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기세를 이어가 신전의 앞에 이르는 순간, 나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뭔가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찰나에 나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새하얀 빛이 사라지면서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광경은 내가 기대하고 있던 곳은 아니었다. 어느새, 나는 다시 신전과 멀어지고 만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신전을 향해 접근해 보자고 결심을 하고서, 신전을 향해 돌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적들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어 신전까지 무난히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였다가, 시선이 본래대로 돌아왔을 때, 다시 내가 신전과 멀어지는 현상은 또 발생하였고, 내가 신전으로 접근할 때마다 그러한 현상이 발생해 도저히 신전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이대로 라면, 신전으로의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 그 상황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나는 곧바로 아발라에게 연락을 시도,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물어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정령을 통해 아발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나타라, 무슨 일이야!?"
  이에 나는 방금 전에 있었던 대로, 신전으로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신전과 멀어지게 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그로 인해 이제 근거지의 앞까지 왔는데, 자칫하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하고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좋을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발라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않더니, 나에게 난감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그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는데, 일단 리렌 씨께 그 현상에 대해 여쭈어 볼게. 리렌 씨라면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실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아발라가 답을 내기 전에 섬의 눈밭 한 가운데의 상공에 가만히 머무르고 있으면서 아발라가 답을 줄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상티아가 르야나를 이끌고 나의 왼편 곁으로 다가왔다. 그 때, 내가 그러한 상티아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내가 겪은 현상, 봤었어?"
  "봤지, 분명히." 그 물음에 상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답하였다. 그리고서 자신도 그러한 현상을 겪으면서 계속 신전과 멀어지다가, 끝내 진입을 포기했음을 알렸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이 상태로는 신전 진입이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다음에 신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때, 아발라가 정령을 통해 목소리를 내어 리렌으로부터 답이 나왔음을 알렸다. 이에 내가 어떤 답이 나왔느냐고 묻자, 아발라는 잠시 한 숨을 내쉰 다음에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리렌 씨께서 말씀하시는데, 신전의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가 있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셔. 그 결계를 지나가는 도중에 공간 전이 현상이 일어나 나타라를 비롯한 사람들이 신전 진입을 행하려다가 신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물러나게 된대. 그러면서 결계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신전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도 봐도 무리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어."
  지금껏 신전으로의 진입만을 목표로 삼고 있던 나에게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다소 믿지 못하겠다는 심정에 아발라에게 그 말이 진실이냐고 묻자, 아발라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지금까지 있어온 현상의 모든 요인이 결계에 의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는 말도 건네었다. 이에 내가 어떻게 하면 좋냐고 다소 답답해진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말을 하자, 아발라는 뭔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에 해결될 것은 아니라는 답을 하고서, 일단은 물러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일단 함께 온 사람들과 함께 리렌 씨께서 머무르시고 계신 회관으로 돌아와 줘."
  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나는 당혹해 하면서 "겨우 다 왔는데, 여기서 돌아가게 되는 거야?" 라고 묻자, 아발라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듯한 목소리로,
  "어떻게 하겠어. 열쇠 없이 문을 열 수는 없잖아. 기껏 다 왔다고 열쇠 없이 문에 있으면서 문이 저절로 열릴 때까지 어리석게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거야?"
  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래, 알았어." 라고 답을 하고서 회관으로 오면 되느냐고 아발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발라는 "응." 이라고 답을 한 다음에 리렌에게 나와 상티아 등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어 보겠음을 알렸다. 그 이후, 나는 조용히 그리고 깊이 숨을 내쉬고서 지금껏 지나왔던 길을 따라 리렌이 머무르고 있는 회관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후, 나는 "어떠한 답이 왔어?" 라고 묻는 상티아에게 일단은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서, 신전의 앞에 결계가 있는데, 지금까지 있어온 현상은 결계에 의한 일이며, 결계 돌파 수단을 찾기 전까지는 신전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은데, 그 해결책은 당장에 마련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음을 알렸다. 그리고서 리렌이 머무르고 있는 회관으로 돌아가서 그에 관해 들어보자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상티아는 조용히 한 숨을 내쉬더니, "그래,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하고서 마을 회관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 때, 르야나가 다소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타라, 카티샨을 구하는 일은 지금은 못 하는 거야?"
  그러자 나는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고서, 자신이 열쇠 없이 대문을 여는 일과 같은 시도를 한 것 같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다음에는 반드시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어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르야나가 슬퍼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전까지의 싸움을 다시 해야하는 것은 아니야?"
  이에 나는 당황하면서 다시 한 번 아발라에게 자신이 섬을 떠나 있는 동안 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발라는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전력에 큰 타격을 받은 이상, 나타라가 섬으로의 진입을 시도할 당시의 전력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다시 섬으로 돌아올 즈음이면 섬 근방의 전력이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줄 것을 그에게 당부한 다음에 왜 물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 그게....... 르야나가 돌아가는 일에 대해 걱정을 해서."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속력을 더 내어 루데스의 라메샤로 서둘러 돌아가려 하였고, 이에 상티아 역시 속도를 내어 라메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싸움이 없는 탓인지 라메샤로 돌아갈 때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참 밤이 깊어갈 무렵, 나는 리렌이 머무르고 있는 회관으로 상티아와 함께 도착할 수 있었다.


Act IV. Blue Border -Stop-