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인간. 저에게는 적절히 활용되다가 때가 되면 버려지는 그런 존재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요. 그는 쓸모가 없어졌기에 버려진 거예요."
  그러자 테오도리아는 곧바로 그에게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모르간은 한 번 코웃음을 치더니 그 물음에 바로 답을 하였다.
  "주제 넘게 행동하니까, 제가 열 받았었어요."
  이에 테오도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서 모르간은 그런 정도로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이가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서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에게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 오른손으로 모르간이 녹음기를 잡고 있자, 곧바로 그에게 그 물건이 무엇이냐고 묻고 이에 모르간이 놀라며 손을 내리면서 녹음기를 드러내자 테오도리아가 왼손을 내밀면서 달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줄 수 없어요!"
  테오도리아가 달라는 말에 분기를 드러내며 줄 수 없다고 말하는 모르간. 이에 테오도리아는 언성을 높이며 달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언니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냐고 그에게 묻자, 모르간은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그에게 그 물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겠냐고 되묻기도 하였다.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아? 그리고, 뮐러 씨를 죽였다고 말할 때마다 너는 그 녹음기를 만지고 있었어.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그 모습을 보면서 할 수 있다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니?"
  이에 모르간은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지만......." 이라고 말하였으나, 이에 상관없이 테오도리아는 그에게 큰 목소리를 내며 "내놔!" 라고 외쳤다. 그러나 모르간은 "못 줘요!!!" 라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 때,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테오도리아는 그러한 그의 오른손을 붙잡고 그 손목을 꺾으려 하였다. 그 이후, 큰 고통을 느끼며 모르간이 멈추자 그를 돌리고서 왼손으로 녹음기를 잡았다.
  그 때 무심결에 재생 버튼을 눌러버리고 그와 함께 셀레바 인들의 목소리가 이들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후, 테오도리아는 두 손을 내려놓고 모르간에게 시선을 향하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모르간은 정지 버튼을 눌러 녹음기의 작동을 멈춘 후에 그에게 말하였다.
  "그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의해 죽었던 저의 소중한 사람들의 목소리예요. 본래는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 각자 하루하루의 행복만을 바라며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어요. 미래를 바라보는 사고라든가, 문명을 향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문명이 없다고 해서...... 그들이 불편하거나 불행하게 산다는 일 따위는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개발을 행한다는 그 욕심만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 때문에 죽었다고요! 어떤 여자아이들은 인간들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고요!!! 그런 것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요?"
  그러자 "알겠어." 라고 말하고서 말을 잘라버리는 테오도리아. 그리고서 뮐러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만하겠다고 말한 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복수심을 자극하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자, 격노 끝에 네가 죽인 것이로구나."
  그리고서 그는 얼굴을 약간 일그러뜨리며 말하였다.
  "네가 셀레바 인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과 인간들에 대한 증오로 지금까지의 일을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 오딘 제국에서 만들어진 인간들에서 배양된 생체 병기들을 우리들과 동족이라는 의식도 없이 도구 취급하며 마구 다루어 온 잔인성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때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파울리나의 논리에 현혹되어 그러한 너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어."
  그리고서 그에게 더욱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던 자들까지 그런 식으로 죽이는 모습까지는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겠더구나. 적어도 인간을 증오하는 자에게 목숨을 내걸면서까지 따르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에 대한 보상은 해야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는 그들을 도구 취급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기까지 했잖아."
  "아니에요." 이에 모르간은 그 말에 대해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테오도리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모르간...... 너는 지금까지 전쟁터의 마술사라는 칭호를 얻고 있어, 그래서 네 이름도 모르간이라 칭해졌던 것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너의 언니, 동생들이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는 너의 다채로운 재능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이성적인 면모를 보며 감탄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재능은 인간이 아닌 다른 인격체들을 위한 세상을 향한 이상을 향하고 있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 이들도 많이 있어."
  그리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도 처음에는 기적적으로 불길 속에서 나를 구해내는 등의 시련을 냉정한 지혜로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며 너에게 절대적인 의지를 행하려 했었어. 하지만...... 너의 이상이 인간을 짓밟으며, 인간의 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 그 복수심을 품으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네가 새로운 이상적인 세상을 위한 마음으로 복수심을 승화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로구나."
  이에 모르간도 화를 내면서 외쳤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짓밟았잖아요!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에요!?"
  그리고 테오도리아의 그 행위와 인간을 짓밟으며 이상향을 일으키는 행위는 결국에는 똑같다고 말하자 격분하면서 그에게 외쳤다.
  "뭐가 똑같아요!? 그러면 셀레바 인들이 억울하게 죽은 것과 인간들이 쓸려나가는 게 똑같......."
  그 때 테오도리아가 오른손으로 그의 왼쪽 뺨을 격하게 때렸다. 그러는 동안 테오도리아는 모르간을 향한 분노의 시선을 보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코지마(Cosima)....... 너는, 네 동생 루키아에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니?"
  "루키아요? 그 배신자 따위......." 이에 모르간이 비웃으며 말하자 테오도리아는 다시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격분하면서 외쳤다.
  "루키아는 용병으로서의 일을 하고 있어, 하지만 스스로 사람들을 위하려 하고, 그러면서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아이야! 그게 내 동생이라고! 그런데 언니인 너는...... 겨우 그 복수심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이려 하고 있는 거니?"
  "배신자 따위와 저를 비교하지 마세요! 저에게 굴욕을 안기려 하는 거예......."
  이에 다시 뺨을 맞는 모르간. 그 후, 테오도리아는 격분하면서 그에게 외쳤다.
  "그래, 전쟁의 마술사 모르간이란 그런 존재였구나, 때로는 동족일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잔인하게 활용하고, 자신의 감정을 풀기 위해 이상을 앞세우고, 그 이상을 명분으로 어떠한 수단도 끌어들이고, 버려진 수단은 처참히 망가뜨리면서 버리는, 그런 존재였구나! 그런 존재를 마술사라고 내세우고 있던 내가 잘못한 것이었구나!"
  그리고서 격하게 소리치며 그를 내쫓으려 하였다.
  "나가! 다음 전투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내 앞에 나타나려 하지도 마! 이제부터 다음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만큼은 너를 동생 취급도 하지 않을 거야, 이상적인 세계 따위를 내세우며, 수십 명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수십 억 인류의 죽음으로 승화시키려하는 살인마 따위는 내 동생도 아니야!"
  이에 모르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테오도리아는 그를 향해 다가간 후 그의 양 어깨를 잡더니 그를 밀어내 쓰러지게 하였다. 이에 말 없이 분노를 드러내며 모르간은 그 방을 떠나갔다.

  "그 철부지 따위와 내가 비교가 돼.......? 후후훗...... 후후훗."
  테오도리아에게 쫓겨난 후, 모르간은 회랑을 걸으면서 모든 것을 잃은 듯이 실소를 멈추지 못하는 채,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기운 없이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자신이 머무르는 방 안에 이른 후, 그는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서 거울 앞에 이른 후, 거울 근처에 놓여진 자신이 셀레바 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가 돌려 받은 오르골을 켜면서 녹음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말하였다.   '그래도, 모두는, 저를 이해해 주시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제가.......'
  그 때, 갑자기 오르골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작동을 멈추는 것에 놀란 그의 눈앞에 보이는 거울의 상이 갑자기 왜곡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상은 머리카락이 없는 둥근 머리 위에 여러가지 모양을 이루는 뿔이 달려 있으며 분홍색,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그들은 증오 어린 시선으로 모르간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모두 핏빛으로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경악하는 모르간.
  "모두,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그 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그러한 모르간에게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구나, 역시 인간이란 그런 존재였던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우리들의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이들이었단 말인가."
  이에 모르간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항시 셀레바 인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닥쳐라!!!" 라고 외치는 노인. 그리고서 말하였다.
  "네 년도 결국에는 그런 존재였다. 우리들의 목숨을 빌미로 수십 억 사람들을 학살하려 하는게 그런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더냐!!!"
  이어서 여인의 목소리가 그를 다그치려 하였다.
  "우리가 너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 약속을 어기고, 그들과 같은 살인마가 되고 있어! 설마, 이것을 우리가 원한 것이라고 거짓말하지는 않았겠지?"
  이에 모르간은 "아니에요!" 라고 외치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와 함께 있었다는 소년, 소녀들이 그에게 격분하는 목소리로, "꺼져라! 살인마!!!" 라는 외침을 반복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모르간은 격렬히 괴로워하며 "아니야!!!" 라고 외쳤으나, 아이들은 "살인마는 셀레바를 떠나라!!!" 라고 외칠 뿐, 모르간의 호소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때, 한 노인의 외침이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네가 사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소녀 '코지마' 가 되기를 바랬었다! 코지마, 어찌하여 잔혹한 마녀 '모르간' 이 되었더냐!!!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던 거냐!? 코지마의 마음 속에 숨은 모르간이라는 존재 탓이더냐!!!"
  "아니야!!!" 이에 모르간이 격렬히 외치고서 거울을 바라보며 외쳤다.
  "누가 당신들을 끌어들였지요!? 아니야, 이건 환영이야, 나의 마음을 원초부터 붕괴시키려 하는 계략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괴롭힐 리가 없어!!!"
  그리고 녹음기를 다시 틀면서 자신에게 남긴 사람들의 따뜻한 말을 들으려 하였다. 하지만 어느새 그 목소리는 모르간을 저주하는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살인마 코지마!", "악마 코지마!", "악마를 죽이자!!!" 라는 외침이 그의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이에 "그만해! 그만하라고!!!" 라고 외치며 주저앉는 그러다가,
  "뒈져라, 마녀!" 라는 외침이 이어지자마자 모르간은 목걸이를 벗은 후에 그것을 바닥에 내던지며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가 들어가 있던 방 안에 한 소녀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가 잠시 울려 퍼지는 형태가 나타났다.

  그 이후, 모르간은 쓰러진 채, 왼팔을 뻗어 녹음기를 다시 쥐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후에 다시 녹음기를 재생하였는데, 그 순간 그의 귓가로 "죽어라, 쓰레기 같은 년!" 이라는 말이 나오자 치를 떨면서 녹음기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 그 이후 그는 다시는 녹음기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대 곁에 웅크려 앉으면서 절망적인 표정을 짓다가 서서히 사악한 미소를 띠기 시작하면서 말하였다.
  "그래....... 아무도 나를 위해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나를 위해주는 세계를 만들겠어. 내 손으로 나를 위한 세계를 만들고, 내 증오의 근원인 인간, 인류, 그리고 그들의 세계 따위, 내 손으로 박살내고 짓밟아 버릴 거야."
  그에 이어 그는 격분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다 죽여 버리겠어!!!!" 라고 외쳤다. 그 이후, 그에게서는 통곡인지 광소인지 알 수 없는 외침이 연이어 나타났다.

  어느 순간부터 이 도시는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아니 무인 도시라고 해야 할까. 지상의 사람들이 전부 잠들어 버린 이 도시는 그 어떤 활동도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방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으나 다행히도 통신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화 교환이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캐서린 등도 변을 당했다. 학교나 직장에 있다가 입자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해 잠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아는 이들 중에는 지하로 미리 대피해 있던 집 안의 아이들, 그리고 테레사와 티에라만 의식이 깨어있을 따름이었다.
  안전해졌다는 판단을 테레사가 내린 이후에 쥬디를 안은 채, 티에라와 함께 앞장서면서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이들을 따라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항상 어두운 하늘 아래에 가로등을 제외한 건물들의 전원 전체가 꺼지고 사람들이 잠드는 사태가 이어진 도시는 사실상 암흑가와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다행스럽다면, 암흑가의 악한 이들도 전부 잠들어 거리 자체는 안전해졌다고 해야 할지.
  "결국, 작동시켜 버린 거네요, 그들이."
  티에라가 그렇게 말하자 테레사는 쥬디를 안은 채,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고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앞으로의 일이 큰일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비상 식량은 몇 일 분으로 남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오래 전부터 비상 식량을 저장해 두고 있던 나는 2 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테레사는 다행이라고 말한 후에 그래도 구원을 위한 존재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나와 함께 밖으로 나온 홉스와 줄리는 암흑가를 둘러보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쥬디는 불안해 하면서 테레사에게 아버지는 언제 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테레사는 미소를 띠면서 반드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온화한 목소리로 격려하였다. 그리고 걱정을 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 시간 대에 그란 젤레바는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